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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한정식 한상.
 산채한정식 한상.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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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봄철이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광양 매화마을과 구례장터 그리고 섬진강이다. 먼저 구례로 떠나보자. 여행길에 묘미 중 빠트릴 수 없는 게 맛집 탐방이다. 3년 전에 맛봤던 서울회관의 산채한정식이 문득 떠오른다.

이집 음식은 무려 40여 가지나 되는 반찬이 시선을 압도한다.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한눈에 사로잡는다. 떡 벌어진 한상에 상다리도 휘청거릴 정도다. 지리산 자락에서 나온 산나물과 갖가지 반찬들이 가득하다.

상차림을 자세히 살펴보니 남도의 한정식이라기보다는 그냥 잘 차려진 백반이다. 남도의 삼합이라면 홍어삼합에 갈비찜, 낙지요리와 생선회, 육전 등은 기본으로 올라와야할 터. 구례에 가는 길이면 한번쯤은 들려볼만한 곳이다.

이곳에 갈 때는 셋 이상이 가야 가격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음식 값은 둘이 먹으면 3만원, 셋이서는 3만3천원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셈법은 손님 입장에서는 썩 달가운 것이 아니다. 셋 이상이라면 가격대비 무난한 밥상이다. 반찬의 가짓수를 줄여서 인원수에 따른 보다 현실적인 가격대의 음식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식당의 입장에서 보면 비싼 물가에 이렇게 차려내자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지역의 특색과 실속을 갖춘 반찬 몇 가지면 족하다. 이렇게 반찬의 가짓수가 많다보면 젓가락이 스쳐가지도 않은 음식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늘 아쉽다.

음식 맛은 대체로 순수하고 무난하다. 주인할머니가 직접 챙기기 때문이다. 식당한지 30여년이 다 되어 가는데 20년 전이나 30년 전이나 똑같이 나온다고 찬을 나르던 할머니는 말한다. 할머니는 자신을 12년차 왕초 할머니라고 소개했다.

갓 버무려낸 생도라지무침에서 지리산의 향기가 느껴진다.
 갓 버무려낸 생도라지무침에서 지리산의 향기가 느껴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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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에서 29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할머니는 더불어 삶을 실천하고 있다.
 구례에서 29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할머니는 더불어 삶을 실천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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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나물과 생도라지무침, 풋풋함이 가득한 돌나물, 미나리무침, 아삭함이 살아있는 오이무침 등의 반찬이다. 수많은 반찬의 가짓수에 젓가락이 방향을 잃고 잠시 머뭇거린다. 입맛을 쉬 잃기 쉬운 봄철에 입맛 살리는데 제법 괜찮아 보인다.

이집도 방송을 탔다. VJ특공대에 소개된 이후로 유명세다. 주말이면 많은 손님들이 북적댄다.

팔고 남은 음식은 구례 지역 독거노인들 몫이다. 올해로 29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할머니(73·강경순)는 더불어 삶을 실천하고 있다. 변질되기 쉬운 반찬은 버리고 마른 반찬은 이렇듯 날마다 어려운 이웃들과 나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채한정식, #상다리, #백반, #섬진강,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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