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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금강정비사업이 완공됐고 그로부터 1년 8개월이 흘렀다. 큰 홍수가 발생하는 시기도 아니고  폭염으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겨울 금강현장은 적막해 보인다. 주마간산으로 지나가면서 보는 모습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금강에는 이미 봄을 준비하고 있고 생명이 시작되고 있다.

산책로가 깨지고 부서진 곳에 풀이 자라고 있고, 사람이 이동하지 않는 산책로는 동식물의 이동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흙이 쌓여가면서 산책로를 덮어, 생명을 키워내고 있었다. 잘려진 나무에서는 기생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반면 어설프게 만들어 놓은 목교는 1년 8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자연의 풍파를 견디지 못한 채 부서져 있다.

지난 2월 28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회원들과 함께 2월 정기모니터링을 진행했다. 모니터링을 하면서 하왕지구(부여군 사산리)를 찾았다. 3시간여 동안 걸어 다니면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금강 우안(강의 우측)에 설치된 하왕지구에는 자전거도로가 없고 산책로만 있다. 금강자전거 종주코스는 하왕지구 건너편인 좌안(강이나 바다 따위의 왼쪽 기슭)에 설치되어 있다.

자전거 도로가 없기 때문일까? 모니터링 기간 내내 조성된 공원에서 한사람도 만날 수 없었다. 하왕지구에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4개의 목교(나무로 만든 다리)는 뒤틀리고 곳곳이 깨져있었다. 심한 곳은 기초 철골이 노출되어 안전이 걱정될 정도였다.

이가 빠진 것처럼 패널이 떨어진 곳과 패널이 유실된 곳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패널이 울퉁불퉁 하게 되어 있어 걷다가 걸려 넘어질 위험이 높은 곳도 많았다. 패널이 유실된 곳은 오랫동안 방치되었는지 풀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다. 인공 구조물이 무너지고 자연은 스스로 복원의 길을 택하고 있는 듯 했다. 

오래된 흔적처럼 풀들이 이빨빠진 다리를 덥고 있다.
▲ 판넬이 빠져버린 다리 오래된 흔적처럼 풀들이 이빨빠진 다리를 덥고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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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이가빠진 다리가 있다.
▲ 다른곳에 또 부서진 패널 곳곳에 이가빠진 다리가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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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를 위한 난간의 금은 안전에도 위협적이었다.
▲ 난간 기둥에는 금이 가 있는 모습 보호를 위한 난간의 금은 안전에도 위협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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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교에 금이가면서 걸어가다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 울어서 금이간 목교 목교에 금이가면서 걸어가다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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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넬이 부서져 있다.
▲ 색갈 차이가 나 새로 공사를 한 곳과 부서져 골조가 보이는 다리 판넬이 부서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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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현장보다 못한 4대강 현장

두번째 다리가 끝나는 지점에는 산책로와 목교가 접한 부분에 복구한 흔적이 있었다. 기존에 부서진 시멘트를 일부 걷어내고 새롭게 미장을 해 놓았는데 공사 후에 기존에 부서진 시멘트 쓰레기가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버려진 시멘트는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어 시멘트독과 오염물이 될 수 밖에 없다.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복구돼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녹색으로 포장되어 홍보되고 있는 4대강 현장은 그야말로 공사현장보다 못한 곳이 돼 있다.


강을 건너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계단과 징검다리는 형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풀밭으로 뒤덮여 있었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듯 했다. 하왕지구에 설치된 시설물들은 사람들도 이용하지 않지만 많은 부분이 훼손되어 있었다.

금강정비사업으로 만들어진 둔치 중에서 가장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 하왕지구이다. 주변에 주택지역이 없고 자전거도로도 좌안으로 만들어지면서 사람들의 접근성이 매우 낮다.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보다는 현재 상황에 맞는 보수가 필요해 보였다.

