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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제동에 위치한 부산고등법원, 부산지방법원, 부산가정법원
 부산 거제동에 위치한 부산고등법원, 부산지방법원, 부산가정법원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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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13일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부림사건'은 전두환 정권 초기였던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갖던 부산지역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불법 감금한 뒤 국가보안법(아래 국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한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변호인으로 참여했고, 2013년 이 사건을 소재로 영화 <변호인>이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들이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했다며 국보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고, 계엄령으로 집회가 금지됐음에도 집회를 개최하고 참여했다며 계엄법 위반 또는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피고인들이 서로를 숨겨줬다는 점도 범인을 은닉했다고 보고 유죄로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억울함을 토로해왔던 사건 피해자들은 그동안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일부 성과도 있었다. 1차 재심은 2009년 1월에 열렸다. 앞서 1999년 김재규 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이 사건 수사 당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하였으므로, 수사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상의 일반재심사유가 존재하고, 계엄법 및 집시법 위반은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상의 특별재심사유와도 관계가 있다"며 재심을 신청한 바 있다.

법원은 뒤늦게 일부 무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계엄법 및 집시법위반의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계엄법위반에 대해서는 무죄, 집시법 위반에 대하여 면소했다. 하지만 국보법은 재심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고호석씨를 비롯한 재심청구인 5명은 2012년 8월 다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은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한 사실은 그 증거들이 부족하지만, 피고인들이 영장없이 불법체포되어 20일 이상 구금되어 있었던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며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13일 열린 2차 재심은 국보법 위반 혐의 적용이 적절했는지를 묻는데 초점에 맞추어졌다. 부산지법 형사항소2부(한영표 부장판사)는 청구인들이 불법구금된 점을 인정하고 거짓 자백을 강요받은 상태에서 한 자백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불법체포 및 수사 과정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압수물 및 그에 대한 압수조서는 영장없는 강제처분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어 피고인들이 증거로 동의했더라도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증인들의 진술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청구인들이) 수사기관에서의 허위진술을 하게 된 경위에 관해 믿을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그들에 대한 진술조서 등에 대하여 그 내용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보았다.

검찰이 국보법 위반의 증거라고 내민 서적에 대한 감정서 역시 "서적들이 사회주의에 관한 내용을 설명하는 등의 사정이 있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국가의 존립 등을 위협할 정도라고 보기 어렵고, 또한 피고인들에게 이적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검찰은 이들이 정권에 반대하거나 사회주의를 공부한 점이 국보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국보법과 반공법은 단순히 정권에 반대한다거나 사회주의에 관한 공부를 한 정도가 아닌,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줄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적용된다"며 "학생운동이나 현실비판적인 학습행위만으로는 위 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재심 사건에 참여한 부림사건 피해자들은 모두 5명. 1차 재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 관련자들은 이번 재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1차 재심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국보법 위반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나머지 14명 역시 재심을 청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태그:#부림사건,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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