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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 관련해 새누리당의 초반 기세가 좋다. 꼭 탈환해야 하는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겨루는 정몽준 후보측과 김황식 후보측이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갔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격렬하게 다투고 '원샷 경선'으로 후보가 결정되면 대화합해서 전진하는 모양새를 보여줄 것이다. 선출된 후보는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최대의 수혜자는 이미 정몽준 후보다. 그는 2002년 이후로 가장 강렬하게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2002년과는 명백히 다르다. 당시에는 월드컵 덕을 보았다. 지금은 자력에 의한 지지율 상승이다. 경선에서 김황식 후보에게 패한다 해도 손해는 없다. '당심과 민심이 달랐다'고 주장하며 차기 대선에 올인하면 된다. 그의 꿈은 결국 '대권'에 있기 때문이다.

대놓고 공약파기한 박근혜 정권, 최선을 다해 외면하는 <조선>

지난 2012년 12월 17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경기도 군포 산본중심상가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17일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이틀 앞두고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경기도 군포 산본중심상가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대선승리를 다짐하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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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은 지방선거에 올인하고 있다. '친박' 후보들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라면 박 대통령은 지방선거에 '박심(朴心)'을 전하며 개입하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인 서병수 의원도 박 대통령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전달했고, 인천시장 후보인 유정복 후보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박 대통령 지지의사를 전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들의 '박심' 운운에 청와대는 침묵했다.

박 대통령인지 새누리당의 누구인지 명확히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였다. 그토록 불출마를 강조했던 남경필 의원이 경기지사에 출마한다. 결국 원희룡 전 의원도 제주지사에 출마한다. 경기도 김포가 지역구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도 인천시장에 출마한다. 말을 바꿔 출마하는 후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최고의 경기·제주·인천을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그들을 둘러싼 '잡음'도 나오지 않는다. 잡음을 막는 '사후관리'에 힘이 느껴진다.

이번 6·4 지방선거와 관련해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박근혜의 '공약파기'를 둘러싼 '조용함'이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은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 때 다음 선거와 관련한 정치개혁 공약을 내걸고 당선되었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지났을 뿐인데 공약을 파기하고는 조용하다. 공약파기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뜬금없이 '규제개혁의 전도사'로 나섰다.

'기초선거 무공천' 이행은 돈도 들지 않고 야당도 동의하는 공약이다. 이행된다면 박근혜의 업적 중 하나로 기록될 정치개혁이었음에도 '셀프 폐기'했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심판 역할을 하는 언론은 조용하다. 언론이라면 준엄하게 꾸짖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공론 형성'에 나서야 했다. 대통령의 공약파기에 이토록 관대가 나라가 또 있던가.

통합신당이 '통합'의 명분인 '기초선거 불공천'과 관련해 편법공천 등을 논의 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는 <조선일보> 3월 22일자 사설. 대선공약 뒤집고 '공천'하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 공약 뒤집고 '공천'하는 새누리에는 침묵하면서 통합신당이 '통합'의 명분인 '기초선거 불공천'과 관련해 편법공천 등을 논의 하고 있다며 거세게 비판하는 <조선일보> 3월 22일자 사설. 대선공약 뒤집고 '공천'하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 조선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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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다. 3월 22일자 <조선일보>의 '불공천 내세워 합당하더니 이제 '편법 공천' 궁리하나' 제목의 사설을 보자. 통합신당 지도부는 여전히 '불공천' 원칙을 재확인했다. 일부 의원은 '새누리당 공천'을 언급하며 '기울어진 운동장' 등 현실론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언론이라면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게 먼저인가, 통합신당의 현실론을 비판하는 게 먼저일까.

<조선>은 사설에서 "(통합신당) 일부 수도권 의원들은 자신이 지원하는 기초 후보들과 지역을 함께 돌거나, 신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옷을 입고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고 전한 뒤 "이런 사진을 선거에 이용하면 사실상 공천하는 것이나 진배없게 된다"고 비판한다. 사설은 "이제 통합은 됐고 급한 불은 껐으니 다음 차례는 기초선거 불공천 약속을 적당히 무력화시키는 순서라는 말인가"라며 통합신당 일각의 움직임을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조선> 사설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 왜 공약을 파기하고 기초선거 공천에 나선 새누리당에 대한 언급은 없나.

'공약이니 지킨다?' 곰 같은 안철수, 노림수는 없나

통합신당이 '기초선거 무공천 딜레마'에 빠졌다. 두 정치 세력은 그것을 명분으로 통합했다. 다시 공천한다면 통합정신, 즉 새정치 브랜드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말 무공천을 한다면? 기초선거는 포기하는 셈이다. 일사불란하게 '1번'을 달고 뛰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대항마는 도대체 몇 번인가? 기초단체장, 의원 선거에 '2번'은 없기 때문이다. 6번인지, 7번인지, 8번인지 보통의 관심이 아니라면 알 길이 없다. 표는 분산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수세적 처지'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의 '편법 공천' 운운하는 공격에 '(무공천) 지킬 것'이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안 의원은 21일에도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잘 알고 있지만 서로 어려움을 나눠 짊어지고 가기로 이미 약속했던 사안"이라고 무공천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수세적 처지를 공세적으로 전환하는 것에서 해결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무공천 관련해 명분을 쥔 쪽은 공격을 당하고 해명하는 처지인 것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안 의원, 김한길 대표가 번갈아 가면서 기자회견, 즉 대국민 호소를 통해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이행하라"고 공중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여론전에서 우위에 서야 '새누리당이 공약을 번복하고 공천을 강행한다면 우리도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다'는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정당을 이끄는 안철수, 김한길 대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수세적 처지를 보노라면 다른 '의도성'이 없는지를 살피게 된다. 안 의원은 정말 '정치개혁(새정치)'의 상징이기 때문에 '기초선거 무공천'에 집착하는 것인가. 그래서 '공약'이니 지킨다면서 곰 같이 우직하게 원칙을 고수하는 것인가.

무공천 비판하는 새누리당, '좋은 시절' 끝나 간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원영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원영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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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이제 130석 거대 야당의 수장이 된다. 필마단기로 정치에 뛰어든 지 불과 1년 반만의 놀라운 대성공이다. 입문하자마자 지지율은 대선 주자였지만 처음으로 그는 거대한 정치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통합신당의 화합적 결합을 확실히 해서 자신의 당으로 만들고 나면 그는 차기 대권의 꿈을 위해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다.

사람과 조직이 없는 상태에서 당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지금 안 의원은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민주당 내부의 주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정치개혁 차원에서 '기초선거 무공천'을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처럼 수세적으로 변명하듯이 대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특유의 단호함으로 박근혜와 새누리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안 의원의 수세적, 방어적 태도는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보여주는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은 선거결과가 가져올 후폭풍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안 의원 역시 선거결과가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통합신당의 6·4 지방선거 간판은 안철수가 아닌가! 선거의 결정적 시기, 통합신당 내부의 주도권이 흔들리지 않을 본격 선거철이 되면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전향적 태도가 예상된다.

기초선거 무공천 취지도 훼손하지 않으면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공약파기'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현실론'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명분을 쥐고 있는 측은 통합신당이기 때문이다.

6·4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새누리당은 지금이 좋은 시절이다. 한쪽이 침묵하는 상황에서 일방의 공격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지속 가능한 정상 수준으로 보이지 않는다. 통합신당이 전열을 정비하는 시점부터 거대한 반격이 예상된다. 공천이 무공천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정치현실은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태그:#기초선거, #무공천,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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