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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김치는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부당하게 김장당해야만 했던 김치들의 항변을 받는다'면서 '여성 비하' 사연을 접수하고 있다.
 '댁의 김치는 안녕들 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가 만들어졌다. 이 페이스북 페이지는 '부당하게 김장당해야만 했던 김치들의 항변을 받는다'면서 '여성 비하' 사연을 접수하고 있다.
ⓒ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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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안녕 대자보' 이어 '김치녀 일침 대자보' 등장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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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을 향해 사회문제 관심을 촉구한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이어, '김치녀'란 표현으로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는 대자보가 등장했다. '김치녀'는 온라인 공간에서 일부 남성들이 외모 등의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용어다.

'김치녀'란 표현에 일침을 놓는 대자보는 지난 15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처음 붙었고, 하루 뒤 같은 자리에 5건의 '응답' 대자보가 붙으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게시판 대자보에 이어 '댁의 김치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등장했다. 이들은 "부당하게 김장당해야만 했던 김치들의 항변을 받는다"면서 사연을 접수하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철도노조 파업 등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면, 이번 대자보는 여성 문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것으로 보인다.

"여성혐오가 보편적인 사회에서 '정말로' 안녕하신가"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안녕 대자보' 이어 '김치녀 일침 대자보' 등장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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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밝히지 않은 대자보 작성자는 위의 대자보에서 "김치녀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부터 있었던 여성혐오는 나날이 악화되어 현재는 '김치녀', '된장녀'라는 노골적인 표현이 일상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자신이 '김치녀'나 '된장녀'가 아님을 계속해서 증명해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은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을 웃음거리로 삼고 비하하지만, 키 180cm 이하의 남자를 '루저'라고 말한 여성은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채 사회에서 매장당했습니다"라며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발화자의 성별에 따라 외모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이 이중적인 잣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성형을 했다고 해서, 못생겼다고 해서, 연애 상대에 대한 취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처녀가 아니라고 해서, 섹스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래서 이제는 안녕하지 못한 김치녀들이 모든 한국의 여성들에게 묻고 싶습니다"라며 "'김치녀'라는 이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은 아닌지, 안녕하지 못함이 너무 힘들어 마음 속 답답함을 묻어두고 안녕하다고 믿고 계신 것은 아닌지, 여성혐오가 보편적인 사회에서 '정말로' 안녕하신 건지 말입니다"고 밝혔다.

이 대자보 옆에도 응답 대자보들이 붙었다. "당신의 몸매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당신들이 정한 미의 기준을 강요하며 정육점의 돼지고지마냥 등급 찍지 마세요", "기준에 부합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의 몸은 당신에게 노출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항변했다.

"혐오 대신 취존(취향 존중)을 요구한다"로 시작되는 대자보는 "'나는 외국인 좋아'라고 이야기할 때 왜 욕을 먹어야 합니까"라면서 "취향은 못생기든 뚱뚱하든 가질 수 있어요, 권리입니다"라고 지적했다.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안녕 대자보' 이어 '김치녀 일침 대자보' 등장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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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학생들 "대자보 내용 공감" vs "성공한 최연혜 사장은 뭐냐"

16일 오후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 앞. 겨울방학이라 인적은 드물었지만, 학교에서 개인공부를 마치고 나오는 몇몇 학생들이 '김치녀' 일침 대자보에 시선을 두었다. "뭐라니", "이번엔 김치녀냐"라며 게시판을 지나치는 남학생들도 있었지만, 남녀불문하고 다들 발걸음을 멈춘 채 대자보 내용을 정독하는 모습이었다.

이아무개(10학번·여)씨는 "대자보 내용에 대체로 공감한다"며 "남성들이 정해놓은 잣대에 여성들이 평가당하거나 매도당하는 게 현실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간혹 이 사회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예뼈야하지만 성형은 안 돼' 식의 모순된 잣대를 요구한다"며 "확실히 여성을 향한 사회적 잣대가 남성보다 엄격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만난 학생들은 평소 여성을 비하하는 인식에 불만을 가진 일부 학생이 안녕 대자보 열풍의 연장선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김치녀 일침' 대자보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씨 역시 "평소 김치녀 같은 표현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안녕 대자보 흐름 속에서 숨겨왔던 불만을 터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대자보 흐름이 여성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학생들도 있었다. 남광우(11학번·남)씨는 "지난번 안녕 대자보는 겨울방학 이후로 조금 가라앉은 경향이 있었다"며 "다시 이렇게 대자보가 붙었으니 이번에는 글로만 멈추지 않고 사회 인식 변화로 넓혀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신홍규(13학번·남)씨는 "이번 대자보가 이슈로 떠올라 여성을 외모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잘못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김치녀'란 표현에 일침을 가하는 대자보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아무개(12학번·남)씨는 "어떤 대자보에는 '여성은 대통령의 딸이거나 외모가 출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성공한 여성이 있다"며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재벌 총수 딸도 아니고 미모가 뛰어나지도 않지만 사장 자리에 오르지 않았나"라고 주장했다.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안녕 대자보' 이어 '김치녀 일침 대자보' 등장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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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 '안녕 대자보' 이어 '김치녀 일침 대자보' 등장 16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 '김치녀'(외모 등을 이유로 여성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용어) 등 여성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들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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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익명으로 작성

김치녀 일침 대자보는 안녕 대자보와 다르게 대부분 익명이었다. 기존 안녕 대자보들에는 자신의 이름과 학과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대자보를 붙인 학생들은 '고민 많은 10학번 여학생 C양' 정도로만 자신의 신원을 밝힐 뿐이었다.

이와 관련해 학생들은 대체로 "남성들의 공격이 두려워 익명으로 자신을 보호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조아무개(13학번·여)씨는 "대자보를 보면 '여자가 키 180cm 이하 남성을 루저라고 욕하면 매장당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글을 쓴 본인 역시 사회에서 매장당할까봐 겁을 낸 게 아닌가 싶다"며 "괜히 실명을 밝히면 본인이 불리해질 것이라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그:#김치녀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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