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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의 주요 내용과 장면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발을 동동 구르게 추운 한 겨울 날, 디즈니의 장편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 (Frozen)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성공하고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나 보는 유치한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에서 벌써 700만을 훌쩍 돌파한 <겨울왕국> 돌풍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실 한국에서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활발히 만들어졌던 창작 애니메이션 시장은 이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창작 만화조차도 거의 사라져 인터넷 상의 웹툰으로 변형된 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의 부재일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이제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더 많이 보는 시청층이 되었지만 – 물론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편견이 팽배해, 초등학생 시절을 거치면서 열심히 보았던 애니메이션을 점점 자라면서 외면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한국사회의 비정상적인 교육열도 한 몫을 차지할 것이다.

그로 인해 창작 애니메이션들은 더욱 아이들의 입맛에만 맞는 내용들을 추구하게 되고 이는 또다시 성인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한국의 창작 애니메이션은 그 높은 기술적 작화적 수준에도 일본이나 미국의 하청업체로 종속되어 버렸다.

한국의 애니메이션 부재는 결국 아이들이 어른들의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분별력이 미숙한 어린아이들이 성인들을 위해 제작된 향락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향유하게 된다면 자칫 왜곡된 어른의 모습과 그릇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오늘날 어린아이들에게 부는 성형열풍이나 화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즈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공주 이야기'로 돌아온 <겨울왕국>은 환상적인 그래픽과 적절한 유머, 그리고 멋진 노래와 음악이 어우러져 훌륭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를 탄생시켰다. 두 명의 공주인 엘사와 안나,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눈사람인 올라프와 같은 매력적인 캐릭터와 그들의 멋진 노래는 듣는 이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으며 앞으로도 길이 남을 디즈니의 또다른 명곡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영화는 두 공주의 어린시절로부터 시작된다. 태어날 때부터 무엇이든지 얼릴 수 있는 남다른 마법능력을 타고난 엘사는 동생인 안나와 함께 놀다가 사고로 그녀의 머리에 얼음마법을 맞추게 된다. 놀란 왕과 왕비는 안나를 트롤들에게 데려 갔고 트롤은 "머리가 언 것은 고치기 쉬워도 가슴(heart)이 얼어버리면 고칠 수 없다"며 안나를 고쳐준다. 그리고 고치는 과정에서 안나는 엘사가 지닌 마법에 관한 기억을 모두 잃게 된다.

왕과 왕비는 엘사에게 그녀가 지닌 능력을 절대 누구에게도 들키지 말고 꼭 숨길 것을 당부하며, 그녀를 방안에 가두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왕과 왕비는 사고로 죽고, 갑자기 부모님과 언니를 모두 잃게 된 안나는 혼자 쓸쓸히 궁 안에서 지낸다. 마침내 엘사가 성인이 되는 날, 그녀가 여왕으로 즉위하는 대관식이 열리고 성문은 활짝 열리게 된다. 무사히 대관식이 끝났지만, 엘사는 연회장에서 실수로 마법을 쓰게 되고, 그녀는 이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싫어하고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하며 혼자 산으로 도망가버린다. 엘사가 남긴 마법은 나라 전체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안나는 언니를 다시 찾아오겠다고 말하며 홀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겨울왕국>의 세 가지 변주

<겨울왕국>의 한 장면
 <겨울왕국>의 한 장면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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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은 누구나 어려서부터 수없이 접해 봤을 공주이야기이지만, 이 영화는 단순하고 뻔한 공주이야기로 수렴되지 않는다. '키스를 통한 깨어남'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나 <백설공주>에서도 나오는 흔한 클리셰이지만 겨울왕국에서 그 의미는 다르다. 물론 여기에서 '키스'가 의미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고 그 사랑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그 사랑의 힘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깊은 잠에 빠진 공주를 잠에서 깨우고, <백설 공주>에서 독사과를 먹고 죽었던 공주를 되살리며 <미녀와 야수>에서는 야수였던 왕자를 사람으로 되돌린다. <겨울왕국>에서도 '키스를 통한 깨어남'의 모티프는 같지만 그 사랑을 찾는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그 의미는 달라진다. '백설공주'의 주위에는 일곱명의 난쟁이가 있었지만 그녀에게 그들은 거세된 남성이다. 독 묻은 사과를 먹은 백설공주를 깨우는 것은 그녀와 함께 희로애락을 겪으며 옆에서 함께 했던 난쟁이가 아니라 갑자기 마지막에 등장한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왕자이다.

