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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 성경에 있는 예수의 말씀이다.
"자신 자가 자국을 사랑하듯이 타인 타가 타국도 사랑하라." 묵자의 말씀이다.

예수가 박애를 주장했다면, 묵자는 겸애를 주장했다. 둘 다 차별없이 모두를 사랑하라는 메시지다.

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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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살펴볼 사상가는 전국시대 하층민들을 대변했던 묵자다. 묵자는 유가와 대립했다. 유가(儒家)가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한다면, 묵가(墨家)는 피지배층의 이데올로기를 대변한다.

유가가 강조하는 사랑인 인(仁)은 별애(別愛)이다. 즉, 친소(親疎)를 구별하는 사랑이다. 일단 내 가족부터 사랑한 다음 이웃으로 확대해가는 사랑이다. 일단 내 나라를 먼저 사랑하라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동심원을 그리면서 퍼져나가듯이 가까운 곳을 먼저 사랑하고 그 사랑이 퍼져냐가는 것이다.

그러나 묵자는 겸애다. 차별없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내 나라든 남의 나라든 똑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가히 혁명적이다. 이렇게 묵자의 사상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이롭게 한다는 겸애교리 철학이다. 겸애교리 즉, 차별없이 사랑하고 이익이 생기면 함께 나누자는 사상이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 공리주의적 성격을 지닌 사상이다.

묵자는 유가에서 강조하는 예를 사치스럽다고 평가절하했다. 유가에서 강조하는 부모 3년상은 노동력의 낭비라고 보았다. 유가의 화려한 장례와 오랜 상례를 비판했다. 묵자는 검소한 삶을 강조했다. 묵가 집단은 항상 검은 옷을 입고 다녔으며, 장신구 같은 사치를 삼갔으며 생산에 힘쓰고 이익은 공동 분배하였다. 인간만이 노동을 하는 동물이라고 하여 노동에 대한 가치를 높이 숭상하였다. <회남자>라는 책에는 '묵자를 따르는 무리가 180명인데, 그들은 우두머리의 명령이 떨어지면 불 속에 들어가는 일이건 칼날을 밟고서는 일이건 절대 주저하지 않을 사람들이다'라고 적혀 있다.

전국시대 말기 맹자가 "세상이 온통 묵적과 양주의 사상뿐이다"라고 개탄한 것을 보면 묵자의 사상이 널리 퍼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묵자는 피지배 계급을 위한 사상이므로 지배계급은 그 사상을 싫어했다.

전국시대가 끝나가고 통일의 기운이 감돌면서 묵자의 사상은 사그라졌다. 특히 한나라 무제는 유학을 관학으로 숭상하면서 묵자 사상은 오랜 기간 땅속에 묻혀 지내게 된다. 묵자 사상이 새롭게 조명받은 건 현대 중국에 공산주의가 들어서면서이다. 그 이유는 인민을 생각하는 공산주의가 묵자의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일 것이다.

<묵자>의 비공(非攻)편에는 침략전쟁을 부정한다. 그러나 방어를 위한 전쟁은 피할 수 없으니 방어를 위한 전쟁무기를 묵가 집단은 많이 만들어 냈다. 묵가의 전쟁무기와 방어전술은 그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전국시대가 저물고 통일제국이 들어서면서 방어전에 머무는 묵가의 전술보다는 이기는 병법을 강조한 손자병법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한편 비명(非命)편에서는 운명론을 거부한다. 우리의 삶을 운명에 맡기기 보다는 인간의 노력이 중요함을 설파하고 있다. 더 나아가 세습적인 신분제를 거부하는 사상으로까지 전개되니, 신분제를 옹호하는 유학과는 절대적 대립관계로 치닫는다.

묵자 사상은 통일의 기운이 감돌면서 당연히 사그라진다. 지배층의 입맛에 맞는 사상은 당연히 법가 아니면 유가일 것이다. 한편 묵가는 몰락한 사회주의와 공통점을 갖는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욕망을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에 처절하게 매달리는 것은 문제이지만, 한편으로 인간의 욕망은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자본주의를 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그 속에서 창의성도 발휘되고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나 묵가 집단이나 사회주의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동기가 꺾여 사회의 동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태그:#김재훈, #인문학 교실, #철학 칼럼, #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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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대한민국 교사로 산다는 것'의 저자 김재훈입니다. 선생님 노릇하기 녹록하지 않은 요즘 우리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찾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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