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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안성의 한 카페에서 이정선(36)씨를 만났다. 건네받은 명함엔 '판매달인 이정선'이라고 적혀있다. 주위의 사람들도 종종 그에게 "어이! 달인, 어디 가는 겨"란다. 어쨌거나 이 사람, 자신감 하나는 국보급이다.

부친의 사업실패, 집안의 몰락,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 24세의 나이에 한 집안의 가장 등 어려움의 행진 속에서 그는 자동차 영업이라는 종목에 모험을 걸었다.
▲ 이정선 부친의 사업실패, 집안의 몰락, 고교 졸업 후 직장생활, 24세의 나이에 한 집안의 가장 등 어려움의 행진 속에서 그는 자동차 영업이라는 종목에 모험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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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가세가 기운 집안, 뭐라도 해야 했다

그가 고교시절, 부친의 사업이 망했다. 괜찮게 살던 집이 하루아침에 가세가 기울었다. 정선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일찌감치 생업전선에 뛰어 들었다. 군대 갔다 와서 또 직장을 다녔다. 또래의 친구들이 한창 대학생활 할 때, 그는 생활고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우연히 지인이 소개해 준 자동차영업을 만난 건 그에게 천운이었다. 원래 사교적이고 친화적인 그는 자신의 적성에도 맞고,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겁 없이 그는 뛰어 들었다. 2형제 중 장남인 그는 집안의 부활을 생각했다. 평범한 직장생활은 생계유지만 될 뿐 집안의 도약은 이루지 못할 거라는 위기감이 그를 부추겼으리라.

"만일 부친의 사업이 망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살았다면 나는 이 일에 도전하지 않았을 겁니다. 장가를 일찍 가지 않았다면, 진즉에 이 일을 그만두었을 겁니다."

그랬다. 부친의 고전은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생활고로 다가왔다. 덕분에 대학도 진학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모험을 감행했다. 수많은 사람이 도전해서 중도에 탈락한다는 자동차 영업이다. 어쩌면 그에겐 절체절명의 선택이었으리라.

24세의 나이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그 해에 큰 딸도 낳았다. 삶의 후유증으로 인해 50대의 부친이 별세했다. 그에겐 그해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흔들림의 해였다. 

그런 힘은 어디서 왔을까.

그때 1년 세월은 슬럼프였다고 그는 고백한다. 영업을 해야 했지만, PC방 등을 전전하며 헤맸다. 영업 성적은 바닥이었다. 한 달에 한 건을 못하기도 했다. 물론 고스란히 월수입은 제로였다. 

이른 나이에 짊어진 가장의 무게, 부친의 부재로 인해 짊어진 집안의 무게 등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부담은 그를 눌러 앉혔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길을 잘 못 들었나 싶었다. 접을까도 했다. 방황의 시절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감은 그를 힘들게만 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헤매던 어느 날 저녁, 집에 들어 섰을 때, 그는 보고야 말았다. 방에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순간 그의 머리에 전광석화와 같이 떠오르는 생각 하나. '그래, 딸을 위해서라도 한 번 해보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1년간의 방황의 세월을 접고, 25세의 나이에 새로운 영업시대를 개막했다. 그는 "사실 그 때부터가 진짜 영업시대"라고 고백한다. 이제 뒤를 돌아볼 수 없다. 마음을 다 잡고 부지런히 도전하고 또 도전했다.

이날 기자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농촌도시 안성에 살면서 자동차 영업부문 준판매왕을 한 것 작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대도시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말이다. 동기들보다 일찍 찾아온 집안의 몰락과 역경 등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 이정선 이날 기자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농촌도시 안성에 살면서 자동차 영업부문 준판매왕을 한 것 작은 기적이라 할 수 있다. 대도시 사람들도 많았을텐데 말이다. 동기들보다 일찍 찾아온 집안의 몰락과 역경 등이 그를 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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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그를 믿어줬다. 늘 불안정한 수입, 어떤 때는 월수입 제로까지. 이런 남편을 믿고 아내는 묵묵히 가정살림을 했다. 아내의 내조 덕분이라며 공을 아내에게 돌린다. 그가 만일 총각이었다면 진즉 포기했을 거라 했다. 이른 나이에 이룬 가정이 짐도 되었지만, 결국 그에게 힘이 되었다.

손님으로 만나 결혼에 골인한 아내

2011년부터 3년 간, 그는 전국 준 판매왕 3관왕을 달성했다. 이런 그도 처음엔 실수투성이였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 정선씨는 13년이 지난 지금도 첫 손님을 기억하고 있다. 차량 대리점에서 당직근무를 하며 만났던 손님이다.

한경대학교 교수라는 손님과 한창 상담을 하며 거래를 성사시켰다. 생애 첫 손님에게 거래를 성사시켰다는 기쁨이 가득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계약서에 서명과 내용이 기록되어야 할 것을 견적서에다가 한 것. 사무실에선 부리나케 그 손님에게 계약서에 서명해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그 손님은 웃으며 응해주었다. 이 사건 이후로 정선씨는 스스로 더 성장했다고 했다.

반면, 계약을 끝내고 차량을 인계할 때 쯤, 단순변심해서 고객이 차량을 물리는 경우도 있다. 정말 당황스러운 경우다. 그렇게 물리고 나면, 본사로부터 신임을 잃게 되고, 무능력함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

그는 13년 동안 별의별 사람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단연 그의 아내다. 24살 시절, 차량을 팔아보려고 아내에게 접근했다가 서로 좋아져 결혼했던 것. 단순히 차량판매보다 더 큰 행운을 낚은 셈이다.

다양한 사람을 만난 경험은 고스란히 노하우가 된다. 손님에게 맞는 맞춤형 차량을 권한다. 억지로는 강요하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것 같으면 언제든지 한 발 물러선다. 이렇게 팔고 나면 그 사람이 만족하고, 입소문이 난다. 이게 그가 말한 비결이다.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최대 비결이란다.

왼쪽에서 부터 큰딸 유나(초4), 이정선씨, 아내 홍설희(36세)씨, 유은(초1) 등이다. 그가 사력을 다해 자신의 일에 충실했기에 오늘의 단란한 모습이 있다. 물론 그가 고백했듯이 아내가 내조하며 가정을 잘 지켜준 덕분이겠지만 말이다.
▲ 가족사진 왼쪽에서 부터 큰딸 유나(초4), 이정선씨, 아내 홍설희(36세)씨, 유은(초1) 등이다. 그가 사력을 다해 자신의 일에 충실했기에 오늘의 단란한 모습이 있다. 물론 그가 고백했듯이 아내가 내조하며 가정을 잘 지켜준 덕분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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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뭔가 이룬 게 있다면 모두 주위 사람들 덕분이라고 뼈저리게 느낀다는 그는 이웃과 나누는 보람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스마트해진 세상에서 고객보다 더 스마트한 사람이 되려고 요즘도 꾸준히 연구한다는 그를 보면서 천생 '판매달인'인가 싶다. 


태그:#자동차영업, #판매달인, #고졸, #이정선,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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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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