<겨울왕국>의 안나에게도 극 초반에 '백마 탄 왕자'인 한스가 등장한다. 안나는 순진한 소녀답게 그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 성까지 맡긴 채, 언니 엘사를 찾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백마가 아닌 순록을 타며 얼음장사를 하는 '크리스토프'를 만나게 된다. 결국 안나가 사랑이었다고 믿었던 백마 탄 왕자는 열두 명이나 되는 형들에게 치여서 권력을 탐하며 정략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했던 것임을 알게 되고, 진정한 사랑은 그녀와 함께 여행하며 고난을 겪어냈던 순록을 타는 '크리스토프'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첫번째 변주이다. <백설공주>처럼 어디서 온지도 모르는 갑자기 등장하는 백마 탄 왕자는 진정한 사랑이 아닌 사기꾼이었고, 고난을 함께 겪었던 이도 좀 있고, 냄새도 좀 나는 '일상적'인물인 크리스토프가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에게 처음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한스와 어떻게 진정한 사랑인줄 알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백설공주>의 이웃나라 왕자는 백설공주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서 키스를 통해 그녀를 구해낸다. 그것이 과연 진정한 사랑인가? 한스의 이 질문은 <겨울왕국>이 지난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에게 던지는 질문일 수도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두번째 변주는 더 흥미롭다. 안나는 언니 엘사를 찾으러 갔다가 엘사의 저항에 가슴에 얼음마법을 맞게 된다.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트롤들에게 데리고 가지만, 트롤들은 "가슴이 얼어붙는 것은 고치기 어렵다"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서 키스를 해 주어야만 나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안나는 한스를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으나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크리스토프가 진정한 사랑임을 깨닫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안나는 심장까지 얼어붙기 직전 크리스토프와 마주치게 되고 모두가 예상 가능한 결말로 치달을 순간에, 안나는 크리스토프가 아닌 한스에 의해 위험에 놓인 언니를 향해 몸을 날린다.

한스의 칼을 막아낸 뒤 안나는 완전히 얼어붙게 된다. 그러나 얼어붙은 안나를 깨우는 것은 크리스토프의 키스가 아닌 엘사의 눈물과 깨달음이다. 부모로부터 고립될 것을 요구 받으며 세상과 단절되었던 엘사는 안나의 희생을 통해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싫어하고 두려워할 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에 대해 눈뜨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엘사의 진정한 사랑이 안나를 구해낸다. 단순히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여성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을 통해서 <겨울왕국>은 더 큰 사랑의 의미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기존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남녀간의 사랑'이 큰 주제였고, 등장하는 남자들은 주인공인 공주의 외적 혹은 내적 아름다움으로 인해 사랑에 빠지거나 적어도 친절하게 대해준다. <백설공주>의 일곱난쟁이가 그랬고, 백설공주를 죽이기 위해 여왕이 보낸 사냥꾼마저도 백설공주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를 살려준다.

반면에 공주와 동성인 여성은 시기와 질투심에 사로잡힌 악역으로 등장한다. <백설공주>의 여왕이 그랬고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들이 그랬다. 반면에 <겨울왕국>에서는 남성이 악역으로 등장한다. 안나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여 왕이 되고자 했던 '한스'가 그랬고, 엘사를 죽여서 겨울을 끝내고자 했던 이웃나라의 공작 '위즐턴'이 그렇다. 이것이 디즈니의 세번째 변주이다. <겨울왕국>에 나오는 남성들은 악역이거나 변변치 못한 캐릭터이다.

