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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처음 국회에 등장한 '북한인권법' 논란이 과연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인가.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2월 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3, 4회의 관련전문가 연쇄인터뷰를 통해 쟁점과 바람직한 논의방향을 짚어본다. [편집자말]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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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인권상황의 개선을 대립관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져야 한반도 인권 개선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이 가능해진다. 남북관계는 평화와 인권, 인도주의 등 보편적 가치를 한반도에 구현할 수 있는 우리만의 전략적 자산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서보혁 교수의 지적이다. <북한인권>, <북한개방화와 인권개선 방안연구>, <코리아인권-북한인권과 한반도평화> 등의 저서를 비롯해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다수의 글을 쓰는 등 진보세력내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천착해온 몇 안 되는 인사중 한 명인 서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남북대화와 북한 인권 개선을 연결 지어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법 통한 북한인권 개선? 실효성 약해"

서 교수는 "북한 인권개선 정책수단은 한 가지를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방법들을 조화롭게 추진하는 지혜가 필요하고, 특히 현실적으로 적대관계에 있는 북한의 인권문제를 다룰 때는 상대와의 신뢰관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에 대해서 서 교수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내용이 별로 없다"면서 "북한인권단체 지원법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일본에서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예로 들면서 "이 법안은 결국 북한 인권의 실질 개선보다는 자기만족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서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는 지난 21일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진행됐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북한 인권민생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역대로 새누리당이 아닌 야권쪽에서 야당대표가 공개적으로 북한인권법 제정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나. 또 어떻게 평가하는가.
"김한길 대표가 야권의 정치적 대표인사로서 우리사회의 갈등의제라고 할 수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 민주당 기존 스탠스를 유지하면서도 이를 조금 확장해서 중도적 여론까지 민주당의 지지층으로 끌어 들이려 하는 그런 새해 포부가 일부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 야권 대표 인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좀 더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를 해나가자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조금 소극적이었던 과거의 태도에 비해서는 좀 더 진전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 '장성택 처형'이 영향을 미친 것인데, 북한인권법 제정이 대세가 된 듯한 분위기다.
"부분적으로 동의한다. 장성택 처형에 대해 국제 비정부기구들이 비판했고, 국내에서도 여러 단체들이 그런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참여연대 같은 경우는 집행위원회 논의를 거쳐서 참여연대 전체 차원에서 장성택 처형이 북한의 사법제도에 맞지 않게 임의로, 정치적으로 집행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것은 남북한 모두의 민주주의와 인권에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진보세력의 대표적 단체 중 하나인 참여연대가 그런 성명을 발표할 정도였으니 아마도 김한길 대표의 발언에도 반영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 사실상 재판이라고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었던 재판 아니었나.
"군사특별 재판 형식이었다. 이는 북한의 공식적이고 일반적인 사법제도의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보인다. 북한에서도 형식적으로는 있다고 하는 변호사 구제절차 없이 (재판이) 진행됐다는 점들이 보이고, 공식적인 사형 근거로 제시했던 내용들이 상당부분 정치적, 자의적인 상황판단으로 볼 수 있는 점도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밝힌 장성택의 위법행위가 과연 북한 법에 입각해 보더라도 사형까지 당할 그런 죄목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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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인권'문제는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크게 논란이 되어온 사안이다. 현재 북한인권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나?
"한국에서 제정된 북한 인권법을 통해서 북한 인권을 개선한다고 하는 것은 실효성이 상당히 약하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의미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과 우리는 체제가 다르고 또 분단 이후 군사적 대치상태에 놓여 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남북간 신뢰가 거의 바닥인 상황에서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서 북한에게 요구하고 비판하고 압박한다는 것이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는커녕, 북한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우리만의 지렛대, 접촉면으로서의 신뢰관계를 조성하는데 역행하고 북한의 반발만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

나는 이런 유형의 접근을 '자기만족적 접근'이라고 본다. 북한 인권법을 가지고 북한 인권을 얘기하려고 하는 순간 당국 간 대화도 안 될 뿐더러 가능한 대화도 불가능하게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질적 체제와 적대관계에 있는 상황에서 상대방의 인권문제를 다룬다는 것이, 또 그것을 법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정책유연성이나 실효성 면에서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하지 않는 편이다."

