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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이상 점유율은 어떤 상황에서도 양보하지 않겠다."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이 지난달 23일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당시 박 총괄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보다 본원적인 서비스 경쟁을 앞세웠지만 "주말마다 보고 받고 열이 팍팍 나고 한숨 난다"는 표현까지 동원해 가며 경쟁사 보조금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른바 '50% 사수 보조금'이 등장한 배경이다.

지난 10일 밤부터 '뽐뿌'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엔 출고가 10만 원대 아이폰5S, 갤럭시S4 등이 등장했고, 11일 아침 단말기를 직접 개통하려는 가입자들이 이통사 대리점 앞에서 줄 서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84만 원 단말기에 보조금 145만 원"... '공짜폰' 이어 '마이너스폰' 등장

LG유플러스는 이날 SK텔레콤이 번호이동시 출고가 84만 7000원인 갤럭시S4 LTE-A에 최대 145만 원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차액인 61만 원을 몇 달에 걸쳐 현금으로 돌려 주는 이른바 '페이백' 방식이나 요금 할인 방식으로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또 갤럭시 S4 액티브는 최대 128만 원, LG G2는 118만 원, 베가 시크릿노트는 108만 원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1일 하루 번호 이동자 수는 10만9112명으로 방통위 과열 기준인 2만4000명보다 4배나 많다. 이날 SK텔레콤 번호이동 가입자는 5만6천 명으로 늘어 5800명이 순증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4600명, 1200명씩 줄었다. 반면 번호 이동자 수가 11만2961명에 달했던 지난 주말 3일간(8~10일)에는 거꾸로 LG유플러스만 1만2000명 순증을 기록했다.

지난 2월 10일 한 이통사의 MNP(번호이동) 관련 추가 보조금 안내로 추정되는 메시지
 지난 2월 10일 한 이통사의 MNP(번호이동) 관련 추가 보조금 안내로 추정되는 메시지

이른바 '2·11 대란'을 비롯해 설 연휴 전후로 불거진 단말기 보조금 과열 경쟁을 놓고 통신사 간 '네 탓 공방'도 치열하다. 당장 오는 14일 방통위가 지난 12월 말 불법 보조금 시정조치 불이행에 대해 추가 제재할 예정이고 지난달부터 현장 조사도 진행하기 때문이다. 자칫 과열 주도 사업자로 뽑히면 2주 이상 영업정지가 불가피하다.

LG유플러스는 SKT의 '50% 사수' 발언을, SKT는 LG유플러스의 '가입자 5% 성장' 목표를 보조금 과열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SKT 가입자가 2012년 4만 명에 이어 2013년 55만 명 순감을 기록하는 등 계속 줄어들자 50% 점유율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점유율 사수 발언 이후 1월 24일~29일까지 가입자 순감하자 설연휴 반격에 나서 2월 3일~5일 사흘간 9000여 건 순증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 2월 1일부터 10일간 가입자가 5000명 순감하자 11일 '반격'으로 하루 만에 만회했다는 것이다. 

SKT '50% 사수' 맞서 LG유플러스 '5% 성장'... 손 놓은 KT

반면 SKT는 LG유플러스가 지난 주말 3일간 1만2691건 번호이동 순증을 기록한 것을 들어 '가입자 5% 성장'이라는 무모한 영업 목표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9일 4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지난 한해 무선 가입자가 7% 늘어났다며 올해도 5% 내외 성장 계획을 발표해 박인식 발언에 맞불을 놨다. SK텔레콤은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달 4만5천 명씩 가입자 순증을 기록해야 해 무리한 보조금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는 50%를 지키겠다는 것이지만 이동통신 가입자가 5000만 명을 넘어 인구대비 110%로 포화된 상태에서 5% 성장하겠다는 건 결국 남의 것을 빼앗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이동통신사의 '하루 순증 1만 개 목표 필수 달성' 요청 메시지.
 한 이동통신사의 '하루 순증 1만 개 목표 필수 달성' 요청 메시지.

이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평소 5만 명 수준이던 번호이동 순증이 지난 1월 한 달간 2만2000명으로 반토막이 났다"면서 "14일 방통위 보조금 심의 의결을 앞두고 영업정지에 부담을 느낀 SKT가 책임을 경쟁사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그 사이에 낀 KT는 경영진 교체 과정인데다 자회사 직원 3000억 원대 사기 대출 사건까지 불거져 보조금 문제에 거의 손을 놓은 상태다. 

당장 지난해 12월 말 1000억 원대 과징금 부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보조금 경쟁 과열에 방송통신위원회도 당황하는 분위기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 관계자는 "현재 통신3사 가운데 누가 먼저라고 지목하긴 쉽지 않다"면서 "1년 목표를 초반에 확보해 기선을 잡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보니 해마다 1분기 보조금이 가장 센 데다 통신사 간 감정싸움까지 맞붙은 탓"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인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보조금은 가중 처벌할 수 있다"면서 "보조금 과열 주도 사업자 조사도 병행해 영업정지 등 선별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그:#보조금, #SK텔레콤, #LG유플러스,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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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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