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추위와 불안에 떨며 형광등을 치켜 세웠습니다. 서서히 죽어가는 마을을 살려보려는 눈물겨운 실험입니다.
▲ 실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추위와 불안에 떨며 형광등을 치켜 세웠습니다. 서서히 죽어가는 마을을 살려보려는 눈물겨운 실험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지난 24일 오후 10시, 전남 여수 봉두마을이 소란스럽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형광등을 들고 마을회관을 나섭니다. 며칠 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기 없이 불이 들어 왔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765kV 송전탑 아래선 전기 없어도 불이 들어온다).

마을 어르신들이 김아무개 할아버지집 뒤 텃밭에 모였습니다. 그곳에는 거대한 철탑이 어둠을 뚫고 하늘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형광등을 치켜올립니다. 잠시 뒤, 345kV 초고압 송전선 아래에 놓인 6개의 형광등이 빛을 발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할머니 한 분이 큰소리로 외칩니다.

"워매, 우리 마을도 형광등에 불 들어오네."
"이런 곳에서 무서워서 어찌 산다냐."

봉두마을은 장흥 위씨와 광산 김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입니다. 약 500여 년 된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이곳에 1970년대 초부터 한국전력이 송전탑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봉두마을에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1개 노선과 154kV 초고압 송전선로 2개 노선이 마을 감싸며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봉두마을은 장흥 위 씨와 광산 김 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약 500여년된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 봉두마을 봉두마을은 장흥 위 씨와 광산 김 씨가 모여 사는 집성촌으로 약 500여년된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봉두마을에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1개 노선과 154kV 초고압 송전선로 2개 노선이 마을 감싸며 가로지릅니다.
▲ 송전탑 봉두마을에는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1개 노선과 154kV 초고압 송전선로 2개 노선이 마을 감싸며 가로지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한전, 초고압 송전선으로 휘감긴 마을 한 번 더 묶을 계획

또 송전탑 20기가 마을 곳곳에 세워져 있습니다. 때문에 봉두마을은 초고압 송전선으로 꽁꽁 묶인 꼴입니다. 헌데, 한국전력은 이 마을을 송전선으로 한 번 더 묶을 모양입니다. 한국전력은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전력은 2011년 8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마을 앞에 154kV 대형철탑 5기를 더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사가 시작되자 마을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가뜩이나 송전탑 때문에 불안해하던 주민들이 밀양에서 벌어진 송전탑 반대 운동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밀양에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소식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송전탑과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 들은 사람들이 그동안 사망한 마을 사람들 질병을 들춰봤습니다. 놀랍게도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거대한 송전탑 밑에 염소들이 쉬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멀쩡하던 소와 염소가 이름 모를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죽었고 기형 송아지까지 태어났습니다. 꿀벌 유충까지 녹아내려 양봉도 망했습니다.
▲ 염소 거대한 송전탑 밑에 염소들이 쉬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멀쩡하던 소와 염소가 이름 모를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죽었고 기형 송아지까지 태어났습니다. 꿀벌 유충까지 녹아내려 양봉도 망했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할아버지 한분이 형광등을 치켜들고 있습니다. 예비실험입니다. 전기도 연결하지 않은 형광등에 불들어 오는 모습은 신기한 일 아닙니다. 그저, 위험한 현상일 뿐입니다.
▲ 예비실험 할아버지 한분이 형광등을 치켜들고 있습니다. 예비실험입니다. 전기도 연결하지 않은 형광등에 불들어 오는 모습은 신기한 일 아닙니다. 그저, 위험한 현상일 뿐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송전선로 마을 가로 지른 뒤 암으로 40여 명 사망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송전탑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마을 입구를 틀어막았습니다. 사람들은 마을이 이 지경이 된 원인으로 송전탑과 송전선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사람들 말에 의하면, 송전탑이 세워지고 송전선로가 마을을 가로 지른 뒤부터 각종 암으로 마을 사람 40여 명이 사망했답니다.

심지어 멀쩡하던 소와 염소도 이름 모를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죽었고 기형 송아지까지 태어났답니다. 양봉도 망했답니다. 꿀벌 유충까지 녹아내렸답니다. 때문에 그곳 사람들은 한국전력과 여수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에 주민들 요구를 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마을 곳곳에 놓여있는 송전탑을 멀리 옮겨 달라고 말합니다.

또, 현재 한국전력이 공사 중인 송전선로는 지중화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각종 암으로 투병 중인 마을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고통 받고 있는지 건강역학 조사를 실시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돈이 많이 들어 송전탑을 옮기지 못하면 정든 마을을 집단으로 옮겨달라는 눈물겨운 호소까지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송전탑과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마을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마을을 온통 휘감고 있는 송전선로에서 나온 전자파가 전기도 넣지 않은 형광등에 불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 예비실험 2 현재까지 송전탑과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마을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마을을 온통 휘감고 있는 송전선로에서 나온 전자파가 전기도 넣지 않은 형광등에 불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봉두마을이 소란합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였습니다. 며칠 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기 없이 불이 들어 왔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 마을회관 봉두마을이 소란합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였습니다. 며칠 전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일대에 설치된 765kV 송전탑 아래에서 전기 없이 불이 들어 왔다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눈물겨운 실험


현재까지 송전탑과 송전선로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마을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마을을 온통 휘감고 있는 송전선로에서 나온 전자파가 전기도 넣지 않은 형광등에 불을 밝혔다는 점입니다. 또, 이 모습을 바라본 마을 사람들이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는 것입니다.

불안한 주민들이 정부에 호소했지만 정부는 한전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 사이 주민들의 불안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전기도 연결하지 않았는데 형광등이 불을 밝히는 모습,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위험한 현상일 뿐입니다. 어두운 밤, 봉두마을을 뒤 밭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추위와 불안에 떨며 굳이 형광등에 불 들어오는지 실험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서서히 죽어가는 마을을 살려보려는 눈물겨운 실험입니다. 많은 분들이 봉두마을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아래에서 빛을 발하는 형광등을 바라보며 어두운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기도 넣지 않았는데 불이 들어온 형광등이 하루빨리 꺼져야 합니다. 그래야 마을 사람들 가슴에 환하게 켜진 불안의 불꽃도 꺼질 듯합니다.

많은 분들이 봉두마을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아래에서 빛을 발하는 형광등을 바라보며 어두운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불안 많은 분들이 봉두마을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아래에서 빛을 발하는 형광등을 바라보며 어두운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 황주찬

관련사진보기




태그:#봉두마을, #송전탑, #송전선로, #밀양, #한국전력
댓글1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