-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이 아주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는 데는 동의하는가.
"그렇다. 동의한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3가지 시각

- 이른바 진보진영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늘 있어왔다.
"<창작과비평> 봄 호에 진보진영의 북한 인권문제 성찰과 대안에 관련된 글을 하나 썼는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진보진영의 시각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민족주의 시각인데, '북한 인권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는 태도다. 정당으로 얘기하면 통합진보당, 시민사회단체로는 진보연대 정도가 되겠다. 남한과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보고, 우리는 북한과 통일을 이루어야 하기 때문에 인권문제는 통일문제보다 한참 아래 있는 것으로 보는 그런 입장이다.

두 번째가 보편주의 시각인데, 우리가 우리 스스로의 인권문제를 이야기 하듯, 외부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북한의 인권문제도 다룰 수 있고 또한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반적인 모든 분야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객관적 평가를 하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에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점에서 국내 보수 세력과는 입장이 다르다. 예전 진보신당이 이러한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 정의당이 계승하고 있다. 시민사회쪽에서는 참여연대 정도가 이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가 실용주의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대북 포용정책을 전개했던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을 주도한 '한반도평화포럼' 인사들과 정당으로는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 입장은 '북한 인권 문제가 있다, 있는데 이 문제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정착 문제와 병행해서 가거나 그런 노력을 훼손해선 안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남과 북이 이질적이기 때문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민정치적 권리문제는 국제사회나 유엔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가고, 북한 주민의 생존권이라든가 인도적 문제는 남북간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 입장은 남북관계의 전반적인 발전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이라는 전반적인 큰 프레임 속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접근하기 때문에 나는 실용주의 전략적 접근이라고 얘기한다."

- 이 세 가지 입장은 직접 명명한 것인가.
"그렇다. 꾸준히 관찰하다보니, 북한인권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진보진영 전체가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욕을 얻어먹는데, 꾸준히 관찰하다보니 실제로 한 덩어리로 얘기하는 것은 어렵겠다, 그래서 내가 분류를 시도했는데, 이번에 창작과비평에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 서 교수는 어떤 입장인가.
"두 번째 입장의 기조에 서 있다."

- 그런데 두 번째와 세 번째 입장, 즉 보편주의와 실용주의 입장의 차이는 내용적으로 보면 비슷한 것 아닌가.
"내용적으로는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일단 개념상으로 다르다. 보편주의는 인권의 보편성에 기초해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 있고,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주의는 남북 협력과 실질적 개선이 우선이지만 비판할 것은 해야 된다는 입장인데 비해서 전략적 실용주의 입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 이 부분이 훼손 우려가 있을 때 필요할 경우 북한 인권 문제는 뒤로 해도 된다는 거다. 이 두 입장이 현실적으로는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지만 기본 시각이나 접근 개념에 있어서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 그렇다면 인권법을 제정하는 방안이 아닌, 다른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지 않겠는가.
"그렇다. 대안이 있다. 첫 번째는 북한인권법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 중에 대부분은 이 법 없이도 할 수 있고, 또 실제 상당부분 해왔다는 얘기를 먼저 하고 싶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초기까지는 남북관계발전 기본법이 없어도 해오지 않았는가. 통일연구원에서 내는 북한인권 백서나 통일부에서 발간하는 통일백서를 보면 그동안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왔는지 잘 나와 있다. 북한 주민의 생존권 개선, 노약자 산모 어린아이를 위해 유니세프 등을 통해 약이나 의료품들을 지원했던 내용들이 나와 있다."