이전의 디즈니 공주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아름다운 외모와 고운 마음씨를 가졌지만 세속적인 권력이나 물질적 풍요는 결핍된 존재들이고 그녀들은 그러한 결핍을 '갑자기 등장한 남성'으로 충족시킨다. <신데렐라>에서 주인공 신데렐라가 왕자와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충족시키고, <백설공주>에서도 백설공주는 이름은 공주이지만 여왕에 의해 모든 권력을 빼앗기고 쫓겨난 결핍된 존재이지만 이웃나라 왕자를 통해 그 결핍을 충족한다. 이처럼 결핍된 여성과 대비되는 남성인 왕자의 존재는 이미 물질적 세속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여성의 결핍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남성적 존재이다.

반면에 <겨울왕국>에서 등장하는 두 공주는 이미 물질적 풍요를 충분히 누리고 있는 쫓겨나기 이전 '백설공주'와 같은 상태이고, 그녀들의 상태를 좌우하거나 결핍시킬 가능성이 있는 부모님도 부재한 상태이다. 결국 그녀들은 공주라는 신분과 이제는 죽은 부모들의 권력까지 지닌 존재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남성들이 그녀들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충족시키려 한다. 형이 열두 명이나 있어서 왕위를 계승할 가능성이 없는 '한스'는 안나를 통해 그러한 자신의 결핍을 충족시키려 하고, 크리스토프 역시 안나를 통해 잃어버렸던 썰매를 대신할 새로운 썰매를 얻게 되고 '공식 얼음공급 대사'라는 호칭도 획득한다.

디즈니의 공주이야기, 이건 좀 다르다

<겨울왕국>의 엘사
 <겨울왕국>의 엘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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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겨울왕국>은 디즈니가 그동안 수없이 반복해 온 공주이야기지만 이전과는 다른 여러 변별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색다른 변주 속에서 이 영화에서는 기존의 수동적이고 결핍된 여성이 아니라 강하고 적극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다. 손을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날카로운 얼음을 만들어내 상대를 찌를 수 있는 엘사는 남성적인 존재이다. 그녀는 자신의 얼음성에 찾아온 남성들을 날카로운 얼음으로 찌르려 드는데, 이는 그녀가 지닌 남근을 상징한다.

엘사는 이미 남근이 충족되어 있는 존재이고 그런 그녀에게 남자는 필요하지 않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타자를 억압하고 위협할 수 있는 남근이 아니라 타자를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남성과 여성간의 이해와 화합이 아닌 여성과 여성의 화해이다. 엘사가 남성성을 상징하는 여성이라면 안나는 그러한 엘사를 포용하고 이해할 수 있는 여성성을 상징하는 여성이다.

이미 상징적 남근이 충족되어 남성이 필요하지 않은 여성인 엘사와, 이미 물질적 풍요와 세속적 권력이 충족되어 있는 여성인 안나는 이미 달라져버린 시대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지고 지순하고 결핍된 공주이야기는 없다. 트롤들은 안나에게 크리스토프와 결혼하라고 말하며 이미 약혼자가 있는 것은 결격사유가 아니라 "그저 하나의 조금 안 좋은 조건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기존의 지고 지순함과 순결을 이야기 했던 공주이야기가 오늘날 어디까지 변주되어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이 영화의 가장 큰 줄거리와 주제를 이루는 것은 두 자매의 성장과 서로에 대한 이해이다. 이처럼 편견에 쌓여있는 기성세대인 부모 (왕과 왕비)에 의해 고립되어 세상과 소통할 줄 모르는 엘사와, 그런 고립 속에서 소통을 너무나 갈구한 나머지 처음 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수한 안나는 서로에 대한 소통의 부재 속에서 오해에 빠지게 되지만 안나의 희생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안나는 언니가 자신을 싫어해서 따돌렸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엘사를 고립에서 구해낸다.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한스에게서 버림받고 하릴없이 얼어붙어가던 안나를 진정한 사랑에 눈뜨게 해주는 것은 바로 눈사람 '올라프'이다. 엘사와 안나가 어린시절 함께 만들었던 올라프는 잃어버린 순수와 동심을 상징한다.

