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 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의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 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5일부터 21일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

[1월 11(토)일] 디보체(3,820m) - 팡보체(3,930m) - 소마레(4,010m) - 딩보체(4,410m)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간간이 기침이 나왔다. 어제 3860m를 오르고 3820m에 있지만, 몸이 아프거나 고산병이 아니길 바란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어제 새벽의 놀라움을 다시 보려고 밖에 나갔다. 하늘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은 것이다. 오전 6시에 어김없이 도우미들이 가져온 차를 마셨다.

고등학교 1학년인 17 살 아들과 함께 참석한 동료가 아들과 함께 내려가겠다고 결정하였다. 평소에 편두통이 있는 아들이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같이 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일정을 마무리하겠다고 생각했고 옆에서 세심히 신경을 썼다. 그러나 3일 전부터 식사를 전혀 못하고 밤새 고산병에 시달리면서 의지를 접었다.

아들은 혼자 내려갈테니 아빠는 끝까지 다녀오라고 계속 채근했다. 아들과 함께 산행하며 그동안 못 해줘서 서운했던 마음도 풀고 대화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함께 내려가자"라고 마음을 굳힌 아버지의 큰 고뇌가 느껴진다. 로지에 두 사람을 남겨두고 출발하는 걸음이 무겁다.

법문이 새겨진 돌판이 담처럼 세워진 디보체 길
▲ 길 법문이 새겨진 돌판이 담처럼 세워진 디보체 길
ⓒ 최성

관련사진보기


얼음이 얼어 있고 그 속에 물은 흐른다.
▲ 길 얼음이 얼어 있고 그 속에 물은 흐른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무녀진 다리
▲ 다리 무녀진 다리
ⓒ 최성

관련사진보기


팡보체에 가기위해 임자콜라를 건너는 다리
▲ 다리 팡보체에 가기위해 임자콜라를 건너는 다리
ⓒ 최성

관련사진보기


바람이 불지 않지만, 기온이 아주 차고 흐르는 물은 곳곳이 얼어있다. 심란한 마음인데 가벼운 눈발도 날린다. 계곡을 따라 걷다 철다리가 무너진 곳을 지나 나무다리를 건넜다.

조리를 담당하는 도우미들의 산행
▲ 길 조리를 담당하는 도우미들의 산행
ⓒ 최성

관련사진보기


팡보체 곰파 옆을 지나기
▲ 길 팡보체 곰파 옆을 지나기
ⓒ 최성

관련사진보기


팡보체(Pangboche. 3930m)까지 급한 경사를 올랐다. 좀 빠르게 움직이면 덜 추울 거 같은데 고산병 때문에 천천히 움직이니 아주 춥다. 오래 가려면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배낭에 있는 옷을 전부 꺼내서 입고 모자도 보온성이 좋은 것으로 바꿨다.

아마 다블람
▲ 산 아마 다블람
ⓒ 최성

관련사진보기


아마 다블람이 있는 산에서 난 산사태
▲ 산사태 아마 다블람이 있는 산에서 난 산사태
ⓒ 최성

관련사진보기


팡보체 곰파를 지나가는 길 맞은편에는 아마 다블람이 계속 모습을 바꿔가며 위용을 뽐내고 있다. 급한 경사로 산사태가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활발한 침식작용은 또 다른 산사태를 부를 것이다.

모래와 돌 입자가 아주 고운 흙은 이곳 히말리아가 예전에 깊은 호수나 바다였음을 말하고 있다. 지각변동으로 거대한 융기가 이루어지고 퇴적된 지형은 활발한 침식작용을 통해 씻겨 나가며 지각 깊숙한 곳에 있던 화성암이 현재 거대한 설산으로 남아 있다.

길에서 바위까지 높이가 수직으로 150m 정도 된다.
▲ 마음 길에서 바위까지 높이가 수직으로 150m 정도 된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앞으로 계속된 침식을 통해 히말리아 산들은 더 날카로워 지고 바위뿐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침식으로 가벼워진 대지는 또 다른 융기를 부를 수 있다. 자연의 변화는 너무 거대해서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돌담이 있고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밭. 감자와 양배추를 심는다.
▲ 밭 돌담이 있고 계단식으로 이루어진 밭. 감자와 양배추를 심는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보통 3500m 이상인 지역에서는 경작이 어렵다고 하는데 히말리아에서는 3930m 이상의 지대에서도 밭 가장자리에 돌로 담을 쌓아 감자와 양배추를 심는다. 토양은 대단히 비옥해 보인다.

엄흥길 휴먼 스쿨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보였다. 내려오는 길에 들리기로 했다.

풀름 뜯어 먹고 있다.
▲ 야크 풀름 뜯어 먹고 있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히말리아 산양 고랄라(Gorala)
▲ 산양 히말리아 산양 고랄라(Gorala)
ⓒ 최성

관련사진보기


히말리아 산양인 고랄라(Gorala)가 풀을 뜯었다. 목초가 거의 없고 날씨가 항상 영하권인 이곳에서 사는 동물의 강인한 적응력이 놀랍다.

