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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치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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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철수 의원 측의 윤여준 전 장관이 "반드시 서울시장 후보를 내겠다"고 밝히면서 독자세력화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대한 대답인 듯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3일 신년회견에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혁신과 승리를 위한 비상체제'를 가동해 당 모든 구성원들이 사활을 건 혁신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6일엔 한 TV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새정추(새정치추진위원회) 양측의 혁신경쟁이 결과적으로 2~3등 싸움을 하는 것은 양쪽 모두 심대한 타격을 미친다. 무작정 제 갈 길 가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상 안철수 신당과의 후보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또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서울에서 후보를 낸다는 것은 박원순 시장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하더니 16일에도 "견제세력을 약화시키는 분열은 새정치가 될 수 없다"며 연일 안철수 의원 측을 압박하고 있다.

"분열은 새정치 될 수 없어" 야권연대 압박하는 민주당

대선, 총선도 마찬가지지만 지방선거 역시 수도권의 성적표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수도권 승리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어느 정치세력이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오는 6월 4일 실시되는 제6회 지방선거가 야권의 각 정당이 각개 약진의 형태로 분열 양상을 보인다면, 특히 득표율 1~2%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 결국은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꽤 설득력을 얻어왔다. 즉, 우리의 고정관념은 1여(與)-다야(野) 구도면 무조건 야권이 불리한 결과를 낳는 걸로 알고 있다.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 역대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실증적으로 고찰해보기로 하자.

1995년 6월 27일 제1회 지방선거부터 2010년 6월 2일 제5회 지방선거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방선거는 정권을 심판하는 중간평가 성격의 선거였으며, 결과적으로 여당의 '무덤'이었다. 역대 선거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단, 1998년 6월 4일 실시된 제2회 지방선거는 김대중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치러졌기 때문에 '안정적 국정운영'을 명분으로 공동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승리하는 한 차례의 예외가 있었다.

지금까지 지방선거 결과를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1995년 시도지사 선거결과 당선자 분포(15개 시도)
- 민주자유당 5 / 민주당 4 / 자유민주연합 4 / 무소속 2

김영삼 대통령 집권 2년 3개월 만에 치러진 1995년 제1회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10곳에서 승리했고, 여당인 민주자유당(민자당)은 5곳을 차지하는 데 그쳐 참패했으며 이름까지 신한국당으로 바꾸는 수모를 겪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자당은 부산, 인천, 경기, 경북, 경남 등 5곳을 챙겼고, 제1야당인 민주당은 서울, 광주, 전북, 전남 등 4곳에서 승리했다. 제2야당인 자민련도 대전, 강원, 충북, 충남 등 4곳을 이겼고, 무소속은 대구와 제주 등 2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2. 1998년 시도지사 선거결과 당선자 분포(16개 시도)
- 한나라당 6 / 국민회의 6 / 자민련 4

1998년 제2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공동여당이 10명의 당선자를, 야당이 6명의 당선자를 내서 공동여당이 승리했다. 각 정당별로는 다음과 같다. 공동여당 국민회의는 서울, 경기, 광주, 전북, 전남, 제주 등 6곳에서 승리했다. 또 다른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인천, 대전, 충북, 충남 등 4곳을 차지했다. 전년도 대선에 이은 DJP연대는 완벽한 공조로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석권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부산, 대구, 울산, 강원, 경북, 경남 등 가까스로 6곳의 당선자를 배출했으나 모두 동쪽지역뿐이었다.  

3. 2002년 시도지사 선거결과 당선자 분포(16개 시도)
- 새천년민주당 4 / 한나라당 11 / 자민련 1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막바지에 실시된 2002년 제3회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4명의 당선자를 냈고 야당이 12곳에서 승리해 야당이 압승했다. 각 정당별 분포를 보면, 우선 새천년민주당은 광주, 전북, 전남과 제주 등 4곳을 승리함으로써 호남을 빼고 제주에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한나라당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경북, 경남 등 무려 11곳에서 압승했다. 자민련은 겨우 충남 1곳을 챙겼다.

