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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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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드레째다. 새누리당은 지난 14일부터 민주당 의료영리화저지특위 위원장인 김용익 의원을 '고리' 삼아 의료영리화 논란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김 의원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참여정부 당시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 사실을 사과하면서 "나쁜 정책 베끼지 마라"고 꼬집은 뒤에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공격 수위는 높아졌다. 새누리당은 김 의원을 '거짓말쟁이' 혹은 '후안무치한 자'로 몰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1일 민주당과 김 의원을 겨냥, "의료민영화와 영리화 논란의 원죄를 가진 집단이자 장본인이 의료영리화와 아무 상관도 없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올가미를 씌우는 후안무치한 짓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의 얼굴 바꾸기는 FTA체결, 제주해군기지 건설, 철도민영화 등 셀 수도 없을 지경"이라며 "그때마다 영혼 없는 사과로 일관하는 민주당이 과연 수권정당인지 의심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수권경험이 있는 공당으로서의 책임의식과 도덕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당장 의료영리화저지특위를 해체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국민들께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의 집요한 '김용익 때리기'의 목적은 분명하다. 현재 의료영리화 논란은 본질과 관계없이 야당의 정략적 목적에 의한 것이라는 강변이다.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던 참여정부 당시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한 점은 이 같은 논리를 완성하기에 더 없이 좋은 먹잇감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공세는 '자가당착'(自家撞着)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야말로 "의료민영화와 영리화 논란의 원죄를 가진 집단"의 정책을 성실히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야말로 본격적인 의료영리화?

이 같은 '빈틈'은 참여정부의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문건을 공개했던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이날 "민주당이 당황한 나머지 기자회견까지 열어 앞뒤에 맞지 않는 어설픈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보고서를 보면, 의료법인이 직접 의료복지연계서비스,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관광산업, 바이오연구산업 등 수익사업은 물론이고 법인간 인수·합병까지 허용하도록 했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것뿐만 아니라 참여정부에는 의료법인이 부대사업을 좀 더 손쉽게 하도록 하기위해서 부대사업의 범위를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라는 내용이 의료법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참여정부야말로 본격적인 의료영리화를 추구했던 것이고 그 중심에 김용익 의원이 있었다."

물론 그의 발언은 사실이다. 참여정부의 해당 문건에는 '사업다각화를 위한 부대·수익사업 확대'란 이름으로 "회계투명성이 확보된 의료법인부터 수익사업의 단계적 허용"을 명시하고 있다. 수익사업의 예시도 김 정책위의장이 말한 것과 일치한다.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에 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 의료영리화의 단초가 된 '4차 투자활성화 대책' 내용을 살펴보면 "참여정부야말로 본격적인 의료영리화를 추구했다"는 그의 말은 '누워서 침뱉기'다.

지난해 12월 13일 확정 발표된 해당 내용을 살펴보면, 정부는 "최근 병원의 수익구조가 악화되면서 의료법인의 경영난이 가중돼 대국민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가 우려돼 환자 진료 외 부대사업 활성화로 신수익기반 창출이 필요하다"면서 '부대사업목적 자법인 설립 허용'을 명시하고 있다. 또 자법인의 목적사업을 '의료법상 부대사업 및 해외 의료수출'로 두고 "부대사업 자법인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으로 허용기준을 구체화(2014년 상반기)" 방침을 밝히고 있다. 즉, '자법인'이라는 중간단계만 있을 뿐이지 참여정부와 별반 방향이 다르지 않은 셈이다.

정부가 예시로 든 추가허용 (부대)사업 역시 ▲ 바이오 연구개발 성과물 응용 ▲ 의료기기 등 구매 및 의료기관 임대 ▲ 의료관광 목적의 숙박업·여행업·외국인환자유치업 ▲ 의약품 개발·화장품·건강보조식품 및 건강식품·의료용품 개발 임대 판매 ▲ 온천·목욕장업·체육시설·서점 등으로 참여정부의 계획과 다를 바 없다. 이를 '의료법 시행규칙' 사항으로 못 박은 것도 부대사업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했던 참여정부와 같다.

의료법인 간 인수·합병의 내용마저 "진출입·영업규제 개선"이란 이름으로 "의료법안이 경영합리화를 위해 다른 의료법인과 합병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일치한다.

이쯤 되면, 참여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정책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럼에도 김 정책위의장은 이날 "현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은 의료영리화는 전혀 관계가 없음이 백일하에 증명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물귀신 작전으로 우리 국민들을 현혹시키려는 나쁜 시도는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현되지 않은 '유령정책' 붙들고 연일 공세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의료영리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의료영리화 정책과 인연을 완전히 끊었다고 밝히고 새누리당이 과거 참여정부의 정책을 구실로 의료영리화 반대를 비난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정책 설득력이 없어서가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의료영리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금 민주당은 의료영리화 정책과 인연을 완전히 끊었다고 밝히고 새누리당이 과거 참여정부의 정책을 구실로 의료영리화 반대를 비난하는 것은 새누리당의 정책 설득력이 없어서가 아니겠냐고 비판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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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참여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은 '좌초'됐다. 정부가 추진했으나 실현되지 못한 '유령'인 셈이다.

먼저, 참여정부 당시 허용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는 앞서 새누리당이 제시했던 '의료산업 선진화 전략' 문건에 명시된 범위를 전혀 충족하지 못했다. 2007년 12월 개정된 의료법 42조(부대사업)에는 ▲ 의료인 양성·보수 교육 실시 ▲ 노인의료복지시설 설치·운영 ▲ 장례식장 설치·운영 ▲ 부설주차장 설치·운영 ▲ 대통령령이 정하는 의료정보시스템 개발·운영사업 ▲ 휴게 음식점 영업·일반 음식점 영업, 이용업 및 미용업 등 일곱 가지에 불과했다.

▲ 영리법인인 경영지원회사 설립 ▲ 병·의원의 인수합병 가능 ▲ 보험회사의 환자 알선 허용 등이 포함된 '의료법 전면개정안'은 1년 동안 국회 상임위에 머물다가 17대 국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즉, 추진된 것은 사실이나 실현되지도 않은 정책인 셈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를 트집잡고 현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을 우려하는 것을 정치적 의도라고 매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참여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이 무산될 수 있었던 건 여당 내부에서 'NO'라고 밝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故)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당시인 2005년 10월 11일 국회 보건복지부 종합감사 당시 "의료서비스 발전도 필요하지만 공공성과 보장성을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의료산업화 문제를 토론하자는 데 합의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신년 기자회견 당시 "필요하다면 교육·의료 서비스 분야의 과감한 개방도 할 수 있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같은 해 1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 양극화 문제는 사회 양극화의 무서운 측면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장관만 있는 건 아니었다. 참여정부의 '의료법 전면개정안'이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을 때도 여당 의원이 있었다. 현애자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온 몸을 던져서라도 상임위 통과를 막겠다"고 엄포를 놨을 때, 양승조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개정안을 찬성하는 곳은 없다, 관련 단체와 시민단체가 모두 반대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 안에서는 'NO'를 외치는 인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참여정부와 현 정부의 의료산업 관련 정책이 꼭 닮아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과오를 인정하고 방향을 바꿀 줄 아는 김용익 의원의 '용기'가 더 돋보인다.


태그:#의료영리화, #김용익, #참여정부, #김근태,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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