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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釜林事件, 부산의 학림) 피해자들은 당시 영장없이 체포하고 불법 감금·고문을 지휘했던 검사들에 대해 "그 입 다물라"며 분노했다.

부림사건 피해자들은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을 만나고 나온 뒤 소감을 밝혔다.

"부림사건 검사들, 그 입 다물라"

이날 참배에는 부림사건 피해자 가운데 11명과 그 일부 가족들이 참여했다. 고호석 부산교육포럼 공동대표와 김재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송병곤 변호사사무실 사무장, 최준영 개인사업가, 이호철 청와대 전 민정수석, 설동일 전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이진걸 노무현재단 부산지역위원회 공동대표, 주정민 농업인, 이상경 작가, 박욱영 해운대구의원, 장상훈 약사 등이 참여했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당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영화 <변호인> '부림사건' 피해자 노 대통령 묘역 참배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당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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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사건을 지휘했던 검사들은 최근 보수 언론 등을 통해 "감금·고문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준영씨는 "그냥 두면 안될 것 같다. 그 입을 다물게 해야 한다"며 "종북의 뿌리가 부림사건이라고 하는데, 그냥 있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대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감금·고문해 기소한 사건으로 19명이 기소되어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방법원은 2009년 8월 피해자들에 대해 집회와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는 면소판결하고, 계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현재 재심 중에 있는데, 피해자들은 무죄라 주장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림사건의 변호인이었다. 최근 영화 <변호인>이 개봉된 뒤부터 부림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영화 <변호인>은 개봉 33일만인 지난 19일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묘역 참배 때 너럭바위 앞에서 고호석 공동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저희들 한테는 전직 대통령님이면서 변호사였다"며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들을 변호하면서 고생하셨을 것이라 생각했고, 이번에 영화를 보며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족들이 얼마나 인간적으로 고뇌에 차 있었는지 가슴 깊이 사무치게 느꼈다"며 "그동안 개인적으로 참배를 했지만 같이 모여 고마움을 표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서 오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고 공동대표는 "지금 민주주의가 끊임없이 위협받고, 길거리에서 외쳐 온 민주주의가 허물어져 가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며 "이제 저희들은 지켜만 보고 있을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했다.

사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을 만나고 나온 뒤, 이들은 권 이사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전했다. 고호석 공동대표는 "여사님께서는 감정이 복잡하신 모양"이라고 전했다.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당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영화 <변호인> '부림사건' 피해자 노 대통령 묘역 참배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된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21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당시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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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공동대표는 "영화를 보면 처음에 노무현 변호사님께서는 비루하게 출발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친척들이 심란해 할 수 있겠다고 했더니, 권 여사님께서는 '영화에서 인간 내면의 변화를 그리려 하다 보니 그런 것이기 때문이니 속상해 할 거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권 여사님께서는 노 변호사님의 잠재돼 있던 정의감이 부림사건을 통해 밖으로 표출됐다고 설명하셨다"고 덧붙였다.

영화 흥행에 대해, 고호석 공동대표는 "국민들께 고맙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용공조작으로 징역을 살고 고생을 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들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진실호도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며 "당시 검사들이 최근에 나와서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용공조작사건의 경우 재심을 통해 불법이 확인되었고 무죄가 확정되었으며, 감금,고문을 했던 사실은 공공연히 밝혀져 있다"며 "당시 검사 출신들이 지금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다. 한 마디로 어이없고 분노스럽다"고 강조했다.

김재규 이사장은 "당시 지휘 검사들은 '고문을 하지 않았다'거나 '모른다'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데, 당시에는 증인까지 '통닭구이 고문'을 당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많은 국민들이 고문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검사들만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상훈 약사는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씨가 연기를 잘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변호사 때 격정적인 모습과 논리적인 모습을 잘 표현했다"며 "배우들의 명연기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고호석 공동대표는 "부림사건은 현재 재심 중에 있다"며 "당시 지휘 검사 등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논의를 해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부림사건, #고 노무현 대통령, #영화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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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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