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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지개발로 오충사 인근이 높아져 오충사가 지붕만 보이게 됐다"며 불만을 나타낸 문중에서는 “여수시장은 각성하고 오충사 민원 해결하라. 지붕만 보이는 오충사 공사 즉시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택지개발로 오충사 인근이 높아져 오충사가 지붕만 보이게 됐다"며 불만을 나타낸 문중에서는 “여수시장은 각성하고 오충사 민원 해결하라. 지붕만 보이는 오충사 공사 즉시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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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사 정화사업추진위원회와 압해정씨 여수종친회가 문중 제각인 오충사(五忠祠) 주변의 택지개발 계획에 이의를 제기, 여수시에 제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수시는 '현안 유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수시 웅천동 웅동 마을에 있는 오충사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을 따라 종군하다가 전사한 정철(충절공)·정춘(충의공)·정인(충숙공)·정대수(충정공)의 4위를 모셔 '사충사(四忠祠)'라 했다. 하지만 1864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철폐됐다. 오충사(五忠祠)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21년 웅천동에 사우를 다시 세울 때 충무공을 주벽으로 모시고 기존의 4충신을 배향한 데서 유래했다. 현재의 사당은 1938년 일제 강점기에 철거된 것을 1962년에 복원한 것이다. 앞면 3칸 단층 팔작지붕이며 신당·강당·재실 등의 부속 건물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순천도호부 관내 고음천(현 여수시 웅천동)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던 창원정씨 후손들은 1593년 5월부터 1597년 4월 초까지 이충무공의 모친인 변씨 부인과 그 일가 친족들을 같은 마을에 기거케 하며 피란 생활을 보장했다.

아울러 정철과 정춘, 정인, 정대수 등은 임진왜란 초부터 충무공 휘하에 자진 종군해 의병활동을 전개, 큰 전공을 세운 해전 공신들이다. 당시 정철은 수문장으로, 정춘은 판관으로, 정대수는 부장 신분으로 모두 1등 공신에 올랐다. 또한 정인의 경우, 역시 부장으로 2등 공신에 등재됐다. '정씨4충(丁氏四忠)'이란 이름이 생긴 까닭이 여기 있다.

압해정씨 여수종친회 "개발되면 오충사는 지붕만 보여"

그런데, 여수시의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 계획이 나오자 장군들의 위패를 모시고 매년 춘추로 제향을 거르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 영구보존회와 지방 유림들은 여수시 당국의 개발 계획에 문제를 제기했다.

총 280만 ㎡ 규모에 달하는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은 2004년에 착공해 올 연말 완공될 예정이다. 민간투자회사인 블루토피아에서 자금을 대고 여수시 공영개발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택지개발사업 지역 내에는 정씨 집성촌인 웅동·웅서 마을이 있었고 마을 주민들은 보상이 끝나 이주한 상태다. 이 웅동마을 안에 압해정씨 문중의 조상을 모시는 제각인 오충사가 있는 것이다.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을 두고 종친회장 정채홍(78세)씨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택지개발 전 오충사 주변에는 집이 없었어요. 하지만, 공사가 들어가면서 주변 땅을 돋워 오충사는 지붕만 보입니다. 목조건물은 불·물·통풍이 잘 이뤄져야 영구 보존이 가능합니다.

선산은 (개발 공사 때문에) 마구 파헤쳐져 형태가 이상하게 됐으며, 사당과 묘지 위에는 배수 콘크리트 펌프장을 만들어 산의 혈맥을 끊어버렸습니다. 또 서쪽 방풍림이 무단으로 훼손돼 산사태와 토사 유출의 우려가 있고, 우천 시 대인산에서 쏟아져 내려오는 물이 문중 제실 오충사로 오게 만들었습니다.

