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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추 사무실에서 열린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김성식 전 의원을 반기며 박수를 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추 사무실에서 열린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김성식 전 의원을 반기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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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지표만 놓고 보면 '새정치신당'의 미래는 밝아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력한 차기 대선후보가 존재한다. 그리고 야권에서는 새누리당에 대적할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면 입당을 희망하는 유력 인사들이 넘쳐나야 정상이다. 그런데 신당의 인재 영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6·4 지방선거에서 모든 광역단체장 후보를 낼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 후보군 이름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장하성 고려대 교수 이름이 잠시 나왔다가 사라졌다. 서울뿐 아니라 어느 지역도 간판 후보를 소개하지 못하고 있다. 호남에서만 윤장현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공동위원장, 강봉균 전 장관 이름 정도만 나오고 있다.

신생 정당에게 첫 전국 단위 선거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신당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인물은 민주당, 새누리당 등에서 정치를 익힌 사람들이다. 6·4 지방선거에서 희망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이후의 행로가 험난할 것임을 그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소 이해되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초반 기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신당에서는 여유가 느껴지고 있다. 호남에서도 기세가 꺾이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음에도 '야권연대'에는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3자 대결구도면 필패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에도 흔들림이 없다.

이들에게 히든 카드라도 있는 것인가?

'야권연대'에는 강한 거부감, 선거 결과는 낙관... 왜?

윤여준, 김성식, 금태섭.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새정치신당'의 '민주당 탈레반'이다. 그들은 각기 새정추 의장, 공동위원장, 그리고 대변인 직책을 맡고 있다. 신당의 핵심 중의 핵심인 이들은 주로 민주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 세 사람은 '야권연대'에 민감하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유연한 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들에 대한 나름의 배려로 해석된다. 호남과 같이 경쟁해도 괜찮은 곳에서는 민주당과 신당이 경쟁을 하고, 수도권 등 '어부지리' 가능성이 있는 곳은 연대하자는 제안인 것이다.

이에 대해 신당의 금태섭 대변인은 28일 P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창당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왜 연대 얘기가 나오는지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모여야 한다는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야권 대선후보였던 문 의원의 제안조차 비판하고 나선 셈이다. 

그런데 신당에는 금 대변인보다 더욱 강경한 '연대' 반대론자가 있다. 바로 김성식 새정추 공동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여러 차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야권 연대는 안 한다"고 선을 그었다. 24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는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한 분명히 (야권연대 안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까지 못을 박았다.

그의 강경한 주장을 '정치적 수사'로 해석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는 책임을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 그는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낙선했다. 당선만을 의식하는 일반 정치인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결코 야권연대 없다'는 발언을 가볍게 흘려 듣기 어렵다.

야권연대 없이 선거가 치러진다면 그 결과는? 최근 실시된 몇몇 여론조사를 보면 3자구도는 야권에 '대재앙'이다. 최근 발표된 <주간경향>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가상대결에서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은 새누리당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우위를 보였다. 하지만, 후보 이름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새누리·민주·안철수 신당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일 경우에는 새누리당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지사의 경우에도 3자대결 구도인 경우, 새누리당 후보가 17%p 차이로 민주당, 안철수 신당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의 경우는 민주당 현역 지사와 새누리당 후보와 양자대결 여론조사 결과 충남은 앞섰고, 충북은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만일 여기에 안철수 신당 후보가 가세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충청도 안심할 수가 없게 된다.

이에 대해 <주간경향>은 "안철수 신당에서 후보를 낼 경우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에 야권 지지층이 분산됨으로써 새누리당 후보에 승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민주당의 위기의식과 새정치신당에서 체감되는 선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28일 <뉴스Y>에 출연해서 6·4 지방선거에서의 구체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 "광역단체장 한 석이라도 얻으면 성공이다"라고 목표치를 낮춰 잡았다. 그러나 곧이어 "이번 선거에서 저희는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덧붙였다. 그가 강조한 대목은 '한 석이라도'가 아니라 '소기의 성과'이다.

"두 곳"→ "많으면 서너 군데" 높아지는 목표치

윤여준 의장의 선거전망 역시 나쁘지 않다. 처음 "광역단체장 2곳에서 승리하면 충분한 성과"라고 목표치를 제시했던 윤 의장은 24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는 "광역단체장에서 핵심적으로 중요한 지역은 꼭 이겨야 한다고 본다"고 말한 뒤, "많으면 서너 군데, 적어도 두 군데 정도는 승리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현역 단체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민주당은 3자 대결구도에 울상인데 새정치신당의 김성식 위원장은 '소기의 성과'를 예상했고, 윤여준 의장은 자신이 제시했던 전망치를 높여서 '많으면 네 군데 승리'를 언급했다. 이들에게서는 알 수 없는 '낙관의 힘'이 느껴질 정도다.

윤 의장은 신당에 합류하자마자 제일성으로 '서울시장을 포함 모든 광역단체장에 후보를 낸다'고 선언해 주목 받았다. 언론에서는 특히 '서울'을 언급한 데 의미를 부여했다. 최근에는 신당 내부에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검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신당이 지속적으로 서울시장을 언급하는 이유로 '경기지사' 양보를 받아내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신당의 지도부들이 야권연대를 겨냥해 그동안 했던 발언을 본다면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새정치를 하기 위해 정당을 만들면서 '딜(거래)'로 비춰지는 행위를 한다면 신당의 도덕성은 크게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당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김상곤 교육감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성식 위원장은 "저희 마음속에 나름대로 그 분께서 좋은 역할을 하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 또한 지난 22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안철수 신당으로부터 경기도지사 영입 제안이 온다면'이라는 질문에 "약간 미묘한 마음이 든다"고 답해 여운을 남겼다. 

여전히 살아 있는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교육실험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새로운 교육실험의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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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뉴스Y>에 출연한 김성식 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했다. '안철수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안 의원은) 신당 창당을 위해 전국을 다니면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임을 언급하며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곧이어 그는 "일부 시민들께서 (안 의원이 서울시장에 출마함으로써) 새정치 깃발을 탄탄히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왜 김 위원장은 안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 불씨를 살리는 발언을 했을까.

일 주일 전 '안철수 서울시장 출마 검토' 언론보도에 대해 안 의원이 "그런 생각 해 본 적도 없다"고 부인하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쐐기를 박은 것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안 의원의 부인 이후에도 윤여준 의장은 "(안 의원의) 출마 여부도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우선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뒀다.

신당은 2월 17일 창당 발기인대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월 말 새로운 정당이 탄생될 예정이다. 안 의원도 세력이 생기게 된다. 그것은 힘이 생긴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명령체계로 작동되는 조직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전 당원투표 등의 과정을 거쳐서 '안 의원 서울시장 출마'라는 당의 요구가 안 의원에게 전달된다면? 윤 의장과 김 위원장은 여전히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현재 언급되고 있는 김상곤 교육감이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안 의원과 서울-경기를 누비게 된다면 그 파괴력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이 조합이라면 당선되지 못한다고 해도 수도권에서 아깝게 패한다면 그 당은 민주당이 아닌 신당이 될 것이다.

지난 대선을 뒤 흔들었던 '안철수 카드'가 상황에 따라서는 6·4지방선거를 뒤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신당 내에서조차 안철수 카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태그:#안철수, #서울시장, #3자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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