잡초만 무성한 징검다리와 계단
▲ 징검다리와 계단 잡초만 무성한 징검다리와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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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람이 접근하지 않는 하왕지구가 동식물들에게는 오히려 안전한 서식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부서지거나 훼손된 인공구조물들과는 대조적으로 많은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위한 지속적 관리보다, 생태보전을 위한 지역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명해 보였다. 실제로 많은 새와 동물들의 배설물과 봄을 준비하는 식물들의 움트는 모습을 걷는 내내 확인 할 수 있었다.

500억을 들여 식제한 나무들 중에 잘려진 나무들 많이 있다. 아예 죽은 나무는 밑둥을 잘라내지만 약간의 회생가능성이 있는 나무는 약 1m정도를 남겨놓고 잘라 놓은 것이다. 이렇게 남겨진 나무 일부에는 버섯들이 자라고 있었다. 잘린 나무는 버섯의 숙주가 되어 주고 있는 것이다.


산책로의 일부구간에는 자연스럽게 흙이 조금씩 쌓이면서, 풀이 자라나고 있었다. 비와 바람의 이동으로 산책로의 주변지역에 자연스럽게 토사가 쌓이면서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식물의 위력은 산책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식물이 산책로를 비집고 나왔다.
▲ 부서진 산책로를 비집고 성장중인 식물 식물이 산책로를 비집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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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릿은 새들중 육싱성 새들이 소화를 시키지 못한 것을 다시 뱃어낸 덩어리이다.
▲ 맹금류 팰릿 팰릿은 새들중 육싱성 새들이 소화를 시키지 못한 것을 다시 뱃어낸 덩어리이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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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 동물의 서식공간으로 거듭나다

쉼터의 의자에도 풀들이 자라고 있었다. 산책로를 비집고 자라나는 풀도 있었다. 말그대로 잡초처럼 대단한 생명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또한 산책로에는 다양한 동물의 배설물도 있었다. 족제비와 너구리 등의 배설물이었다. 아마도 산책로를 이동통로로 이용하는 것 같다. 

은신할 때는 풀밭을 이용하고, 이동할 때는 산책로를 이용하는 것 같았다.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팰릿도 볼 수 있었다. 먹고 난 후 소화되지 않은 뼈나 털 등을 맹금류들은 모아서 덩어리 형태로 다시 토해 내는데, 이것을 팰릿이라고 한다. 팰릿이 있다는 것은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가 서식한다는 증거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맹금류의 서식은 생태적 건강성을 입증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사람이 접근하는 않는 계단과 징검다리에는 심지어 수달의 배설물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곳이 비오톱(생물서식공간)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징검다리에서 잠시 쉬면서 먹이도 먹고 배설도 하는 수달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았다.

분명 사람들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동물들이 쉽게 이런 시설물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 만든 시설물이 방치되면서 생물을 위한 시설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 비늘이 선병하게 보이는 것으로 봐서 수달의 배설물이 확실하다.
▲ 수달 배설물 물고기 비늘이 선병하게 보이는 것으로 봐서 수달의 배설물이 확실하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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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이번 글을 보고 국토부가 금강에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고 홍보할까봐 조심스럽다. 이전에도 공주보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4대강 사업으로 생태계가 회복된 것처럼 이야기 하려고 했다(관련기사 :4대강 홍보 수달사진전, 부끄럽습니다).

다시한번 그런식의 해석은 지양해 줄 것을 당부한다. 이글을 작성하는 목적은 하나다. 사람들이 접근이 없는 하왕지구를 생물 복원지역으로 설정하고, 생물들의 서식처 복원지역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한다. 사람들의 접근을 통제해 생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부여군 등은 금강의 시설물 전체를 관리하기에는 인력도 부족하지만 예산도 부족하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하왕지구와 비슷한 지역이 금강 여러 곳에 있다. 금강 주변 보전 패러다임이 바뀌기를 기대한다.


태그:#금강정비사업, #복원, #하왕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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