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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김재철 MBC 사장이 사퇴하고 이후 5월 김종국 사장이 취임했지만, MBC의 내홍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김재철 시즌2'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특히 최근 부적절하다고 평가됐던 인물을 승진시키는 등 오는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무리한 내부 인사와 외부 조치가 이어지고 있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MBC는 지난 3일 예정에 없던 인사를 단행했다. 심원택 시사제작국 부국장을 시사제작국장으로 승진시켰다. 심 국장은 지난해 6월 <시사매거진 2580>(아래 2580) '국정원에서 무슨 일이' 편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불방 조치했으며, 2580 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도 아이템 검열과 특정 기자 업무 배제 등으로 파열음을 냈던 인물이다.

한 관계자는 "100% 인사권 남용"이라며 "심 국장이 지난해 8월 2580에서 물러난 이유는 그가 보직에 맞지 않는다는 걸 회사가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을 다시 시사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자리에 앉힌다는 것은 보수우파 코드에 맞추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인사

김종국 MBC 사장.
 김종국 MBC 사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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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다. 한정우 인터넷뉴스 부장이 지난 7일 글로벌사업 경인지사로 좌천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다. 노조에 따르면, 1월 초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논란 관련 보도가 뉴스 홈페이지에 2시간가량 보도된 것을 두고 경영진이 문제를 제기한 뒤 단 하루 만에 한 부장의 인사가 강행됐다. 김 사장은 지난 6일 임원회의에서 해당 보도를 언급하며 '좌편향'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공석이던 대구 MBC 사장 인사를 강행하려다 내부 반발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대구MBC 노조는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종국 서울 MBC 사장의 임기가 다음 달(2월)까지임을 감안하면 김 사장 거취에 따라 신임 사장 위치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역시 2월로 예정된 사장 선임 이후로 (대구 MBC 사장 선임을) 미루는 게 옳다며 인사를 반대했다.

김 사장은 반(反)노조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 10월 노조 쪽에 "(상급단체인) 언론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요지로 발언했다. 또 보도국의 핵심인 정치부와 사회부 검찰팀 기자들을 노조와 거리가 있거나 경력·시용 출신 기자들로 다수 배치했다. 반면 지난달 10일에는 파업에 참여했던 중견아나운서 세 명(최율미·김상호·강재형)을 심의국과 편성국 등 직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냈다.

기념비적 판결에 대한 기념비적 대응

17일과 23일 연달아 내려진 MBC 해직언론인에 대한 법원 판결은 언론계에는 기념비적 사건이다. 하지만 이 판결을 받아든 MBC의 대응 역시 기념비적이라 할 만 하다.

17일 해고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회사는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재판부의 판단은 매우 유감"이라며 "일부에서는 사장이 노동조합에 유화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오판이다, 노조의 간섭을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사권과 경영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23일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회사측 패소 판결에도 역시 '즉각 항소'였다.

17일 밤 MBC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는 법원 판결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꼭지 제목은 <언론사 파업 '공정성' 내걸면 합법? "논란 부른 판결">이었다. 이 정도 되면 법원 판결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MBC는 한 발 더 나아가 20~21일 이틀 연속으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일간지 1면에 판결문을 반박하는 광고를 실었다.

MBC가 1월 20일자 <조선일보> 1면에 17일 법원 판결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실었다.
▲ 방송의 공정성은 노동조합이 독점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MBC가 1월 20일자 <조선일보> 1면에 17일 법원 판결을 반박하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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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을 향한 노골적인 구애인가

임기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말년인 김 사장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언론계에서는 오히려 "임기가 한 달 가량 남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강욱 방문진 이사는 "(김 사장은) 노조에 친화적이지 않다는 걸 정권에 보여줘야 자신이 연임된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현 MBC가) '김재철 시즌2'를 넘어섰다, 이명박 정부 때는 시청자의 눈치라도 봤는데 이제는 그런 것도 없이 굉장히 노골적"이라며 "이건 정치적 커넥션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영하 전 MBC 노조 위원장도 "2월 정기인사가 따로 있는데 굳이 지금 도드라지게 인사를 단행한 것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행보가 연임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MBC 측은 대응 자체를 꺼리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100% 의혹에 불과한 것들에 대해 '그렇다' 혹은 '아니다'를 밝히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며 대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무리수가 연임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든, 한 가지는 확실해 보인다.

- 지상파 4개 채널 중 시청자 만족도 7.11점(10점 만점)으로 최하위 방송사(지난해 9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 언론학자들이 꼽은 사회감시·권력비판 부분 2.87점(10점 만점)으로 최하위 방송사(지난해 11월 한국방송학회학술대회)
- 현직기자 300여 명이 참여한 여론조사에서 영향력(0.7%), 신뢰도(0.5%) 최하위 방송사(지난해 8월, 한국기자협회)
- 종편 JTBC(13.3%)보다도 뒤처진 시청자 신뢰도(11.3%)를 보인 지상파 방송사(1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


MBC는 지금 추락할 대로 추락해 있다.


태그:#MBC노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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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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