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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동강시장 입구. 장터가 열리면서 금세 사람들로 북적댄다.
 고흥 동강시장 입구. 장터가 열리면서 금세 사람들로 북적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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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터 오르자 장터가 어둠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장옥 아래로 반듯하게 줄을 맞췄다. 위쪽은 어물전과 싸전이, 아랫부분은 잡화전과 채소전이 자리했다. 시골장터 치고는 제법 규모가 있다. 유둔마을에 선다고 해서 '유둔장'으로도 불리는 전남 고흥 동강장이다.

매 1일과 6일 고흥농협 하나로마트 동강지점 맞은편에서 열린다. 지난 16일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 따끈한 유자차 한 잔을 마시고 장터 구경에 나선다. 장터는 어물전에서부터 시작됐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매생이를 비롯 펄떡펄떡 뛰는 숭어, 새조개, 굴, 바지락, 감태, 꼬막 등이 푸지다.

어시장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동쪽으로 순천만, 서편으로는 보성만, 남으로는 남해와 마주하고 있는 덕이다. 물꼬를 튼 것은 굴이다. 동강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백일도 갯바위에서 갓 쪼아온 것이다. 탱글탱글한 게 시선을 붙잡는다.

동강장 풍경. 알이 작은 자연산 굴이 눈길을 끌고 있다.
 동강장 풍경. 알이 작은 자연산 굴이 눈길을 끌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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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장 어물전. 동강장의 절반이라 할 만큼 어물이 푸지고 오지다.
 동강장 어물전. 동강장의 절반이라 할 만큼 어물이 푸지고 오지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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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이여. 자연산 굴은 씨알이 자잘해. 까노믄 놀미놀미해(까서 놔두면 노르스름해). 꼬들꼬들 허고. 그릇에다 부어 놓으면 금방 알어. 쩌기 쌓아 논 (양식)굴과는 달라."

42년째 장터를 연줄 삼아 살아가는 김씨 할머니의 자랑이다. 바로 옆 호떡집에서 갓 구워낸 노릇노릇한 찹쌀 호떡을 사들고 김씨 할머니와 유씨 할머니의 사이를 비집고 앉았다. 호호 불어가며 먹으니 꿀맛이다.

"나는 주로 상을 파는디. 겨울에는 매생이와 파래 장사를 해. 내일 주위에 장이 없응께. 오늘은 장사가 조금 되네."

유씨 할머니의 말이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재기에 2000원하는 매생이와 1000원하는 파래 한 상자를 팔았다. 천등산 금탑사 주변에서 캐 왔다는 5년생 도라지도 바닥을 봤다.

동강장 어물전 풍경. 새벽 찬바람에 할머니가 두꺼운 옷을 걸치고 추위를 달래고 있다.
 동강장 어물전 풍경. 새벽 찬바람에 할머니가 두꺼운 옷을 걸치고 추위를 달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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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익〜 하는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더니, 연이어 뻥-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튀밥 튀기는 소리가 장터를 한바탕 들었다 놓는다.

"아이고! 애 떨어지것네."

등에 아이를 업은 한 여성이 너스레를 떤다. 그 사이로 한 줄기 햇살이 장터에 내리쬔다.

"아이고 살것네. 날씨가 계속 이랬으면 좋겠네."

장꾼들이 한 마디씩 내뱉는다.

사실 장터가 열리기 직전의 날씨는 너무 추웠다. 차가운 바람에 손과 발이 꽁꽁 얼 지경이었다. 좌판을 펼치러 나온 장꾼들도 눈만 내놓고 온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모닥불을 지피고 불을 쬐며 좌판을 펼치는 장꾼들의 몸놀림도 분주했었다.

동강장 어물전. 시장에서 가장 활기를 띄는 곳이다.
 동강장 어물전. 시장에서 가장 활기를 띄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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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장 풍경. 한낮의 날씨와 달리 새벽부터 아침 바람이 차갑다.
 동강장 풍경. 한낮의 날씨와 달리 새벽부터 아침 바람이 차갑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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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은 한때 고흥의 관문이었다. 고흥을 들고 날 땐 반드시 거처야 하는 곳이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장터의 규모도 어마어마했다.

"면의 장 치고는 굉장했제. 벌교장하고 비등비등 했응께.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발 디딜 틈이 없었응께. 근디 요즘은 많이 죽었어. 저놈의 도로(벌교-고흥간 4차선 국도)가 생기면서 더 죽어 버렸당께."

46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다는 자칭 터줏대감 할머니의 넋두리다. 그 말에서 동강장의 과거와 현재가 그려진다. 점심 때가 되자 사람들로 북적였던 장터가 한산해진다. 장터도 금세 휴식에 들어간다.

동강장 풍경. 흥정이 끝나고 물건과 돈이 오가고 있다.
 동강장 풍경. 흥정이 끝나고 물건과 돈이 오가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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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동강장, #어물전, #오일장, #재래시장, #고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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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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