4. 2006년 시도지사 선거결과 당선자 분포(16개 시도)
- 열린우리당 1 / 한나라당 12 / 민주당 2 / 무소속 1

노무현 대통령 임기 개시 3년 3개월 차에 실시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간신히 단 1석만을 건졌고, 야당은 15석을 차지함으로써 여당 완패로 끝이 났다. 이로써 정국 주도권은 급격히 야당에게 쏠렸고 1년여 뒤 대선 참패의 조짐도 사실상 이때부터 나타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전북 단 1곳을 챙겼다. 제1야당 한나라당은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경기, 강원, 충북, 충남, 경북, 경남 등 12곳에서 압승했다. 75% 석권, 역대 지방선거 최고의 결과다. 제2야당 민주당도 광주와 전남 2곳에서 승리했다. 무소속은 제주 1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5. 2010년 시도지사 선거결과 당선자 분포(16개 시도)
- 한나라당 6 / 민주당 7 / 자유선진당 1 / 무소속 2

이명박 정권 출범 2년 3개월 만에 실시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는 여당인 한나라당이 6곳으로 정확하게 2분의 1이 쪼그라들었고 야당은 10곳을 차지, 야당 압승으로 끝났다. 정당별 분포를 보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서울, 부산, 대구, 울산, 경기, 경북 등 6곳을 차지했다. 제1야당 민주당은 인천, 광주,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등 7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제2야당인 자유선진당은 대전 1곳을 승리했고, 무소속은 경남, 제주를 차지했다.

'야권연대=선거 승리, 야권분열=선거 패배' 정말?

그런데 역대 광역단체장 선거결과에서 '야권연대=선거 승리, 야권분열=선거 패배'라는 등식이 늘 성립했는가?

2010년 6월 1일 야권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과 경기도가 접해 있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지하철 1호선 석수역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10년 6월 1일 야권단일후보인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후보와 한명숙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과 경기도가 접해 있는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지하철 1호선 석수역에서 손을 잡고 걸어가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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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2010년 야권분열시 선거결과(단위, %)

시도          당선자             2위                  비고

  충남          민주당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안희정(42.25)    박상돈(39.94)    박해춘(17.79)

  대전      자유선진당        한나라당          민주당
            염홍철(46.67)    박성효(28.50)    김원웅(23.28)

  충북          민주당          한나라당         진보신당(2.86)
            이시종(51.22)    정우택(45.91)

  인천         민주당          한나라당          진보신당(1.85)
            송영길(52.69)    안상수(44.38)    평민당(1.06)

  서울        한나라당         민주당            진보신당(3.26)
            오세훈(47.43)    한명숙(46.83)    자유선진당(2.04)
                                                          미래연합(0.41)

우선 가장 가까이 있었던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결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표 1과 같이 충남의 안희정 당선자는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를 더블스코어 이상 누르고 야당인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와 접전 끝에 승리했다.

대전의 염홍철 당선자는 야당인 민주당 김원웅 후보가 23% 이상을 득표했지만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를 18%포인트 이상 크게 따돌렸다. 충북의 이시종 당선자 역시 진보신당 후보가 나와서 3자구도로 표가 갈렸지만 5%포인트 남짓 차이로 승리했다. 인천도 진보신당과 평화민주당 등 두 명의 야권후보가 더 있었지만 송영길 당선자가 8%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승리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명숙 후보는 진보성향의 야당후보가 1명(진보신당 노회찬)이고, 보수성향의 야당후보가 2명(자유선진당 지상욱, 미래연합 석종현)인 유리한 구도 속에서도 0.6%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2010년 지방선거는 아래와 같이 4곳에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야권이 이긴 곳은 강원(이광재)과 경남(김두관) 뿐이었다. 부산도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지만 김정길 후보는 44.6%를 득표하고 패배했다. 경기 역시 인위적인 야권연대로 1 대 1 구도를 만들었지만 유시민 후보는 한나라당 김문수 당선자에게 4.6%포인트를 졌다.

