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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국과 눈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몰아친 가운데 지난 밤 눈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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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까지 지났으니 완연한 봄입니다.
남도에는 완연한 봄이 왔지만, 아직 경기중부지방은 춥습니다. 
지난밤 봄을 시샘하는 눈이 내리고, 아침엔 제법 찬바람이 불어와 체감온도는 한 겨울 들판에 서있는 듯 차갑습니다.

어쩌면 올해 마지막 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요모조모 살펴보게 됩니다.
아무리 미운 것도 떠나 보낼때가 되면 아쉽고, 애틋한 법인가 봅니다.

제법 길었던 겨울이니 어서 봄이 왔으면 좋으련만, 아주 천천히 봄은 오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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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들강아지 이미 보름 전에 피어났지만 꽃샘추위때문인지 뽀송뽀송 솜털만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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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강아지는 보름 전에 만났는데, 보름이 지났어도 그 모습 그대로인듯 솜털만 보송보송 합니다. 꽃샘추위가 다 물러간 뒤에야 꽃을 피우겠다는 듯이 더 야물딱지게 솜털옷을 입은것 같습니다.

밤새 내린 눈은 솜털의 따스함에 녹은 것인지, 아침 햇살에 녹은 것인지 흔적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나뭇가지는 연록의 빛이 더해졌고, 제법 물도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나뭇가지가 촉촉합니다.

봄의 느낌 중 하나는 그 촉촉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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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국의 헛꽃 산수국의 헛꽃에 흰눈이 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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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의 헛꽃, 이젠 잎맥만 남아서 잠자리 날개처럼 변했습니다.
이제 저 눈이 녹고나면 저 헛꽃잎도 잠자리 날개처럼 하늘로 날아오르다 흙으로 돌아가겠지요. 그때쯤이면 봄이 완연할 것이구요.

산수국의 헛꽃을 볼 때마다, 헛꽃의 마음을 되내이며 교훈을 얻습니다.
참꽃을 위해 희생하지만, 참꽃도 다 떠난 때에는 더욱 더 빛나고, 비록 쇠잔해 가지만 한 겨울 추위에도 시들지 않고 피어있는 꽃입니다.

참과 헛것의 경계를 무너뜨립니다.
우리가 헛된 꿈이라고 일찌감치 포기했던 것들이 참꿈이라고 말하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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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국의 헛꽃 헛꽃의 가는 모습도 흰눈에 피어난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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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그토록 질기게 남아 겨울을 나는 것일까요?
그저 삶에 대한 애착이었을까 생각하다가 문득 그들이 아직도 할 일이 남아있어서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수국의 이파리는 제법 큰 편입니다.
작은 꽃이지만 참꽃이 바글바글 모여 피어나기 때문에 어른 손바닥보다도 큰 꽃입니다. 그렇게 화사했던 꽃인데, 겨울이 되어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있으면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해 보여 새순을 내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겨우겨우 가을날 꽃을 피었는데, 곧이어 겨울이 왔으니 겨우 한 철 꽃을 피우자고 그렇게 고생을 하나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음을 달래주려 한 겨울에도 헛꽃이 지지않고 버티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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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국의 헛꽃 이미 봄은 왔지만, 아직도 겨울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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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전성기도 있고 쇠퇴해가는 시기도 있습니다.
노년의 삶은 전성기를 지나 쇠퇴한 삶이지만, 그 노년의 삶에도 여전히 자랑할 수 있고, 살아갈 의미들을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은 어쩌면 전성기때 피어낸 꽃들의 흔적일 것입니다. 그것이 헛꽃 같은 것일지라도 말입니다.

저는 오늘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산수국의 헛꽃, 곧 사그러질 헛꽃을 보면서 부모님을 떠올렸습니다. 두 분다 치매로 고생을 하고 계신데, 정작 본인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것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힘이 든 것은 어찌할 수 없습니다.

그 분들에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열심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육신이 늙으면 그냥 그렇게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야먄 하는 삶의 질서가 야속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피워냈던 삶의 흔적들, 그 흔적들이 산수국의 헛꽃처럼 남아있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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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수국의 헛꽃 잠자리 날개처럼 투명해진 산수국의 헛꽃, 이젠 바람따라 날아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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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의 헛꽃도 머지않아 떨어지겠지요.
잠자리 속날개를 닮은 잎맥만 남은 헛꽃, 조만간 봄바람에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그 비행을 마치고 나면 흙에 기대는 날이 오겠지요.

누가 기억해 주지 않아도, 봐주지 않아도 그의 삶은 아름다운 삶이었습니다.
무명씨들과 같은 꽃이 헛꽃, 그 무명씨의 삶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삶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그러나 봄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는 이들은 없습니다. 내일 아니면 모레, 길어야 일주일이면 겨울의 흔적은 사라지겠지요.

우리네 역사도 그렇게 분명하게 봄이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다시 겨울이 오고, 다시는 겨울로 회귀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봄이 오기도 전에 더 깊은 겨울로 향합니다. 사람들은 치매에 걸렸는지, 겨울인데 봄이라 좋아라 합니다. 마치 봄을 보지 못한 사람들 처럼 말입니다.

봄, 계절의 봄이든 역사의 봄이든 머지 않아 온 누리에 가득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