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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오마이뉴스> 마포구 서교동 사옥에서 열린 '통일대박' 점검 좌담회에 참석한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21일 오전 <오마이뉴스> 마포구 서교동 사옥에서 열린 '통일대박' 점검 좌담회에 참석한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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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지난 21일 '통일대박론 점검 좌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통일대박론'에 대해 야당과 진보개혁세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 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통합과정에서 불거진 '6·15 , 10·4선언' 삭제 논란이 보여주듯 야권이 자기문제를 풀어가는 데 서툴렀고, 이것이 역사인식 갈등으로까지 확대된 것은 야권의 미숙함을 드러낸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날 나눈 문답이다.

"진보, 보수 통일 프레임에 갇혀"... "햇볕정책 믿음체계 아니야, 교정 가능"

사회 : 통일대박론에 대한 야권과 진보개혁세력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연철 :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박근혜 정부 통일담론의 가장 큰 약점은 과정이 없다는 것을 지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어떻게'라는 방법론이 없는 담론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선 산적한 남북관계 현안 같은 구체적 쟁점을 가지고 물고 늘어져야 했다.

두 번째는 종북공세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보수의 종북공세는 이데올로기이면서 정치전술이다. 여기에는 정치전술로 대응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정책으로 대응해왔다. '우리는 종북이 아니다' '튼튼한 안보' '외교·안보·통일 정책은 좀 보수적으로'하는 식으로.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강령 작성 과정에서 '6·15 , 10·4선언' 삭제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이철희 : 생각이 많이 다르진 않은데, 조금 다른 점은 있다.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약간 거칠게 말하자면 지금은 햇볕정책도 대중적 인식수준에는 별로 좋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거다. 상당히 보수화되어 있는 대중적 의식을 감안한다면 정치세력이 이런 면을 무시하고 원래 스탠스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본다.

햇볕정책의 공과에 대해서도 짚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북한 정권의 실체에 대해서도 냉정히 봐야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런 고민 없이 전체적으로 구도를 짜다 보니 이 안에 보수 세력에서 공세를 할 수 있는 지점이 있었던 것이 사실 아닌가. 진보세력 스스로가 혁신하는 성찰이 필요했음에도 보수진영이 제기한 프레임에 과도하게 갇혀 있었던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창수 : 박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들고 나오는 과정에서 제일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그의 의도에 대한 분석이 약했다는 점이다. 진보 언론들도 마찬가지였다. 나와 대척점에 있는 정치세력이 국민의 이해를 얻어가는 정책을 취하거나 내 정책을 카피할 때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 즉 대응방식과 전략을 내기 위해선 그쪽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두 번째로는 보수가 제기한 프레임에 너무 갇혀 있었다. 통일문제에 대해 말 한 번 잘못 꺼내면 종북으로 몰릴까봐 일단은 북한을 한 번 비판해놓고 할 말을 꺼내려다보니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이 박 대통령은 거침없이 '통일은 대박'이라 하고 쭉쭉 나간다. 박 대통령의 말을 기정사실화하고, 통일논의를 다양한 각도에서 만들어서, 박 대통령 자신이 했던 말에서 물러서지 않게 만들고, 또 모순되는 부분들을 지적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대응하지 못했다.

세 번째로는 시민단체쪽으로만 보면, 만약 문익환 목사님이 살아계셨으면 판을 크게 만들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통일준비비상시국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서 대통령 만나자, 통일부 장관 만나자고 해서 진정성이 뭐냐고 묻기도 하면서 흐름을 선도해가거나, 경쟁담론으로써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제시했을 것 같다. 현재 시민사회의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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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
남북관계나 통일논의나 어떤 프레임을 제시할 것이냐에 대해 판단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사구시' 정신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정당의 공약과 정책은 사람들이 자기 일상의 이익과 결부해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밀착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이 분야를 보면 그런 식으로 접근해야 될 문제들이 굉장히 많다.

다른 한편으로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달라진 환경들도 있기 대문에 이런 부분들에선 얼마든지 수정할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햇볕정책은 사실 전환기의 정책이었다. 냉전에서 탈냉전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김대중 정부가 들어섰고, 햇볕정책 안에도 보수적인 담론부터 미래지향적인 담론이 섞여 있다. 이런 부분에서 더 발전시켜야 될 부분들도 있고, 그 관계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될 부분도 있다. 지금 20대들도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건 믿음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교정할 수 있다고 본다.

