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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전쟁>의 저자 박종훈 KBS경제전문기자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세대전쟁>의 저자 박종훈 KBS경제전문기자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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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복지, 경제권을 두고 '베이비붐세대(1955~63) VS 에코붐세대(1979~92)'로 첨예하게 갈리는 대한민국 세대전쟁은 이미 서막을 올렸다. 청년들의 희생으로 기성세대가 누리는 기형적인 경제 구조는 뜯고 뜯기는 동물들의 생존전쟁과 다를 바 없다. "모두가 행복한 삶"은 불가능하다는 무한경쟁시대. 오히려 '희망'을 역설하는 이가 있다.

"세대전쟁을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이라 표현했는데요. 맞습니다. 한정된 파이 속에서 무엇도 할 수 없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닙니다. 세대는 그 사이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고령화의 진전으로 인해 세대전쟁은 한국의 미래를 집어삼킬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세대전쟁을 넘어설 수 있는 시간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희망은 있습니다. 문제를 인식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배우고 지금부터 변화하면 됩니다."

전 세계의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공부하며 한국 세대갈등의 현 주소를 조명해온 KBS 경제전문기자 박종훈.

지난 19일 저녁 7시 30분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83회 10만인클럽 특강 '세대전쟁, 당신은 지금 몇 살입니까' 강연자로 그가 나섰다. 저서 <2015년, 빚더미가 밀려온다>(21세기북스),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21세기북스)을 집필하며 활발한 취재 활동을 벌여온 그는 현재 KBS <시사기획 창>에 소속돼 있다.

100여 명의 청중이 함께한 이날 자리에는 청년유니온,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 민달팽이유니온의 상근가들도 참석해 의견을 보태었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인연으로 이곳을 찾은 청중이 눈길을 끌었다. "세대간 이간질을 넘어서 전 세대의 행복을 발견하고 싶다"던 10만인클럽 회원 전문숙씨 모녀를 비롯해 아빠와 딸, 연인, 스승과 제자 등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온 이들이 많았다.

기성세대 복지를 위해 빚을 굴려야 하는 미래세대

청년의 무너짐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15년 전 부동산 버블로 경제 위기를 맞은 일본이 절실하게 보여준다. 연애, 섹스, 결혼 욕구는 물론이며 소비 욕구마저 득도한 '사토리 세대'의 등장. 그들은 일본 소비 시장을 마비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은 청년세대를 망가뜨린 기성세대와 맞서기 위해 "소비 하지 않기"를 주창하며 만들어진 청년조합이다. 일본은 '미래세대 대 노인세대'의 복지 비중의 차이가 무려 열배. 한국은 어떨까.

"연세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국민연금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달라져요. 국민연금 연령별 연평균 수익률(80세 47.9%, 60세 16.8%, 40세 8.2%, 18세 6.5%)은 세대간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세계적 투자가 워렌버핏의 평생 연 수익률은 어떨까요? 24%입니다.

우리나라 80세가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연 수익률이 47.9%입니다. 엄청난 수익률입니다. 제가 반문할 수밖에 없죠. 이 구조 정상입니까. 우리 청년들이 버텨낼 수 있을까요. 앞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무한정으로 높여야 할 겁니다. 그 빚은 다음세대의 몫입니다. 2040년 정도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초연금을 합한 값이 미래세대 소득의 40%를 차지할 것입니다."

그는 자문했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소득의 40%를 요구할 자격이 있는가. 정말 그 누림은 정당한가. 반면, 빚더미에 앉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는 미미하다.

"2011년 '고용대박'이라 자화자찬하던 청년 일자리 창출. 실상 36시간 이하 직장은 91만 7000개가 늘었지만, 36시간 이상 정규직은 무려 54만 9000개나 줄어들었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65세 이상한테는 한 해의 85만 원이 가요.

6세에서 19세 사이에게는 한 해의 2만 원이 지원됩니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 같은 곳이 없어요. 아동복지지출 비중이 OECD에서 32위(34개국 중)입니다. 이런 와중에 아동빈곤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여러 연구에서 보여주지만 아동빈곤율이 높아지면 인적자본 투자가 안돼 발전이 어렵습니다."

<세대전쟁>의 저자 박종훈 KBS경제전문기자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세대전쟁>의 저자 박종훈 KBS경제전문기자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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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전쟁은 공동의 위기다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서서히 줄어들다, 2020년 이후에는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노동력을 제공하고 근로소득을 창출하며 소비와 저축의 기반을 제공하는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게다. 한국 경제구조가 뿌리째 뽑히는 격이다. 충격은 부메랑이 되어 기성세대로 향한다. 

