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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9일, 동계방학 미주권 어학 및 문화체험 연수프로그램에 참가했던 20여 명의 건국대학교 학우들이 샌프란시스코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했습니다. 지난달 8일부터 진행되었던 이 프로그램은, 미국 오레건 주 포틀랜드에 위치한 메릴허스트 유니버시티(Marylhurst University) 산하 부설 어학원인 퍼시픽 인터내셔널 아카데미(Pacific International Academy, 이하 PIA)에서 약 한달 여 기간 동안 어학 수업과 홈스테이 등을 통해 영어 실력을 증진하고 미국의 문화를 체험하는 국제교류 프로그램입니다.

필자를 포함한 20여 명의 건국대학교 학우들은 포틀랜드에서 한국과 다른 생활 방식과 문화를 학습하고, 여행과 쇼핑을 즐기는 한편, 어학과 문화 외에도 말로 형언하기 힘든 소중한 가치들을 배우고 왔습니다.

첫 날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경유하여 포틀랜드 공항에 도착하였을 때의 설렘과 긴장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요. 비행기에서 내려서 짐을 찾자마자 우리는 각자 한 달간의 미국 생활의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홈스테이 집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어떤 학우들은 호스트 패밀리 분들께서 마중 나와 데리고 가셨지만, 개인 사정으로 호스트 패밀리가 직접 픽업을 할 수 없는 학우들은 PIA 선생님께서 픽업한 차량을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처음 호스트 패밀리와 만나게 되었을 때의 느낌은 설렘과 경외감이었을 것입니다. 아파트와 기숙사에서만 살다가 접하게된 전혀 다른 주택의 모습, 어색함과 긴장감에 잘 나오지도 않는 영어로 호스트 패밀리와 자신이 서로 알아가고 친해지게 되는 최초의 시간, 이 모든 것이 한 달여간의 포틀랜드 생활의 첫 단추를 꿰매는 일이었습니다.

메릴허스트 대학의 풍경
 메릴허스트 대학의 풍경
ⓒ 신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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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과 뒤바뀐 시차 때문에 잠을 설친 다음 날부터 약 2~3일간 PIA에서 몇 가지 오리엔테이션과 포틀랜드 생활에 있어 주의할 점 및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안내받은 후, 본격적으로 PIA 어학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수

업은 문법(Grammer), 듣기와 말하기(Listening & Speaking), 작문(Writing), US 커뮤니케이션 앤 컬쳐(US Communication & Culture)등 총 4개의 수업으로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사전 신청했던 몇몇 학우들에 한해 매주 금요일에 봉사활동(Volunteer Activity)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홈리스 센터 등을 직접 방문하여 일을 돕고 대화함으로써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 이슈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프로그램입니다. 앞으로 한 달간 우리는 매주 4개의 수업과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매일 주어지는 수업과제와 씨름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간신히 도착한 미국에서 마냥 과제만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누가 봐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입니다. 우리는 틈틈이 PIA에서 제공하는 액티비티(Optional Activity)를 이용하거나 혹은 개별적으로 계획을 잡아서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100달러짜리 한 달 교통 티켓을 끊고 포틀랜드 전역을 돌아다녀 보기도 했고, 국제면허를 소지한 친구의 주도로 저렴하게 밴을 렌트하여 오레건 주 인근 해변을 투어하기도 했습니다.

포틀랜드 인근 최대 쇼핑몰인 우드번 아울렛(Woodburn Outlet)에서 가족들이나 지인들한테 줄 선물들을 쇼핑 하며 스스로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NBA 농구 경기를 직접 관람했던 경험은 그야말로 '내가 언제 이런 경험을 또 해볼까'라는 생각을 가질 정도로 독특한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갔던 여행인 씨애틀(Seattle)의 아름다운 경치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포틀랜드 다운타운 거리의 모습
 포틀랜드 다운타운 거리의 모습
ⓒ 신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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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학연수라는 타이틀로 미국에 간 것이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은 영어 실력을 증진시키기에는 무척이나 짧은 시간입니다. 물론 홈스테이 하면서는 항상 영어만 사용해야 하므로 이전보다 영어 실력이 조금 상승한 기분이 들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배워왔습니다.