기존 암거수로도 다 없애버리고 조망권을 침해당해 서쪽·동쪽·북쪽에서 오충사를 바라보면 지붕만 보이게 됐습니다. 이상한 건물이 돼버렸습니다. 저희 후손들은 이 처참한 모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도로변에서 오충사를 알렸던 이정표가 공사중이라 오충사 옆에 뉘어져 있다. 비석 뒤로 보이는 흙을 보면 오충사 주변부가 얼마나 돋아졌는가 알 수 있다. 흙이 쌓여있는 곳은 종합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도로변에서 오충사를 알렸던 이정표가 공사중이라 오충사 옆에 뉘어져 있다. 비석 뒤로 보이는 흙을 보면 오충사 주변부가 얼마나 돋아졌는가 알 수 있다. 흙이 쌓여있는 곳은 종합병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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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웅천지구 택지개발사업 계획도를 보면 오충사 주변에는 종합병원과 상가 및 주차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오충사의 이미지를 고려해 일반 가벽보다 전통형 담장을 도입하고, 위락활동보다는 탐방활동 중심의 휴식시설을 갖춘 근린공원(면적 1만2388㎡)을 만드는 것으로 설계 방향을 정했다.

웅천지구 택지개발계획도. 현재 오충사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종합병원이, 앞으로는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다.
 웅천지구 택지개발계획도. 현재 오충사를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종합병원이, 앞으로는 상가가 들어설 예정이다.
ⓒ 여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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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회의 등은 지난해 12월 여수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자 여수시 공영개발과는 지난해 12월 27일 아래와 같은 답변(문서번호 241543)을 내놨다.

▲ 오충사와 좌측도로(중로 2-121)는 오충사보다 약 5.0m 높게 설계되어 있으며, 현 시공은 오충사보다 약 4.0m 높게 성토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 중로 2-121과 병원부지 계획고를 절하시키는 방안과 오충사 건물을 상승 시키는 공법을 검토결과 두 공법 모두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고 공사기간도 5개월가량 소모될 것으로 판단되며, 추후 오충사 인근에 병원과 상가 건축시 현재와 동일한 조망이 예상됩니다.

▲ 현상태에서 약 1.0m 계획고를 낮추어 시공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오충사 공원 조성시 공원앞 도로(중로1-43)에서 오충사의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 웅천택지개발사업 지구 내 우수배제 계획, 지하매설물 등을 고려해 유로의 방향과 관로매설위치를 결정하여 수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압해정씨 종친회는 "여수시의 답변을 수용할 수 없다, 오충사를 현 위치에서 3미터 높여 복원해달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종친회는 지난 2월 18일 시전동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 참석해 여수시에 현안을 해결해달라고 건의했다.

여수시 "공사 다 끝나면 더 돋보일 것"

당시 여수시 도시개발사업단장은 "투자자와 협의해 보니 한옥을 올리는 데 9~10억 원이 드니 새로 짓는 게 낫다"면서 "오충사 앞에 3000평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김충석 여수시장은 "오충사가 훼손되면 안 된다, 역사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대로 있어야 해 존치시키라고 했다"면서 "오히려 (오충사를 현 위치에서 3미터) 들어올리면 역사성이 없어진다, 오충사 공사가 다 끝나면 과거보다 더 돋보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종친회는 지난 2월 28일 문중총회를 다시 열어 "여수시의 답변은 신빙성이 없다"며 오충사 정문에 '여수시장은 각성하고 오충사 민원 해결하라, 지붕만 보이는 오충사 공사 즉시 중단하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오충사 주변의 택지개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멀리서 촬영한 사진이다.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고 산자락에 오충사가 보인다. 주변에 종합병원과 상가가 들어서면 오충사가 안 보일 것은 불문가지다.
 오충사 주변의 택지개발 현장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멀리서 촬영한 사진이다. 덤프트럭과 포크레인이 공사를 하고 산자락에 오충사가 보인다. 주변에 종합병원과 상가가 들어서면 오충사가 안 보일 것은 불문가지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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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문중 관계자와 함께 여수시 담당자를 찾은 정채홍(78) 압해정씨 종친회장은 "개인 사유지도 보상하고 배려한다"면서 "충신의 사당이 이렇게 됐다면 여수시가 의무적으로 해줘야 당연한 것인데 민원을 넣어도 이런 식으로 나오나"라고 반문했다.

여수시의 답변을 들은 종친회는 "여수시의 방침대로 하면 오충사는 보존 가치가 없어지기 때문에 시의 입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집단행동도 불사할 태세다. 애초 도시계획단계부터 오충사 주변과 인근 건물간 납득할만한 거리를 확보해 근린공원으로 개발했다면 종친회의 반발도 없었을 테고 후손들에게 좋은 역사 교육장으로 남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오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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