"기성세대 여러분 은퇴하면 뭐 먹고 살아요. 근로소득으로 사나요? 아니죠. 우리가 한 예금,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로 먹고살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주식시장에서 20~30대가 투자한 비중이 해마다 뚝뚝 떨어져요. 인구수도 적은 청년세대는 돈도 없습니다. 소비할 수 없어요. 결국 주식시장에도 50~60대만 남았어요. 주가, 금리, 부동산 가격이 오르겠어요? 자산투자수익율은 계속 하락할 것입니다. 원금 까먹는 시대가 올 겁니다."

청중석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 공동의 위기였다. 그는 마이크를 다잡으며 "그러나 저는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적같이 경제를 회복시킨 두 나라, 스웨덴과 독일을 이야기했다.

"1990년대 스웨덴도 일본과 함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대출 규모가 증가했습니다. 그렇게 어렵던 시절이었음에도 스웨덴은 가족, 어린이, 청년에게 투자했습니다. 국공립보육시설 75%를 확충했습니다. 무상보육을 확립했어요. 16세 이하 자녀한테 18만 원을 주는 아동수당 체계도 확립했고요. 청년실직자에 대한 실업구조를 훨씬 더 보강했습니다. 인구는 비록 줄었지만 스웨덴 청년들에게 충분한 소득기반이 주어진 거지요."

희망은 무엇에 투자하는가에 있다

소득 지원은 닫혀있던 청년들의 소비 주머니를 열었다. 이는 곧 생산 증가,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한 일본과 확연히 다른 결과였다.

한편, 청년 자원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청년은 중요 자원으로 급부상 중이다. 이웃국가들은 이미 방책을 마련했다. 안현수 귀화가 그 사례 중 하나.

박 기자는 "러시아는 스포츠 선수 뿐 만아니라, 20년간 30만 명의 청년과학 인재를 유치했으며, 인구 증가를 위해 대규모 복지를 실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글로벌청년리더산업'이라며 고급인력에 돈을 주고 해외로 내보내고 있습니다"라며 "청년이 자원이라는 인식이 가장 없는 나라같아요"라고 덧붙였다.

청년의 육성도 중요하다. 독일이 좋은 예다. 독일은 경제위기로 등록금 상승을 공표했다. 청년들은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공공재다"라고 한 목소리를 내며 등록금 상승을 막았다. 사례를 듣던 한 대학생은 무력감을 호소했다. "청년세대 인구수가 적어 표심을 발휘하기가 힘듭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박 기자의 방책은 '기발'했다.

"한 명이 세 명의 역할을 하는 겁니다. 청년들의 활동성은 놀랍습니다. 인구 40만 명의 세대가 와도 120만 명의 역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그리고 다양한 디바이스를 활용하는 겁니다. 혼자서라도 국회의원을 만나세요. 의견을 개진하세요. 그리고 어떻게 대응했는지 트위터로 낱낱이 날리세요. 계속해서 정보를 보내세요. 그게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의문도 있다. "한국은 노인층의 빈부격차가 심해서 노인 두명 중 한명은 생계유지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복지 부담을 기성세대로 되돌리는 게 정답일까요?(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 "독일이나 스웨덴은 대자본, 대기업에서의 양보가 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부분이 우선 해결되어야 하지 않을까요?(청년유니온)" 청년들의 물음에 그는 답했다.

"맞습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정치권은 세대갈등을 더욱 조장하고 이를 이용해 집권에 악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탈리아 부패의 아이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3선은 세대갈등을 악용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 재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한국은 노인세대의 소득불평등이 굉장히 높은데요.

우리나라 기성세대의 순자산 가운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90%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재원 확대는 '노동 소득'에 과세하는 만큼 돈으로 돈을 버는 '자산 투자 소득'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과세해야 합니다.

또한 대기업일 수록 더욱 세금을 적게 내는 비합리적인 법인세 구조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재원을 청년과 가족 복지에 우선적으로 배정해야 합니다. 이는 비용지출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무상이라니요. 훨씬 더 큰 이득으로 사회에 환원될 것입니다."

청중들의 큰 박수로 마무리된 강의. 후일담이 뜨겁다.

대학 강의에 무기력함을 호소하던 송주현씨(21)는 "세상을 다시 알게 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강단 위 박종훈 기자의 노력 덕분이 아닐까. 그는 끊임없이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너흰 나약하지 않아!"라고 화들짝 소리쳐 청년들의 가슴에 자부심을 불어넣기도 했다. 험난한 미래를 앞둔 두 자녀의 아버지로서, 인생 선배로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진심이었다.

"실낱같은 햇빛만 들어오는 무한 경쟁 속에서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인정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전체 햇빛이 많이 들어올지 조금만 더 생각해봅시다. 주어진 공간을 넘어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면 답이 보입니다. 무엇보다 세대전쟁의 문제를 같이 인식하고, 공유하고, 나누면 됩니다. 저도 그래서 시작한 겁니다. 나비효과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태그:#10만인클럽 특강, #10만인클럽, #세대전쟁,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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