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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3일 오후 3시 41분]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자살방조)로 1992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강기훈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 '유서대필' 강기훈 22만에 무죄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자살방조)로 1992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강기훈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소회를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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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월 김기설씨 분신사건으로 시작돼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이른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자살방조혐의에 대한 재심청구를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가 13일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기훈씨에게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원심에서 자살방조 혐의와 함께 유죄를 선고받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재심이 인정되지 않아 자살방조 부분만 무죄가 선고된 결과다.

재판부는 "1991년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서는 신빙성이 없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강씨가 김기설씨의 유서를 작성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991년 검찰이 '동료의 분신을 부추기고 유서를 대신 썼다'면서 강씨를 기소한 유일한 근거가 된 국과수의 필적감정결과를 "신빙성이 없어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기설씨의 유서는 속필체(흘려쓰기)로 돼 있고 김씨가 정자체와 속필체를 다 썼다는 동료들의 증언이 있지만 국과수가 김기설씨의 정자체 필적들만 갖고 대조해 '유서의 필적은 김기설의 것이 아니다'라고 결론낸 것과, 변호인측이 김기설씨의 속필체 필적을 여러 개 제출했음에도 이에 대한 감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유서 필적은 김기설의 필적이 아니다'라는 국과수 감정결과를 믿을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유서 필적이 김기설씨의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된 '전민련 업무일지', '전민련 수첩' 등이 조작됐다는 당시 검찰 발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기설씨의 여자친구였던 홍성은씨가 원심 법정에서 강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내용에 대해 재판부는 "진술을 번복하고 있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고와 변호인의 참석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진술이라 헌법상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자살방조)로 1992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강기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 '유서대필' 강기훈 23만에 무죄 판결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자살방조)로 1992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강기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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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자살방조)로 1992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강기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지인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 무죄 판결 축하 받는 강기훈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김기설 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혐의(자살방조)로 1992년 징역 3년을 선고받았던 강기훈 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지인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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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경찰과거사위원회에 김기설의 필적으로 제출된) '전대협 노트'와 '낙서장'은 유서와 동일 필적으로 감정됐고, 또 다른 김기설의 필적자료와 대조해볼 때 동일 필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국과수의 감정결과가 제출돼 있는 상태"라며 "김기설이 친구에게 보낸 편지의 문장력 등을 볼 때 유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작성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표현력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려워 유서를 김기설이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강씨는 법정에서 고개를 숙인 채 선고를 들었다. 법정에서 나온 강씨는 "오늘 사법부의 판결은 1992년 대법원 판결 등 자신들의 판단과 징역 등 일련 과정의 잘못을 고백한 것이란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저는 당사자로 재판받았지만 주변에서 똑같이 아파한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한다. 이 분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하는 마음이고 바람"이라고 말했다.




태그:#강기훈, #유서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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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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