소마레(Shomare. 4010m) 트레커 로지(Trekkers Lodge)에서 점심으로 자장밥을 먹었다. 나는 자장하면 간자장에 고량주가 생각난다. 강한 불 내음이 느껴지는 자장에 면발을 잘 비벼 한 입 먹은 다음, 고량주를 마시면 목구멍을 강렬하게 타고 넘다 가슴에서 사라지는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 그 맛은 더 질척하게 달라붙는다.

고산병 증세 때문에 잠을 설쳐서 식사 후 누워서 잠을 자는 사람이 여럿이다. 나도 40 분 정도 잤다.

오르소(Orsho. 4,190m)로 가는 길
▲ 길 오르소(Orsho. 4,190m)로 가는 길
ⓒ 최성

관련사진보기


바람이 불지 않은 상태에서 가는 눈발이 날린다.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기온이 아주 낮아졌다. 출발하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춥고 자꾸 오한이 들었다. 바람이 불면 파고드는 냉기에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체온이 떨어지면 고산병이 더 심해진다. 고도가 높아지는 것은 단순히 높이만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난관을 만나는 것이다.

아마 다블람
▲ 산 아마 다블람
ⓒ 최성

관련사진보기


딩보체
▲ 숙소 딩보체
ⓒ 최성

관련사진보기


임자 콜라와 로부체 콜라(Lobuche khola)가 만나는 곳에 아주 넓은 분지를 형성하고 로체를 병풍처럼 뒤로 한 딩보체(Dingboche. 4410m) 에베레스트 롣지(Everest Lodge)에 도착했다. 히말리아는 봄, 가을에 사람이 많고 겨울은 비수기이다. 딩보체에 우리만 있는 듯하다.

아마 다블람
▲ 산 아마 다블람
ⓒ 최성

관련사진보기


캉테가, 큐슘 캉가루, 탐세르쿠
▲ 산 캉테가, 큐슘 캉가루, 탐세르쿠
ⓒ 최성

관련사진보기


타부체
▲ 산 타부체
ⓒ 최성

관련사진보기


로체
▲ 산 로체
ⓒ 최성

관련사진보기


로체
▲ 산 로체
ⓒ 최성

관련사진보기


아마 다블람
▲ 산 아마 다블람
ⓒ 최성

관련사진보기


야크와 좁교는 뿔 모양이 다르다
▲ 야크 야크와 좁교는 뿔 모양이 다르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야크는 털 색깔이 여러 가지다.
▲ 야크 야크는 털 색깔이 여러 가지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어느 곳이나 얼어 있어서 씻는다는 것은 엄두를 낼 수 없고 대소변도 밖에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숙소에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옷을 입었다. 짐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는 단순한 동작도 숨을 가쁘게 하고 어지러운 기운이 있다. 그제부터 방귀가 아주 심해지고 있다. 장의 활동이 둔해져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인솔자가 침낭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어느 침낭이나 입구에 두 개의 끈이 있다. 침낭에 들어가 머리를 침낭 속에 넣어 지퍼를 올린 다음 바깥에 있는 줄을 조정하여 입구를 조이고, 안에 있는 줄을 목에 맞게 조이면 침낭에서 체온이 밖으로 빠져 나가지 않기 때문에 체온만으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침낭을 내내 사용하면서 줄의 용도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저녁에 잡채와 된장국을 먹고 사과를 먹었다. 잡채는 누구나 좋아하고 많은 양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잔칫집 음식의 대명사이다. 그래서 정작 자기 입맛에 맞는 맛있는 잡채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입맛에 잡채가 딱 붙었다. 산행하면서 조리도우미들을 보면 물, 시설 등 모든 것이 열악한 조건에서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느낌이다.

허리가 아픔에도 일정을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던 신민구가 저녁식사를 못 했다. 가모우 백에 들어가 고산병에 대한 응급처치를 받았다. 모두가 고산병 증세 때문에 식욕이 떨어져 있지만 끼니를 아예 거르는 것은 탈진으로 이어진다. 나도 저녁 식사 후 속이 좋지 않다.

축척 1:5,000
▲ 디보체에서 딩보체까지 9.8km 축척 1:5,000
ⓒ 최성

관련사진보기


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산행 개념도 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최성

관련사진보기


하루를 소일하듯 가볍게 다녀오는 소풍이 아니고 장시간 낮은 기온 속에서 고산병의 고통을 감수하며 높은 곳에 오르려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냉동고에 들어 있는 듯이 모든 것이 얼어 있는 환경에서 움직이는 것은 생명이다. 움직이지 않고 기다릴 줄 아는 것도 생명이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언제나 친절하고 최선을 다해 사랑할 일이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워 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 #디보체, #당보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