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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 30분 경이었다. 새로운 공항에 적응할 사이도 없이 마중나온 친구 내외를 만나자 마자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친구를 따라 식사를 하러 갔다. 리니스(Lynis)라고 하는 일종의 퓨전 식당이었다. 우리가 외국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감자 튀김과 소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눈에 띄는게 세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테이블에 안고 주문을 하자 마자 테이블 중앙에 턱하니 놓는 것이었다. 살사(멕시칸 핫 소스)였다. 간장 종지 만한 크기에 색색갈의 액체가 담겨 있었다. 이미 멕시코를 경험한 친구는 스테이크 위에다 뿌려 먹으며 나에게 권했지만 비위가 약한 나는 패스했다. 두 번째는 천에 조심스레 쌓여서 따뜻하게 나온 또르띠야(전병)이었다. 친구도 그 전병은 손대지 않았다. 나는 부산에서 보던 찌짐이 멕시코도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세번째는 레몬이었다. 적당하게 잘린 크기로 식탁위에 올려진 레몬은 그 용도도 다양했다. 음료수, 맥주에도 넣고 고기 위에 뿌리고 스프에도 뿌린다. 심지어 물에도 레몬을 넣어 마셨다. 처음으로 접한 멕시코는 한마디로 음식이었다.

직역하면 빨강 소스. 여기서 아침마다 따꼬에 넣어서 먹는 소스다. 이 소스는 고추, 양파와 마늘을 넣어서 갈아서 만드는데 각 음식점 또는 노점상 마다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 살사 로하 직역하면 빨강 소스. 여기서 아침마다 따꼬에 넣어서 먹는 소스다. 이 소스는 고추, 양파와 마늘을 넣어서 갈아서 만드는데 각 음식점 또는 노점상 마다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 김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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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가루로 만든 멕시칸들의 주식이다. 나는 이 또르띠야 냄새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옛날에 동네마나 쌀 집이 있었듯이 여기는 곳곳에 또르띠예리아(tortilleria)라고 하는 한국판 쌀 집이 있다.
▲ 또르띠야 옥수수 가루로 만든 멕시칸들의 주식이다. 나는 이 또르띠야 냄새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옛날에 동네마나 쌀 집이 있었듯이 여기는 곳곳에 또르띠예리아(tortilleria)라고 하는 한국판 쌀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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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음식에 빠질 수 없는 레몬. 여기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다 레몬을 뿌린다. 고기, 스프 등등 따꼬 위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 레몬 멕시코 음식에 빠질 수 없는 레몬. 여기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다 레몬을 뿌린다. 고기, 스프 등등 따꼬 위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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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에 적응이 되고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딱정벌레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나는 급속도록 현지화 되어 갔다. 친구와 나는 여기 저기 다녀야 하는 영업이 주 업무여서 아침에 사무실에서 나오면 저녁즈음에 마무리하러 사무실에 들어갔기에 점심은 다양하게 해결했다. 그 중에도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집(따께리아-따꼬 파는 가게)아쉽게도 지금은 주인도 바뀌고 해서 가진 않는다. 멕시코는 점심시간이 두시쯤 시작된다. 길게는 다섯시까지 점심을 먹는다. 집에서 먹거나 출근하면서 커피와 빵으로 허기를 채운 아침과는 달리 점심은 거나하게 먹는다. 스프부터 먹기 시작해서 디저트까지 먹고 나면 네시나 네시 반이 되고 사무실 들어가서 정리하고 여섯시 정도에 퇴근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에 쫓겨서 햄버거나 길거리 음식으로 대충해결한다. 나도 길거리 음식이 주 점심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멕시코 재래시장의 아침 풍경이다. 좌우로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천막을 친 노점상들을 뿌에스또(puesto)라고 부른다.
▲ 센트로 아침 거리 멕시코 재래시장의 아침 풍경이다. 좌우로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천막을 친 노점상들을 뿌에스또(puesto)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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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칸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즐기는 모습이다.
▲ 멕시코 아침식사 멕시칸들이 편안하게 아침을 즐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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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따께리아(따꼬 파는 집)이다. 왼쪽부터 양파에 고추를 볶은 것, 그 위에 또르띠야, 선인장 볶은 것(nopal), 중앙에는 비스텍(소고기)을 튀기는 중이고 그릇에 담긴 것은 멕시코식 순대 모롱가, 오른 쪽에는 론가니사이다.
▲ 따꼬 음식 조리 중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따께리아(따꼬 파는 집)이다. 왼쪽부터 양파에 고추를 볶은 것, 그 위에 또르띠야, 선인장 볶은 것(nopal), 중앙에는 비스텍(소고기)을 튀기는 중이고 그릇에 담긴 것은 멕시코식 순대 모롱가, 오른 쪽에는 론가니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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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허둥지둥 집을 나선다. 한 잠이라도 더 자려고 몸부림치다보면 늘 빠듯하게 일어나고 빠듯하게 도착해서 가게 문을 연다. 셔터를 올리고 가게 앞에 노점을 설치하고(설치하지 않으면 다른 노점상들이 치고들어오면 입구가 막힌다) 청소를 끝내고 나면 일시에 허기가 몰려 온다. 올 때가 되었는데 하고 기웃기웃하면서 길가를 쳐다보고 있으면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있다. Quieres algo?(뭐 먹을래?) 나한테 묻는 말이 아님에도 허기진 배와 비례해진 속도로 잽싸게 길가로 나선다.

이동식 따꼬 장사를 하는 마리오 씨다. 매일 다양한 음식을 깔끔하게 준비해서 가져온다.
▲ 따께로 sr. Mario 이동식 따꼬 장사를 하는 마리오 씨다. 매일 다양한 음식을 깔끔하게 준비해서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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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씨와 가게 앞 노점 피자 집 직원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즐거워졌다.
▲ 멕시코 노점상 마리오 씨와 가게 앞 노점 피자 집 직원이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즐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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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가져 왔냐고 묻자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자신있게 대답한다. 소고기와 양파 볶은 것, 햄 볶은 것 마지막으로 계란 삶은 것 이란다. 늘 먹던대로 dos bistec(소고기로 두개)를 주문하고 커피도 한잔 주문한다.

나의 아침식사다. 소고기를 얇게 썰어서 양파와 같이 볶는다.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상태다.
▲ Bistec(소고기) 나의 아침식사다. 소고기를 얇게 썰어서 양파와 같이 볶는다.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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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비스텍 위에 멕시칸 핫 소소를 뿌렸다.
▲ Bistec con salsa roja 주문한 비스텍 위에 멕시칸 핫 소소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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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소스가 얹혀진 따꼬를 보니 허기가 더 몰려온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레몬을 뿌린다. 따꼬에는 두개의 또르띠야가 두툼하게 감싸고 있다. 나는 또르띠야 한개만 먹는다. 두 개를 다 먹으면 옥수수 냄새가 너무 진한 듯해서 별로다. 두 개를 먹고 한 개를 더 주문한다. 세 개를 먹으면 점심을 포기해야 한다. 부드러운 비스텍에 잘 익은 양파가 조화를 이루고 그 위를 덮은 자극적인 소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중화시키고 입맛을 돋우는 레몬을 두른 따꼬는 멕시칸들에게는 빠질 수 없는 음식일 뿐 아니라 반쯤 이 나라 사람이 된 나에게도 뗄 수 없는 중요한 한 부분이다. Buenos dias!!!


태그:#멕시코, #따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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