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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핵심 증거 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팀의 지휘를 맡은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19일 오후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핵심 증거 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팀의 지휘를 맡은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이 19일 오후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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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혐의 재판 증거조작 사건'에 적용해야 할 법률 조항을 놓고 논쟁이 시작됐다. 구체적으로는 국가보안법 12조(무고·날조)의 '날조' 개념에 대한 해석 논쟁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8일 국보법 12조 혐의 적용에 부정적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만만치 않다. 현재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을 청구하면서 모두 사문서위조(형법 231조 등)와 모해증거위조 관련 조항(형법 155조)을 적용한 상태다.

논란이 되고 있는 형법 155조와 국보법 12조의 사건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형법 제155조(증거인멸 등과 친족간의 특례)
①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2항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국보법 제12조(무고, 날조)
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하여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② 범죄수사 또는 정보의 직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나 이를 보조하는 자 또는 이를 지휘하는 자가 직권을 남용하여 제1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다만, 그 법정형의 최저가 2년 미만일 때에는 이를 2년으로 한다.


윤갑근 팀장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게 날조"

논쟁은 검찰 측에서 먼저 촉발시켰다. 이날 윤 팀장은 "왜 국보법상 용어를 무고·위조죄라 하지 않고 무고·날조로 했을까"라며 "일부에서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와 국보법상 무고·날조죄가 동일하다고 하는데, 조문을 보라. 완전히 다르다"라고 말했다.

"증거위조는 '사건에 대해서', 국보법은 '죄에 대하여'로 돼 있다. '죄에 대해서'라고 한 취지는, 정확히 입법취지는 알 수 없지만, 법해석상 전혀 없는 사실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고,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에 방향성을 갖고가는 게 증거위조로 볼 수 있지 않나 해석 가능하다.

국어사전 개념상 날조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거라고 봐야한다. '날' 하면 세잖아. '날도둑놈', '날로 먹는다'. 위조는 뭔가 비교대상이 있거나 어떤 문서의 그림자라도 있는 거에서 만들어내는 게 위조고,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날조다. 보통 가짜상품을 날조라고 안하고 '위조상품'이라고 하지 않은가. 비교대상이 있는, 적어도 형체는 있는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위조고,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게 날조다.

이 사건 관련해서 보면, 날조면 전혀 새로운 거냐, 실체는 전혀 거짓말이냐, 이건 판명된 게 없다. 간첩 여부도 1심 무죄지만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사실관계 특정된 건 하나도 없다. 이 상태에서 (국보법상 무고·날조로 안 가고) 증거위조, 모해증거위조로 간다고 축소다 봐주기다라는 지적은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 논리를 정리하면 ▲날조는 위조보다 더 센 개념이며 ▲유우성씨의 간첩 혐의가 아직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국보법 12조 적용은 힘들다는 것이다.

"날조는 위조 포함하는 개념... 유무죄와 상관 없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반론이 이어지고 있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즉각 반박 글을 올렸다. 박 의원은 "윤갑근 팀장 혹세무민 마세요"라며 "공안 대부 황교안 장관께 여쭤봐요, 국보법해설서에 날조란 증거를 허위로 조작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날조는) 형법상의 위조와 의미가 같으나 국보법 오남용 방지책으로 특별히 둔 것"이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거라니... 모래로 밥을 짓는 말과 뭐가 달라요"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형법 155조는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 또는 변조하거나 위조 또는 변조한 증거를 사용'이라고 되어 있고, 국보법 12조는 '증거를 날조·인멸·은닉'이라고 되어있다"면서 "여기서 날조는 위조보다 더 좁은 범위가 아니라, 적어도 위조와 변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의 논리가 궁색하다"면서 "날조의 사전적 의미가 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해위조는 좀 점잖은 표현이고, 국보법은 일본의 치안유지법은 그대로 베꼈기 때문에 날조라는 용어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우성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국보법 12조 적용이 힘들다는 논리에 대해 유씨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이렇게 반박했다.

"말이 안되는 논리다. 초보적인 문제다. 그 조항은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하기 위해서 증거를 날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건데, 그러면 그 사람이 무죄를 받건 유죄를 받건 상관없이 증거를 날조해서 처벌받게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유우성씨의 유무죄 여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쓴 <국가보안법>이라는 책을 보면 이런 표현이 있다. 무죄를 유죄로 만들 증거는 당연히 (12조에 해당) 되는 거지만, 같은 유죄라도 형량이 더 높아지는 증거를 낼 수도 있지 않은가. 이 사람은 죄질이 정말 안좋은 사람이라는 증거를 허위로 낼 수 있다. 이럴 경우에도 날조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유씨 항소심이 진행중인 것과, 또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와 날조죄 처벌 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태그:#국정원, #조작, #윤갑근, #국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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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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