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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부인 최명길씨(왼쪽 두번째)가 전북 익산에서 만난 시민등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
▲ 익산 찾아간 김한길-최명길 부부 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부인 최명길씨(왼쪽 두번째)가 전북 익산에서 만난 시민등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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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버스에 모아졌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그의 부인 최명길씨가 한복을 차려입고 절을 하는 모습이 크게 찍힌 버스다. 사진 옆에는 '국민께 세배드립니다'라는 글씨가 새겨 있었다. 몇몇 시민들은 버스 가까이 다가와 안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당직자들은 사람들에게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국민들에게 세배하러 다니는 버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설 연휴 기간을 맞아 이 버스를 타고 호남과 충청 지역을 돌며 당원과 지역주민을 만나고 있었다.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한 식당에 김 대표가 들어왔다. 부인과 동행한 김 대표는 익산 지역의 당원들과 주요 인사들을 만나 점심을 함께 했다. 전날 전주에서 온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원불교 지도자들을 만났고, 오찬 이후에는 천안으로 이동해 안희정 충남지사와 함께 천안의료원을 방문할 예정이다. 29일 충북과 광주를 시작으로 여수, 광양, 담양, 전주, 익산, 천안으로 이어지는 강행군이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 김 대표는 군 부대를 비롯해 요양병원, 노인회와 부녀회, 소방서와 AI 방역상황실 등 지역 구석구석을 다녔다. 설을 맞아 사실상 다가오는 선거의 전초전을 치르는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익산에서 천안까지의 일정을 동행하며 김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오찬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김 대표는 연일 계속되는 일정으로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다. 그가 자리에 앉자 당직자들이 뒤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명절 연휴 가족과의 시간과 휴식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귀성차량들로 길이 막혀 평소 1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리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대표의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긴장하고 앉아 있던 당직자들이 눈꺼풀이 하나둘 감기는 모습이 보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1일 오후 전북 인산 일정을 마치고 충남 천안을 향한 세배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천안 향하는 민주당 세배버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당직자들이 1일 오후 전북 인산 일정을 마치고 충남 천안을 향한 세배버스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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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전북 익산을 방문한 세배버스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 익산 방문한 민주당 세배버스 1일 오후 전북 익산을 방문한 세배버스를 한 시민이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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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와 천안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안철수 의원의 신당과의 관계 설정과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민주당 혁신 계획 등 폭넓은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는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과 연대하는 문제를 묻는 질문에 "새정치 실현을 위한 선의의 경쟁이 새누리당의 구태정치 확장에 기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즉답은 피했지만 양 측이 무작정 경쟁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측은 지난달 24일 회동한 이후 "구태정치를 반복하는 현 정치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또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 백지화 등 대선 공약 후퇴와 관련해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공약 백지화와 관련 박 대통령이 어떠한 견해도 발표하지 않는 것에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개혁의 대표 공약이었다"며 "이걸 다 뭉개는 것에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국민께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특히 최근 민주당이 경제정책이나 대북정책에서 다소 우파적인 행보를 보이며 중도노선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는 지적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왜 우클릭이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라며 "민주당의 정체성이 상당히 왜곡돼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지는데, 실제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라며 "민주주의자들이 모인 민주당이 어찌 인권에 무관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분파주의 청산을 강조한 것과 반대로 자신의 계파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도 "김한길이 계파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당 안에 없을 것이다"라며 "정치를 해오면서 계파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고, 또 그런 걸 하기에도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대부속고등학교와 건국대학을 나와 방송인 출신이라는 그의 이력이 주류정치인들과 다소 다르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음은 김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전국정당, 탈호남으로 안 된다"

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충남 천안을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충남 천안을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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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부인 최명길씨가  1일 오후 충남 천안을 향하는 버스안에서 손을 잡고 있다.
▲ 손 마주 잡은 김한길-최명길 부부 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부인 최명길씨가 1일 오후 충남 천안을 향하는 버스안에서 손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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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내내 이동거리가 상당하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건강은 괜찮은가?
"다 중간에 여기저기 거쳐서 오니까 괜찮다. 사실 나 신경 쓰지 말고 일정을 짜라고 했는데, 힘들기는 하다."

- 부인과 이렇게 장시간 같이 다녀본 적이 있나? 함께 다니면 도움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예전에 2006년 지방선거 때 함께 전국을 다녔다. 2008년 총선에서도 불출마선언하고 전국을 98곳을 같이 다녔다. 아마 그때가 가장 힘들었을 거다. 내가 출마한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 선거를 열심히 다녔다. 이번 순회 제목이 '국민께 세배드립니다'니까 부부가 함께 다녀야 제대로 갖춘 모습이 되지 않겠나?"

