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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7년 7월 9일 울산 남구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예비후보 초청 울산지역 당원교육에서 손을 들어보이는 박근혜 후보와 정갑윤 의원(오른쪽). 하지만 5일전 이명박 후보 때와는 달리 지역 정치인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의리를 저버린 사람들"이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07년 7월 9일 울산 남구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예비후보 초청 울산지역 당원교육에서 손을 들어보이는 박근혜 후보와 정갑윤 의원(오른쪽). 하지만 5일전 이명박 후보 때와는 달리 지역 정치인들이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의리를 저버린 사람들"이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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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의원(경남 창원시마산합포구)의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 울산시장 출마선언 기자회견까지 했던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의 긴급 불출마 선언과 이어진 김기현 의원(울산 남구 을)의 출마 선회, 그리고 남경필 의원(경기 수원시병) 등 새누리당 중도파 중진들의 지방선거 차출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새누리당 정치구도를 두고 '왜'라는 질문이 나왔다.

현재 언론들은 새누리당 원대대표 자리를 구심점으로 갖가지 분석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결론은 원조 친박 정갑윤 의원을 원내대표로 앉히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확실하게 박근혜 지지한 정갑윤

정갑윤 의원은 울산 중구에서만 내리 4선을 한 새누리당 중진이다. 하지만 그동안 지역에서는 그가 중앙정치에서는 큰 힘을 내지 못한다는 평을 내려왔다. 특히 이명박 정권 하에서 더 그랬다.

정갑윤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당내경쟁을 벌일 때 확실하게 박 후보를 지지한 사람이다. 2007년 7월 9일 오전 11시, 울산 남구 근로자복지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예비후보 초청 울산지역 당원교육 때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기자로서는 그때 일이 두고두고 기억난다.

박근혜 후보는 각종 선거에서 전국을 돌며 같은 당 출마자들의 지원유세에 나섰고, 그러한 후광을 입고 당선된 정치인들이 많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울산도 마찬가지. 그랬던 박근혜 후보였는데, 2007년 7월 9일은 달랐다. 5일 전 열린 이명박 후보 울산 연설에는 모두 참가했던 지역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 정갑윤 의원과 그의 지역구 시의원 두 명만 자리를 지켰다.

당시 박근혜 캠프 좌장이던 김무성 의원은 이 모습에 눈물을 보였고, 얼핏 쳐다본 박근혜 후보의 모습도 침통해 보였다. 기자는 이런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대세가 기우는 곳으로 따라가는 정치판의 비정함을 눈으로 똑똑히 목도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갑윤 의원이 울산시장 자리를 탐낸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흘러나왔다. 여기다 정 의원의 울산시장 출마설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때때로 지역언론에보도됐다.

정갑윤 의원은 지난 몇 달간 시장 출마에 대한 연기를 피워왔지만 그가 울산시장 자리를 노린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특히 지난 1월 15일부터 22일까지 박 대통령이 인도와 스위스를 국빈 자격으로 방문할 때 정갑윤 의원이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하면서 울산시장 전략공천설까지 나왔다. 

정 의원은 여세를 몰아 1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 후보 경쟁자인 김두겸 전 남구청장과 강길부 의원(울산 울주군)은 물론 12년 만의 지방정부 교체를 염원하는 야권도 이런 수순을 견제했다.

급기야 정갑윤 의원이 해외순방기간 동안 지인들에게 국제전화로 지지를 호소하고, SNS를 이용해 민주당 당원들에게까지 홍보 메일을 뿌린 것을 두고, 민주당 울산시당은 "공천 외교를 한다"며 공세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정갑윤 의원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에 대해 명백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민주당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울산시장 후보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입증하기도 했다.

'누가 나가도 당선될 텐데... '원조 친박'이 나갈 필요 있나'

2008년 1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정갑윤 의원과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2008년 1월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공천 갈등이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정갑윤 의원과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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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출마기자회견을 한 후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긴급으로, 그것도 휴일인 일요일 오후 울산시청에서 정 의원은 울산시장 후보 불출마를 선언했다. 불출마 선언은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루졌다.

이틀 뒤 원내대표 등 중앙정치로 마음을 굳힌 듯하던 김기현 의원이 울산시장 후보 출마 입장으로 급선회하면서 이런 일련의 일들이 여권 수뇌부와의 교감설이 있었다는 분석에 신빙성을 더했다.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는 움직임에 공천경쟁에 나선 새누리당 내 후보들은 당황했다. 지난 7일 울산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두겸 전 남구청장은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당헌 당규에 따라 경선으로 새누리당 울산시장 후보를 뽑을 것을 제안한다"며 현 정세를 경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의 이런 행보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역 곳곳을 장악하고 있는 보수층을 등에 업은 자신감이다. 민주진보진영이나 시민사회에서보면 오만함으로 읽히기도 한다. 결국 '울산시장 선거에는 누가 나가도 당선되는 선거인데, 굳이 박근혜 정부 2기를 지근 거리에서 지켜낼 원조 친박이 나갈 필요가 있겠나'하는 새누리당 지도부의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3선을 한 박맹우 울산시장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지역의 시민사회가 들끓던 2010년에도 울산전체 유권자 83만8805명 중 46만2103명이 투표, 55.1%의 투표율에서 61.26%의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 무슨 악재가 터져도, 어떤 실정을 해도 새누리당 후보는 60%대의 높은 지지를 받는 지역 풍토를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그런 정서는 여전히 지역사회에 깊숙히 뿌리 박혀 있다.

지금 여의도는 소위 '원조 친박'이라는 김무성-정갑윤이 새누리당에서 당대표-원내대표가 될지를 놓고 들썩이고 있다. 반면 울산의 민주진영은 '누가 와도 새누리당이면 된다'는 사실에 열패감에 빠져 있다.


태그:#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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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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