이철희 : 정치권에서 통일대박론에 대응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고민스러운 지점이 있을 것이다. 대박통일론에 동의한다고 하면 그 다음에 '이거 할래' '이거 하자' 이런 식으로 막 밀고 들어올 것이기 때문에 흔쾌히 동의할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지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통일문제가 남북관계에서 쟁점을 과도하게 형성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저쪽이 통일대박론이면 이쪽은 복지대박론이다는 식으로 맞받아쳐야 한다. 이 전선이 제대로 형성되어야 일종의 길항(서로 버티어 대항함)도 될 텐데, 진보진영에서 자기 전선을 못 만들어내니 보수가 과도하게 장악해 들어가는 부분이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의 야권은 할 말없이 너무나 무능하다.

김연철 : 짧게 보완하자면 사실 외교안보 분야는 점수를 따는 분야가 아니고 점수를 잃지 않아야 하는 분야다. 최근 야권에서는 여기서 점수를 따려고 하다가 완전히 다 잃어 버린 것이다. 최근 안철수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통일대박론엔 복지대박론으로 맞서야 하는데..."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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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이 문제를 야권이 왜 이런 식으로 밖에 다루지 못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내가 듣기에는 안철수 의원 쪽에서 10·4나 6·15 같은 숫자를 빼자는 생각은 있었던 것 같고,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고 그 정신과 가치 아니냐' 해서 이걸 명기하자는 쪽으로 바꾸자는 게 그들의 뜻이었다고 들었다. 이게 왜 이상하게 갈등으로 비쳐지는지, 나는 지금의 야권이 자기문제를 풀어 가는데 너무 계파적, 정파적이라고 생각한다.

김창수 :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아이폰같은 하나의 플랫폼이라면, 대응방식은 두 가지가 나올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 플랫폼 위에서 우리가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앱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아이폰에 대응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는 국민이니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 통일미래, 통일준비 이런 것들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 : 이 소장이 통일대박론에는 복지대박론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는데, '자신이 원하는 공간과 시점에서 싸워야 한다'는 의미인가.

이철희 : 통일, 민족, 도덕 이런 게 보수의 어젠다라고 생각한다. 보수가 강점을 갖는 영역이라고 생각을 하고 한국사회 유권자 지형을 보더라도 저소득층이 보수를 지지하는 이 기묘한 현실을 바꾸어 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사회경제적인 관점에서 확인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것이 성공해야 한국 진보도 그만큼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

자신들이 주안점을 갖는 부분에서 쟁점을 만들고 거기서 논의를 자꾸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노력은 없이, 자꾸 저쪽이 만들어 놓은 곳에서만 놀려고 했다는 점이 있었다는 점에서 야권은 반성해야 한다. 어쨌든 진보가 진보 다우려면 먹고 사는 문제에서 진보적 관점을 제시하고 그것이 어떻게 보수와 다른지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사회 : 그런 지적이 통일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철희 : 통일문제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야권이 많이 아는 편 아닌가. 햇볕정책이라는 트레이드 마크도 있고, 10년간 집권도 해보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한 단계 스스로 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에서 약간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김연철 : 그 구도는 전적으로 공감을 하는데, 외교안보 분야의 대응방식 관련되어서는 저쪽의 이념적 공세에 대해서 이념으로 대응해 온 것은 문제였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프레임을 바꾸려면 유능과 무능이다. 당면한 현안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누가 더 유능한가, 또 앞으로 누가 집권했을 때 이 문제를 잘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국민들이 이것을 이해한다면 사실 보수정부는 굉장히 무능했다. 지금까지 구체적인 평가를 해보면 굉장히 무능했고,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평가를 해보더라도 부정적인 측면들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제대로 제기하지 못했다. 무능한 사람은 자신의 무능을 덮기 위해서 항상 이념의 노예가 된다. 이념공세를 차단하기 위해선 무능의 실체를 드러내어야 된다.

"'유능과 무능' 구도로 프레임 바꿔야... 통일은 복권 아닌 적금"

사회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김창수 통일맞이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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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 :
 민주, 복지, 평화 또는 통일은 그동안 진보가 선점하고 있었던 어젠다였는데 지금 평화 또는 통일 이 부분에 대해서 지각변동이 생기고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통일대박론'을 내세운 보수가 차지하는 그런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지각변동 상황에서 진보가 소극적인 이슈 담당자가 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져선 안 된다. 프레임의 판이 새롭게 만들어 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이 상황에 개입해 들어가야 된다.

이철희 :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가지고 자기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보수가 그려주는 세상과 진보가 그려주는 세상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별성이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또한 그것이 자기 삶에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려면 진보가 그려내는 자기 세상이 있어야 한다. 그 세계를 그리면서 그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한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기 때문에, 저는 뭔가 비판하면서 반사이익을 얻는 야당 콤플렉스, 마이너리트 콤플렉스는 제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김연철 :  통일은 복권이 아니라 적금이다. 복권은 어느 날 길 가다가 줍는 것이라면, 적금은 매달매달 열심히 일해서 꼬박꼬박 넣으면 먼 미래에 큰 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태그:#통일대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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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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