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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청소년들을 건강하게 성장 시킬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의식주를 원활하게 공급하여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중요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정신과 육신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생각'의 주인으로 커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을 성장시키는 교육은 곧 철학 교육을 의미한다. 그런데 왜 공교육 현장에서는 철학교육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일까. 생각이 형성되어가는 중요한 시기인 10대 청소년들에게 철학을 배우게 하는 것은 기름진 음식을 먹이고 명품 브랜드 옷을 사 입히는 것보다 훨씬 근원적이다. 그런데도 오늘날 청소년들을 공부기계로 만들어 입시 경쟁에 몰아넣기에 골몰할 뿐, 대한민국은 철학교육의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 왜 청소년도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책 <삐뚤빼뚤 생각해도 괜찮아>(동녘)가 나온 것은 그래서 반가운 일이다. 이 책은 10년째 10대 청소년들과 호흡하며 함께 고민을 나눠왔던 13인의 철학 선생님들의 '철학 교실'을 '희망아카데미'가 엮은 것이다.

13개의 주제와 삐뚤빼뚤한 생각의 길

<삐뚤빼뚤 생각해도 괜찮아> 고민하는 10대를 위한 철학 상담소
▲ <삐뚤빼뚤 생각해도 괜찮아> 고민하는 10대를 위한 철학 상담소
ⓒ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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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책에는 13개의 주제가 나온다. 그리고 '질문소녀'를 등장시켜 청소년들의 보편적인 고민거리를 철학 선생님들에게 질문하고, 철학 선생님들은 '질문소녀'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청소년들이 알기 쉬운 문장으로 차근차근 접근해 들어가며 생각을 함께 열어나간다.

책에는 '꿈, 언어, 공부, 존재, 중독, 가족'과 같이 나를 향한 질문에서부터 '폭력, 차별, 인권' 등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국가, 경제, 환경, 종교'와 같은 세상에 대한 궁금증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설정되어 있다. 간간이 철학자와 철학적 사유체계에 대한 소개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쉽게 풀어써서 청소년들이 가진 생각의 폭을 넓히기 위한 선생님들의 배려를 느끼게 했다.

책 제목에 담긴 '삐뚤빼뚤'이라는 말은 '반듯반듯'이나 '고분고분'과는 다른 말이다.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생각의 길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며, 교과서나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다양한 문제들을 인식하고자 하는 노력을 의미하기도 하며, 주입식 교육을 거부하고 내 생각의 지도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말이기도 하다.

내가 나라는 존재를 생각해보지 않고, 세상을 살면서도 세상을 인식하지 않으며,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사회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모르고 사는 삶이 과연 행복하다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철학이 없는 삶과 철학이 있는 삶은 완전히 다르며, 요즘 우리 사회의 각종 사회문제나 심한 개인주의, 물질 중심주의, 성공만을 지향하는 분위기, 무한한 경쟁들이 우리 사회에서 철학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임을 분명히 한다. 첫 주제 '꿈'에 나오는 다음 문장들은 청소년들이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인식하게 해준다.

세상은 계절이 바뀌듯 늘 변화하며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데, 익숙함에 묻히면 나는 과거만을 안고 사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삶을 깊이 성찰해나간다면 인생의 더 많은 의미들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무의미한 삶에서 의미 있는 것을 찾아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의미에 대한 물음은 곧 가치에 대한 물음입니다. 가치는 어느 것이 더 중요하느냐 묻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의미에 대한 물음은 삶과 결부됩니다. 왜냐하면 무엇이 의미 있느냐고 묻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공동체에서 어떤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본문 33쪽)

철학은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결국 철학은 '의미'와 '가치'를 묻는 것임을 말해준다. 이는 뒤이어 나오는 주제인 '존재'에서 소유에 집착하는 인간, 물질과 돈의 노예 생활을 하는 사람은 불행해질 수 있으며, '인간이란 어떤 것을 소유하느냐에 따라 삶이 풍요로워질 수도 있지만, 어떤 것을 버림으로써 삶이 더 풍요로워질 수 있는 존재'라는 말과도 이어진다. 존재 또한 '의미'와 '가치'를 물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 책은 '나'에 대한 물음을 넘어, 타인과의 관계를 다루는 주제에서 더 빛이 났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나의 아픔으로 느끼는 공감, 그 마음이 인문학에서 배워야 할 첫째 공부다.' 이렇게 짧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주제 '차별'에서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차별받고 차별하는 우리 자신들을 성찰하게 한다.