외교부 북한인권 대사가 있기 전에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우리 유엔대사라든지, 우리 외교부장관이 국제사회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를 했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하면서 10% 쿼터로 비공식적으로 납북자 상봉도 하고 다른 협상을 통해서 국군포로 문제도 거론했었다. 또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을 통해서 주민들의 생명권 개선에 보탬을 주고 해왔던 거다. 이미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지금 북한인권법을 만들던지 안 만들던지 간에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 또 해왔던 역할은 상당부분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법안내용 상당부분 해왔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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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북한인권법의 핵심을 무엇이라 분석하나.
"핵심은 두 가지다. 첫 째는, 소위 북한인권 기록 보존소를 만들어서 지금보다 조금 더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북한 인권 침해에 대해서 기록·보존하는 방식을 통해 북한 정권이 인권침해를 덜 하도록 경계하고 통일이 되었을 때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근거로 삼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나는 이것도 북한인권법이 아니더라도 현재에도 통일연구원, 국가인권위원회, 또 여타의 민간단체에서 꾸준히 하고 있고, 이미 상당한 부분이 우리 정부 예산에서 지원되고 있다.

두 번째는 북한 인권재단 설립이다. 이 법의 제정을 주도하는 세력의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봤을 때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을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핵심이다. 이 부분은 그쪽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일단 시민운동은 기본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재정문제나 추구하는 목표에 있어서 정부 혹은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고 자기 독자적인 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예전 이 문제로 TV토론에 나가서 이 법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 서경석 목사께 말씀 드렸다. '예전 우리가 반독재 민주화 운동할 때 정부 돈 받고 했느냐'고.

미국에서 처음 북한인권법 만들었을 때도, 이 법에 의해서 나오는 예산을 따기 위해서 급조된 탈북자 단체, 북한 인권 단체들이 난립하면서 결국은 1~2년간 재정집행도 하지 못했다. 그런 것처럼 예산을 받기 위한 북한인권 단체의 난립과 과잉 선명성 경쟁 등으로 오히려 폐해가 심할 것이고, 시민운동의 순수성과 독립성은 애초부터 제한될 수밖에 없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지금 북한인권 재단을 만드느냐, 그건 아니라는 거다."

- 하지만 다른 시민단체들도 이미 정부지원을 많이 받고 있지 않은가.
"받는 단체도 있고 받지 않는 단체도 있다. 예를 들면 참여연대 같은 경우는 정부지원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영세한 시민단체가 활동하려면 현실적으로 정부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나는 시민들의 참여와 후원으로 단체를 꾸려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고 그게 안 될 경우에 불가피하게 이슈별로 부분적 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이런 것은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을 가지고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북한 문제는 다르다. 엄연히 우리와 생활 체계와 방식이 다르고, 우리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데 북한인권 문제가 순수하니까 정부가 주는 돈을 받는다? 그러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항상 일관되고 보편적인가? 그렇지 않다.

예를 하나 들겠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북한자유화 법안을 입법했다. 2003년이 어떤 해인가? 겨우 겨우 6자회담을 만들었지만 부시 정부가 대북 선제 핵공격 독트린을 내놓는 바람에 북미간 대화가 거의 없던 시절이다. 미국이 만든 북한자유화 법안 전문에는 북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목적이 분명히 명시돼 있었다. 그래서 미국의 양식 있는 평화운동가들이나 자유주의적 성향의 인사들, 그리고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이 법안은 실효성도 없고 문제가 많다고 반대로비를 하고 편지도 보내고, 방미단을 조직하고 해서 결국 그 법안은 폐기되고 이듬해 내용이 훨씬 완화된 북한인권법이 만들어졌다."

"미국과 일본의 '북한인권법'. 실제는 북한 제재법이다"

