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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걸까. 동해안 지역에 눈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6일부터 10일 오후 4시까지 진부령에는 122㎝의 적설을 기록했다. 어른 허리 정도만큼 쌓였다는 얘기는 엊그제 얘기다. 왜 유독 강원 영동 등 동해안 지역에 눈폭탄이 잦을까.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겨울이 끝날 기미를 보이는 2월에는 따뜻한 공기가 남쪽에서부터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며 올라오는 시기다"라며 "이때는 북쪽의 찬 공기가 힘을 못 쓰고 만주 동쪽으로 밀려나고, 대륙고기압의 중심이 동쪽으로 치우치게 돼 주로 북동풍이 분다"고 밝혔다. 이어 "북동풍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 동해를 지나면서 대기와 해양의 온도차인 해기차가 발생해 구름대가 발달한다"면서 "이 구름대가 우뚝 솟은 태백산맥에 부딪히면서 강력한 눈구름대가 형성돼 강원 영동지역에 폭설이 쏟아진다"고 설명했다.

‘양강·양간지풍(襄江·襄杆之風), 통고지설(通高之雪)’. 예부터 강원도 양양과 강릉, 양양과 간성 사이에는 바람이 유명하고 통천과 고성은 눈이 유명하다 해서 생겨난 말이다.
 ‘양강·양간지풍(襄江·襄杆之風), 통고지설(通高之雪)’. 예부터 강원도 양양과 강릉, 양양과 간성 사이에는 바람이 유명하고 통천과 고성은 눈이 유명하다 해서 생겨난 말이다.
ⓒ 온케이웨더 정연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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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이번 폭설이 장기간 이어진 것은 베링해역에 형성된 고기압이 버티고 있으면서 기압계의 흐름이 느려졌다"며 "기압이 매우 천천히 흘러가며 한곳에 오래 머무르자 눈구름을 동반한 동풍이 동해안으로 장시간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특히 지난 7~8일 제주도 남쪽 먼바다에서 일본 남해 위로 점차 발달한 저기압으로 인해 한반도 주변 기압계가 조밀해 지면서 동풍의 세력이 더욱 커져 눈폭탄이 쏟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동해안에는 웬만한 초등학생의 키를 넘어설 정도로 눈이 내려 쌓이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시내버스 운행에 차질이 생겨 일부 산간 마을 주민들이 고립되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번 폭설로 동해안 지역의 학교 80%가 임시 휴교했으며 개학식과 졸업식도 연기됐다.

"통고지설(通高之雪), 옛말 하나 틀린 것 없네"

자동차 윈도위 브러쉬가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 윈도위 브러쉬가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다.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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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폭설은 진부령(陳富嶺·강원도 고성군 위치) 외에도 강릉 104.5㎝, 동해 82㎝, 속초 75㎝ 등 강원 영동지역은 그야말로 겨울왕국이 됐다. 지난 7일 강릉에 20㎝ 넘는 눈이 내렸다는 소식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도 영동지역 주민들은 "이제야 제대로 된 눈이 왔구나" 할 정도로 이곳 주민들에게 눈은 익숙하다. 그래서일까. 흔한 말로 '양강·양간지풍(襄江·襄杆之風), 통고지설(通高之雪)'이라는 말이 전한다. 예부터 강원도 양양과 강릉, 양양과 간성 사이에는 바람이 유명하고 통천과 고성은 눈이 유명하다 해서 생겨난 말이다. 지난 2004년 봄, 낙산사가 '양간지풍'으로 소실됐었는데 이번 겨울은 '통고지설'이 한몫 했다.

눈도 촉촉함이 다르다... 습설(濕雪)이 더 무거워

눈은 습기를 머금은 정도에 따라 '습설(濕雪)'과 '건설(乾雪)'로 구분한다. 습설은 대개 -1~1℃ 사이일 때 나타난다. '함박눈'과 '날린눈'이 대표적으로 여기에 속한다. 반면 건설은 건조한 대기 상태에서 -10℃ 아래로 떨어질 때 나타난다. 가루 형태로 잘 뭉쳐지지 않으며 '싸락눈'과 '가루눈'으로 나뉜다.

아무리 함박눈이 내리더라도 눈을 맞을 때는 무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눈은 뭉치면 가벼웠던 모습은 이내 사라지고 중량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해진다. 예를 들어 폭 10m, 길이 50m의 비닐하우스 위에 습설(濕雪)이 10㎝ 정도 쌓이면 그 무게는 15t에 달한다.