따뜻한 포옹과 여름을 너무도 좋아하는 올라프는 자신이 녹아 없어질 지라도 꿈을 추구하는 존재이고 안나가 위급할 때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안나를 구해내는 소중한 친구이다. 안나와 크리스토프는 올라프가 자신이 따뜻함 속에서는 녹아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안나를 구하는 장면에서 올라프 역시 자신이 녹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이 드러나며 "친구를 위해서라면 녹아도 좋아"라고 말한다.

그런 올라프를 통해 안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안나는 올라프가 자신에게 그랬듯, 언니 엘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몸을 던져 엘사를 구해낸다. 그리고 그 순간 안나의 가슴 속의 얼음과 세상 밖의 얼음은 모두 녹아 없어진다.

엘사는 혼자 고립된 채 벽을 쌓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미움만을 키워갔지만 안나를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엘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하얗게 얼려버릴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흰 색은 따뜻한 솜털의 색이면서도 동시에 차가운 눈의 색이고, 가장 깨끗한 색이지만 동시에 가장 더러워지기 쉬운 그래서 더 외로운 색일 것이다.

그러나 눈 내리는 날이 오히려 더 따뜻하듯 이제 그녀의 마법은 더 이상 두렵고 감추어야 할 저주가 아니라 충분히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축복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에서 엘사는 마법을 잃거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녹아가는 올라프를 구해내고, 얼어붙은 왕국을 녹인다.

그런 관점에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안나가 아닌 엘사일 것이다. 우리는 익숙치 않은 새로운 것을 보면 쉽게 두려움과 증오에 빠지고, 엘사의 부모가 그랬듯 그들을 격리시켜놓으려 한다. 영화 <엑스맨>에서 타인들의 눈에는 마치 마법처럼 보이는 일들을 할 수 있는 '돌연변이'들을 보고 사람들이 두려움에 빠지고 그들을 모두 제거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겨울왕국>은 그러한 편견이 얼마나 근거 없고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는지를 말해준다. 엘사를 세상과 소통시켜 줄 안나가 없었다면 어쩌면 겨울왕국은 영원한 겨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겨울왕국>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겨울왕국' 엘사&안나 자매는 한국인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김상진, 케빈 리, 유재현, 변동주, 최영재, 이현민, 장 리! 한국인 아티스트 주요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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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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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스맨>에서 돌연변이가 상징하는 것이 우리사회내의 소수자나 타자이듯이,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상징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그러한 사회 내의 소수나 타자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과 적개심을 키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나처럼 적극적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감옥에 갇혀있던 엘사가 탈출하면서 그녀의 황폐해진 마음이 만들어낸 눈보라 속에서 일어난다. 한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엘사는 도망가려 하고, 한스는 그런 엘사를 찾아내 죽이려 하고, 크리스토프와 안나는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서로를 찾아 헤맨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마치 엘사가 만들어낸 눈보라 속처럼 춥고 외롭고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다. 그리고 안나가 크리스포트와 언니 엘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듯 우리도 그 속에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은 많은 것을 좌우한다. 결국 모두를 고립시키고 앞을 볼 수 없게 만드는 눈보라를 멈추게 하는 것은 사랑이었다.

가장 보수적이고 진부하다고 여겼던 동화 속 공주이야기가 시대의 흐름을 따라 변주되어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디즈니가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렇듯 디즈니가 앞으로도 훌륭한 변주를 해낸다면 디즈니 왕국은 결코 쉽게 막을 내리지 않을 것이다.


태그:#겨울왕국, #디즈니, #엘사, #안나, #FRO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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