인간의 차별의식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저자에 따르면 인류의 역사 속에 우리 편과 다른 편을 구분하는 속성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굳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 중에서도 피부색과 같은 외형적인 차이는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이념이나 성격 같은 개념보다 훨씬 빠르게 전달되고, 그로 인한 갈등은 더욱 즉각적으로 나타나며, 여기에 사회경제적 지위가 더해지면 어떤 인종이나 집단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형성된다고 했다.

더구나 영화나 소설 등에서 선입견은 계속 재생산되기 때문에 이런 차별의식은 단순히 법률이나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반드시 철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성찰은 다문화사회로 접어드는 한국 사회에서 특히 요구된다고 봐야 하겠다.

저자는 성적 취향의 문제에서도 열린 자세를 요구한다. 남자로 태어났으니 당연히 여자를 좋아해야 하고, 여자로 태어났으니 당연히 남자를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은 선입견이라고 말하며, 동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성적 취향이 다를 뿐이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도, 가족 이기주의도, 교육도 우리 사회의 차별을 낳는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는데, 이런 관점은 청소년들에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사람은 정말 만물의 영장일까?' 하는 질문을 청소년들에게 던져준다. 환경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이 질문의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서 일어났던 '촛불시위'나 구제역 사태 때 생매장을 당한 소나 돼지들을 생각해보세요. 우리 사회가 가지는 동물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물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살해되고 또 버려질 수 있는 존재라고 보는 이러한 차별의식은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요?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듯 보이지만, 동물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 또한 소중한 존재이며, 오히려 인간이 자연의 질서와 환경을 파괴하는 존재일 것입니다.(본문 151-152쪽)

'차별'과 관련된 이런 생각 나눔은 자연히 '환경' 문제와 연결된다. '환경'을 주제로 한 철학적인 인식 역시 인간과 자연의 차별을 멈추는데서 시작한다고 이끈다. 저자는 환경철학자 한스 요나스의 말을 인용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도 중요하지만 생태학적 위기를 극복하려면 '생명에 대한 보편적인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또한 '자연에 대한 사람의 지나친 승리'는 오히려 인간을 위태롭게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 인간이 가져야 할 책임의 영역을 사람에서 자연으로까지 확장해야 함을 강조했다.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보다 새로운 눈을 뜨는 것

민주주의와 국가 권력에 대한 생각도 건강하다. 밀양 송전탑 반대운동이나 국가 기관의 선거개입 등과 관련하여, 국가가 과연 무엇이며, 민주주의는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를 청소년들에게 묻는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더 큰 눈으로 삶과 사회를 인식하게 한다. 철도 노조나 택배 노조의 파업보다 국가 권력이 남용될 때 더 큰 피해가 온다는 점, 건강한 사회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말할 수 있는 사회라는 점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울러 저자는 폭력이란 '사회가 병들면 생기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폭력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훌쩍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국가의 역할 문제와 함께 생각하게 한다. 말하자면 폭력이 개개인의 동물적인 공격성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환경과 규칙, 제도 등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므로 지나치게 강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회, 강자와 약자의 차이가 너무 큰 사회는 약자와 공존하는 사회로 바꾸어야 약육강식, 적자생존과 같은 동물들의 세계, 파레토 법칙(20 : 80의 법칙)과 같은 강자의 논리를 극복하는 보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여행이다.
이 여행에서 진정 무언가를 발견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보다는
새로운 눈을 뜨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본문 16쪽)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이나 세상은 늘 그러한 세상이고, 자연은 늘 그러한 자연이고, 사람은 늘 그러한 사람들이다.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러나 생각이 달라지면 세상도 달라 보이고, 자연도 달라 보이며, 사람도 달라 보인다. 새로운 세상은 없다.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있을 뿐이다. 새로운 인식, 새로운 생각이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

학교 교육에서 철학이 살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소년들에게 '철학이 있는 삶'을 주어야 한다. 철학이 있는 삶이야말로 자본주의와 물질문명이 만연한 오늘날 참으로 필요한 대안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삐뚤빼뚤 생각해도 괜찮아>, 희망네트워크, 동녘, 2013년 12월 31일, 1만 4천 원



삐뚤빼뚤 생각해도 괜찮아 - 고민하는 10대를 위한 철학 상담소

희망네트워크 엮음, 동녘(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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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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