지난 6일부터 계속 눈이 내리면서 1m 안팎으로 어른 허리만큼이나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이번 동해안에 내린 눈은 동해안 바다의 습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로 건설보다 2~3배 정도 무겁다. 그런 탓에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곳곳에서 비닐하우스와 축대 붕괴가 속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습설은 건설보다 2~3배 정도 무겁다. ⓒ온케이웨더
 일반적으로 습설은 건설보다 2~3배 정도 무겁다.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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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내리는 눈의 양을 강수량처럼 정확하게 측정하기가 곤란하다. 내리는 대로 녹거나 쌓인 눈이 내려앉으면서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린 눈을 측정할 때는 얼마나 많은 눈이 쌓였는지를 알 수 있도록 눈의 높이(㎝ 단위), 즉 적설을 기록한다. 눈, 싸락눈, 우박 등은 내린 눈을 녹여 물의 양으로 측정하는 '강설량(降雪量)' 방법도 있지만 적설량(積雪量)으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눈이 내렸다할지라도 쌓이지 않았다면 적설량은 없고 강수량(降水量)만 기록되는 경우도 있다. 꼭 그렇지는 않지만 대개 적설 1㎝의 강설량은 그 10분의 1인 1㎜로 계산된다. 또한 적설량은 눈의 깊이를 재기 때문에 강수량(㎜)과 달리 ㎝ 단위를 쓴다.

적설관측을 위한 적설판은 모두 3개가 있으며 어떻게 관측하느냐에 따라 ▶최심신적설 ▶최심적설 ▶적설 등으로 이름이 달라진다. 하나는 매번 관측시마다 측정이 끝나면 눈을 털어 버리기 때문에 시간당 적설량 혹은 분당 적설량 확인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하루를 기준으로 관측 후 털어 버리는 적설판으로 하루 동안 눈이 녹고 쌓이기를 반복해 최종적으로 남은 쌓인 눈을 관측하는 판이며, 나머지는 1년 365일 쌓인 눈을 그대로 두는 것이다.

한편 '강우량(降雨量)'은 비의 양, '적설량'은 쌓인 눈의 양, '강수량'은 비나 눈 등 하늘에서 내린 물의 양 모두를 가리킬 때 쓰는 용어다. 기상청은 현재 강우량과 강설량을 합쳐 말할 때 강수량이라고 표현한다. 그렇기 때문에 눈이 온다는 예보에서 '예상 강수량'을 언급하는 것은 이같은 연유에서 비롯됐다.

함박눈·싸라기눈·진눈깨비 등 형태 다양

눈이란 대기 중의 구름으로부터 생성돼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 얼음결정이다. 눈이 내리는 도중에 기온이 높아져 녹게 되면 물방울로 바뀌어 비가 되기 때문에 여름철 예상 강수량보다 겨울철 눈 예보가 더 어려운 것이다.

또한 눈은 영하의 온도에서 생성되지만 온도가 너무 떨어지면 오히려 잘 만들어지지 않는데 이때는 대기 중에 포함돼있는 수증기 양이 추위로 인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그러하다.

얼음 결정인 눈은 판모양, 각기둥모양, 바늘모양, 불규칙한 모양 등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하며 형태별로는 다음과 같이 나뉜다.

눈은 대기 중의 구름으로부터 생성돼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 얼음결정이다.
 눈은 대기 중의 구름으로부터 생성돼 지상으로 떨어져 내린 얼음결정이다.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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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루눈(powder snow)
잘 뭉쳐지지 않는 건조한 가루 모양의 눈을 말한다. 함박눈에 비해 미세한 얼음 결정이며 대체로 기온이 낮을 때 내린다.

▣ 싸라기눈(snow pellets and ice pellets) 혹은 싸락눈(graupel)
불안정한 대기층에서 내리는 눈으로 백색의 불투명한 얼음 알갱이 형태를 하고 있다. 싸락눈(graupel)이라고도 한다. 얼음 알갱이는 지름 약 2~5mm의 둥근 모양 또는 원뿔 모양으로 부서지기 쉽다. 단단한 지표면에 떨어지면 튀어 올라 쪼개지는 경우도 있다. 싸라기눈은 눈의 결정에 미세한 얼음 알갱이가 붙어서 생긴 것이다. 따라서 원래의 결정형을 찾아내긴 힘들다. 싸라기눈이 대기 중으로 낙하하는 사이 표면이 녹아서 다시 얼거나 0℃ 이하인 과냉각 물방울과 충돌해 얼음 층에 둘러싸이게 되면 작은 우박(snow hail)이 만들어 진다.

▣ 함박눈(snow flake)
함박눈은 작은 눈들이 서로 엉겨 붙어 커다란 눈송이가 되어 내리는 것을 가리킨다. 극히 드문 일이지만 지름이 10cm 정도 되는 커다란 눈송이가 내리기도 한다. 기온이 그리 낮지 않은 포근한 날, 비교적 따뜻한 지역에서 자주 내린다. 통상 기온이 -5℃ 이상으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인데 만약 기온이 -5℃보다 낮은 추운 날에는 엉김 현상이 덜 일어나 가루눈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함박눈은 습기가 많은 습설 중 하나로 눈 결정 모양은 대개 육각형이다.

▣ 진눈깨비(sleet)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는 현상이다. 진눈깨비는 눈이 내릴 때 지면 부근의 기온이 0℃ 이상으로 지면 가까이에서 눈의 일부가 녹기 때문에 나타난다.

덧붙이는 글 | 정연화(lotusflower@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기상기사 자격증과 기상예보사 면허증을 취득하는 등 기상학을 전공한 기상전문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폭설, #눈폭탄, #통고지설, #진부령,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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