- 올해 들어서만 호남 지역을 세 차례 방문했다. 바닥 민심의 변화가 느껴지나?
"세 번 다니며 민심의 변화를 느꼈다. 첫 번째 갔을 때는 '민주당에 실망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두 번째 갔을 때는 '민주당 좀 똑 바로 하시오'라는 질책이 많았다. 이번에 가니까 '민주당이 똑바로 하겠다면 기대해 보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 민심이 실망에서 기대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 시민들이 말하는 '똑바로 하면'이라는 말은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나?
"호남의 경우엔 지난 대선 패배 이후에 다들 가슴 한복판에 구멍이 뚫린 상태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보다 더 뜨거운 지지를 보내줬는데도 패배했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반성과 성찰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권의 변화, 자기혁신 그리고 새정치에 우리가 더 정면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

- 계속 호남을 방문하는 것을 두고 '집토끼'만 챙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집토끼니, 산토끼니 하는 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유권자들에게 무례한 표현이다. 질문의 맥락만을 받아들여 답을 하자면, 먼저 호남은 민주당에게 고향 같은 곳이다. 호남 없는 민주당은 생각할 수 없다. 호남은 민주정부 10년을 만들어낸 핵심 세력이며,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여기까지 끌어올리는 데 가장 많은 희생과 고통 감당했다. 군사독재 시절 불이익과 탄압을 온몸으로 견뎌낸 분들이다.

민주당이 전국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기 위해 탈호남 또는, 호남색을 빼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 적이 있다. 저는 강력하게 반대를 했다. 현재의 민주당에 다른 지방의 지지를 더해가는 과정으로 전국정당을 이뤄야지, 탈호남만으로 갑자기 되지 않는다."

안철수 신당과 연대에 여지 남겨

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충남 천안을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세배버스로 호남지역 민심잡기에 나선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일 오후 충남 천안을 향해 가는 버스 안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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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신당과의 관계를 '경쟁적 동지'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두 사람의 회동이 있었다. 선거나 야권연대와 관련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것을 사실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선거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나?
"야권연대나 단일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구태정치를 반복하는 현 정치세력을 심판해야 한다는 것에 서로 공감했고, 그렇게 발표했다."

- 그것이 야권연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정당공천 폐지와 국정원 특검도입을 위한 연대에서는 동지이고, 새정치를 실현에서는 선의의 경쟁상대다. 그것이 우리 정치 발전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의 구태정치 확장에 기여한다면 그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새정치를 위하는 행동이 구태정치를 살려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이번 '국민세배'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전략이 불분명해 보인다. 박근혜 정권 심판론인지, 아니면 지난 2010년 무상급식처럼 어떤 정책 의제를 제시하는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최우선으로 내세울 것은 무엇인가?
"현재 민주당의 제 1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서 생각하면, 딱 그게 뭐라고 말하기가 참 어렵다. 지금 박근혜 정부가 망치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가 어떤 사안을 제 1순위로 말하기가 난처하다. 그렇게 되면 다른 것은 2순위나 3순위가 된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경제 민주화와 복지정책은 후퇴하고 있다. 그래서 민생이 중요하지만, 또 민주주의가 무너져가고 있는 상황을 두 번째 문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문제도 심각한데, 박 대통령은 느닷없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통일의 과정에 대해서는 말씀이 없다. 무엇을 내세워도 그게 가장 중요한 사안이 된다."

- 이번 지방성거에서 민주당의 성적표가 어느 정도 돼야 '승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 거기까지 생각해 보지 않았다. 국민들이 판단하실 거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타협할 생각 없다"

-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집중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공약을 백지화했다. 현재 상황에서 야당이 이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나?
"공천제 폐지는 선택의 문제다. 공천체가 악이고 폐지가 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천제가 갖고 있는 폐해에 국민들이 불만이 많다. 그래서 대선 때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공약으로 내세운 것 아닌가. 그런데 새누리당이 공약을 백지화 하는 것에 박 대통령은 아무 말도 안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이나 다른 복지공약은 나라에 돈이 모자라서 못 지킨다고 했다. 그런데 공천제 폐지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과 한 번 없다.

박 대통령 스스로가 대선 때 '최악의 정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지켜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스스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멀쩡한 국민이라면 어떤 국민이 이 말을 안 믿겠나. 거기에 국민들이 다 넘어간 거 아니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정치개혁의 대표 공약이었다. 이걸 다 뭉개는 것에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은 국민께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태도다."

- 민주당에서 투표시간 연장과 선거 연령을 낮추는 제안을 했다. 새누리당은 공천과정에서 금품거래 시 정계에서 퇴출 시키는 법안을 내놓았다. 두 개의 안을 놓고 서로 절충할 가능성은 없나?
"선거연령을 낮추고 투표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계적인 추세이고 유럽은 16세까지 연령을 낮추려고 한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것은 정치개혁 안이 아니다.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다."

- 민주당의 의지와 다르게 정당공천제 폐지가 안 될 경우, 민주당 자체로 공천하지 않을 가능성 있나?
"그건 지금 말할 시점이 아니다. 공천제 폐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안 될 경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직 생각해 보지도 않았다."

- 앞서 말한 것처럼 기초노령연금이나 반값등록금 같은 복지 공약이 백지화 되거나 후퇴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느 순간 국민들이 확실하게 그것(공약 백지화)에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생각한다. 서서히 나타나는 게 아니라 어느 때 바로 나타날 것이다."

-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변곡점이 있을 거라는 말인가?
"둑이 무너지면 그렇게 될 거다."

- 당장 박 대통령에게 시급하게 조언 하나를 한다면 뭐라고 말하겠나?
"국민을 무서워 할 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둑이 무너지는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태그:#김한길, #민주당, #최명길, #박근혜,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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