먼저 사람의 '다름'. 23명의 건국대학교 학우들은 대부분 이번 미주단기 어학연수를 준비하면서 처음 만났습니다.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부터 과 학생회장을 맡은 친구까지, 각자 다른 전공, 다른 취미, 다양한 배경을 가진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 하지만, 우리는 포틀랜드에서 여행을 다니고 부대끼며 서로 금방 이해하고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자신의 과를 넘어서 다른 단과대 학우들과 교류를 해본 것이 처음인지라 많이 신기하고 뿌듯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국 학우들과 친해지는 것보다 더 의미있던 것은 많은 외국인 친구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홈스테이 가족들부터 일본, 사우디, 대만 등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영어로 대화하면서 우리는 생전 처음으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습니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낯선 식사 문화, 집안 규칙 등을 배우면서 직접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되어보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친구들에게서 일본어를 배워보기도 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무슬림 문화를 접하면서 놀라기도 신기해하기도 하면서 점차 우리는 그들과의 '다름'을 배워나가고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 가족들 및 친구들과의 파티
 외국인 가족들 및 친구들과의 파티
ⓒ 김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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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세상의 '다름'. 포틀랜드와 서울은 너무나도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기후, 풍경, 음식 등 우리에겐 무척이나 신기한 모습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탈 때 우리는 교통카드를 전자기기에 갖다대면 교통비가 바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에 익숙합니다. 반면, 포틀랜드는 티켓을 구매하고 버스 기사분께 일일이 보여줘야 하는 어떻게 보면 비교적 아날로그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포틀랜드 교외의 신호등은 버튼이 달려있어, 이걸 눌러야지만 파란 불이 켜집니다. 대부분의 쇼핑몰이 저녁 8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이 무렵 서울이었으면 본격적으로 달리는(?) 시간대였을 우리에게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나'의 '다름'. 위에서 언급했던 다른 사람들, 다른 세상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이전과는 다른 나'를 선사해줍니다. 즉, 낯선 사람들과 시간, 장소들과 부딪히면서 스스로 새로운 면을 발견할 수 있고, 이는 자아의 성숙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우리 그룹의 팀장이었던 김동혁(24)군은 이번 포틀랜드 어학연수를 겪으면서, 포틀랜드와 같은 아무리 새롭고 좋은 환경속에 있어도 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그러한 환경이 추억으로 전환되기가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또한, 그룹 내에선 이런저런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내가 먼저 그 문제에 다가가려고 하지 않으면 그러한 문제들은 제자리에 남아 나 자신을 계속 괴롭힌다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동혁 군은 초등학교 이후로 평생 다이어리를 안 쓰다가, 포틀랜드의 멋진 경험들을 기억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처음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잘 돌아볼 수 있었고, 추억을 좀 더 생생히 간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전했습니다. 이처럼 내 자신의 새로운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것은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일 것입니다.

포틀랜드 빌라메트 강
 포틀랜드 빌라메트 강
ⓒ 신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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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틀랜드에서 한 달간 머물면서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위와 같은 세 가지 '다름'입니다. 이러한 '다름'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세상에 나와 다르지 않은 것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삶을 살기 위해 수많은 '다름'들을 마주하고, 그러한 '다름'들과 공존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그들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내 주변의 '다름'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다름'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는 기존보다 더 넓은 지평을 가지게 되고, 넓은 지평은 나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것입니다.

포틀랜드의 소중한 경험들은 서로 다른 건국대학교 학우들을 하나의 추억으로 묶어주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바쁘게 학교 생활을 해야 하고, 취업 준비를 해야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휴학을 하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그러나, 서로 각자 다른 길을 걷더라도 포틀랜드에서 있었던 많은 일들은 우리들의 머릿속에 여전히 생생히 남아있습니다. 필자 뿐만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많은 학우들, 홈스테이 가족들,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 달간의 경험이 좋은 기억이자 삶의 소중한 원동력으로 남길 바랍니다.

파월스 북스토어 앞에서
 파월스 북스토어 앞에서
ⓒ 김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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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 액티비티 중 교실에서
 PIA 액티비티 중 교실에서
ⓒ 김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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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국, #오레건, #포틀랜드, #어학연수, #미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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