- 미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졌던 북한인권법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미국은 쿠바,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 자신들과 적대적인 국가들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명분용으로 만든 법에 대체로 해방법안, 민주화 법안, 자유와 법안 등의 명칭을 붙였다. 북한 역시 이런 케이스였다. 일본도 비슷하다. 2006년 일본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교류, 송금 금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북한 제재법(납치문제와 그 이외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법률안)을 만들었다. 실제는 북한 제제하는 법인데 국내 보수 언론들이 이 법을 북한 인권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북한을 제재하겠다는 내용이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주로 탈북자들을 보호하고, 탈북자들을 통해 외부 정보를 북한 내로 집어넣겠다는 것인데 파주나 접경지역에서 날리는 대형 풍선에 1달러짜리가 들어가 있지 않은가. 그 돈이 여기서 나오는 거다. 북한인권법을 만들자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미국에 요구하지 말고 차리리 우리 국민들의 세금으로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느냐는 거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의 접근은 북한의 반발과 적대감만 더 불러일으킬 뿐 북한인권의 실효적 개선이라는 측면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는 자기만족적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근거에 대해 설명해 달라.
"실제 북한인권 법안에 보면 진짜 북한 인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한 내용이 별로 없다. 그러니까 만약 그 법안을 발의하려면 솔직하게 북한인권단체 지원법안이라고 해야 맞는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인권 단체를 지원하는 것이 곧 북한인권을 개선하는 것과 같은 얘기라고 말할 수 있나. 북한인권 단체가 그 돈을 가지고 이상하게 자기 단체를 위해서만 쓸 수도 있고, 정치적 퍼포먼스만 하면서 실제 북한인권이 개선되는지 여부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렇게 북한을 자극하고 NGO를 통해 하는 것보다는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정부관계를 발전시키고, 정부차원에서 대범하게 또 전방위적으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문이다.

- 이정훈 외교부 인권대사는 '북한인권법을 우리가 만들었다고 해서 북한이 도발을 더 하거나,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도발을 적게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북한인권법과 북한도발과는 상관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남북대화를 할 때 탄탄대로가 아니잖은가. 앞으로 대북협상을 할 때 한 번씩 거기 휘청거릴 것이다. 예전 노무현 정부 당시 베트남에서 500명의 탈북자들을 한꺼번에 국내로 데려온 적이 있는데, 그 당시 1년 동안이나 남북대화가 중단되지 않았나. 공격적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것이 북한 인권정책의 가장 전향적인 방법인 것처럼 말하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이 법이 없을 때도 잘해왔는데 굳이 실효성 없는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북한인권법에 대해 지지하고 있는 현재의 정부와 북한인권법 없이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교류협력을 했던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비교해보자. 절대적 차원에선 큰 차이가 없다하더라도, 과연 어느 쪽이 북한 인권 개선에 상대적으로 어느 쪽이 더 기여를 했는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몇 번이나 했고 얼마나 했는가? 거의 제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때는 북한 주민들 그리고 노약자나 아동들의 생명권 보호에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의 발전이 북한인권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고, 이것은 다른 나라는 가질 수 없는 우리만 가지고 있는 아주 독특하고 전략적인 자산이다. 그런데 보수세력은 이 것을 정치적으로 선후의 문제, 경중의 문제로 호도하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 한반도 인권 차원에서 접근해야"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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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인권' 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렇다. 북한인권은 남북을 통틀어서 '한반도 인권', '코리아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북한인권 문제의 모든 범위를 다 커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상반기, 미국의 핵폭격기가 왔다갔다하고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일어날 수 도 있다는 긴장이 있지 않았나. 만약 전쟁이 터진다고 하면 남한인권, 북한인권을 따로 구별할 수 있나? 전쟁이 터진다면 한국인뿐 만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서 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평화권, 또는 평화적 생존권이 위협받는 것 아닌가."

-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혹은 시민단체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던게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 북한인권 문제는 보수의 어젠다로 확실하게 굳어진 것 같다.
"원래 인권은 진보의 어젠다인데,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왜 진보가 침묵하고 보수가 주도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해서는 진보가 성찰해야 할 부분이 있고, 또 그렇게 된 사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진보가 성찰해야할 부분은 역시 북한문제에 대해서 민족주의적 시각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 배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북한인권 문제만큼은 좀 더 보편주의적 시각과 조화를 이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진보진영 내에서도 민족주의 시각만 있는 것도 아니고,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이 똑같지도 않다. 하지만 여론을 주도하는 것은 보수 세력 아닌가. 이들은 북한인권 문제를 가지고 북한과 관련된 다른 보편가치들, 즉 인도주의나 평화 이런 면들은 무시하면서 인권 근본주의적 발상으로 담론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이런 것에 대해 진보진영이 국제인권 담론, 즉 국제사회도 공유하면서 우리국민들도 설득할 수 있는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진보진영 내에 세 가지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에 대해 침묵했다는 비판적 여론이 만들어진 것이다."


태그:#북한인권법, #서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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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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