<표 2> 2010년 야권단일화시 선거결과(단위, %)

  강원        민주당            한나라당
           이광재(54.36)      이계진(45.63) 

  경기      한나라당          국민참여당      
           김문수(52.20)     유시민(47.79)  

  부산      한나라당           민주당      
           허남식(55.42)     김정길(44.57)  

  경남      무소속             한나라당
           김두관(53.50)     이달곤(46.49)

완벽한 야권연대가 이루어졌지만 주요한 패인은 정당에 있었다. 경기는 강원보다 야권에 훨씬 더 유리한 지형이었지만 국민참여당이라는 군소정당으로는 돌파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기호3번이 수도권 당선자를 배출한 것은 1998년 공동여당의 자민련 최기선 후보(인천)뿐이었다. 부산 역시 역대 선거에서 경남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민주당 당적으로는 역부족이었고 김두관 당선자의 무소속 전술이 유효하였음이 확인되었다.

<표 3> 2006년 야권분열시 대전시장 선거결과(단위, %)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염홍철(41.14)   박성효(43.83)   최기복(1.21)  박춘호(2.82)   남충희(10.45)
                                                                           
야권분열=선거 패배가 아니라는 사실은 표 3과 같이 2006년 지방선거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대전시장을 놓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필승카드로 한나라당에서 영입한 염홍철 현역시장을 내세웠고, 충청권 야당을 자처한 국민중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등이 모두 후보를 냈지만 한나라당 박성효 당선자가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마지막으로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아래 표 4). 이때도 민주당은 대전, 충북, 충남 등 충청권 전 지역에 후보를 냈지만, 이에 방해받지 않고 자민련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특히 대전의 홍선기 당선자는 64%, 충남의 심대평 당선자는 68% 득표로 몰표를 받았다.

서울에서는 친야(親野)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33.5%를 득표하는 선전을 했지만, 민주당 조순 당선자는 민자당의 정원식 후보를 3등으로 밀어내고 더블스코어 이상(42.3% : 20.6%)으로 승리했다. 대구에서는 무소속의 문희갑 후보가 당선됐는데, 자민련 이의익 후보가 2등, 무소속 이해봉 후보가 3등, 여당인 민주자유당 조해녕 후보가 4등을 기록했다.

<표 4> 1995년 야권분열시 선거결과(단위, %) 

  시도          당선자               2위                  비고

  서울          민주당            무소속             민주자유당
              조순(42.35)      박찬종(33.51)     정원식(20.67)

  대전      자유민주연합     민주자유당           민주당
            홍선기(63.76)     염홍철(20.93)     변평섭(10.84)

  충남     자유민주연합      민주자유당           민주당
            심대평(67.88)     박중배(19.18)     조중연(12.92)

  충북     자유민주연합        민주당            민주자유당          
            주병덕(36.43)    이용희(24.50)     김덕영(23.29)

  대구        무소속         자유민주연합       무소속 이해봉(21.35)
            문희갑(36.79)    이의익(22.14)     민자당 조해녕(16.87)

기계적 연대에만 매달리는 민주당, 초라하고 창피스럽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5일 오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병헌 원내대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5일 오전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병헌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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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선거에는 인물, 정당, 정책 등 다양한 여러 변수들이 있지만 연대연합이 선거승리에 반드시 필요하고도 충분한 조건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물론 '아니오'이다.

야권이 분열됐어도 서울시민들은 당선될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었고, 여당 후보를 3등으로 밀어냈다. 보수의 한복판 대구에서도 무소속과 자민련 후보가 나란히 1, 2등을 차지했고 여당 후보는 4등으로 처졌다. 그것이 1995년 지방선거였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현명한 대전시민들은 커터 칼 테러를 당한 박근혜 야당대표의 "대전은요?"에 화답하여 야권후보 난립 상황에도 불구하고 끝내 제1야당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했다. 2010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국민참여당이 '야권연대'로 모여 필승카드를 선보였지만 자유선진당, 진보신당 등은 이에 동참하지 않았다. 결국 1 대 1 구도에 성공한 곳은 부산, 경기, 강원, 경남 등 단 네 곳이었고 이 중 강원과 경남에서 승리했다. 전통적으로 야당이 강한 수도권인 경기에서 야권연대가 필승카드가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지역맹주를 자처하는 자유선진당이 맞붙은 대전, 충남과 부분적으로만 야권연대가 이루어진 인천, 충북은 1여(與) 다야(野) 구도였지만 모두 야당후보가 승리했다.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서울의 한명숙 후보도 야권후보의 난립이 있었지만 1 대 1로 싸운 경기의 유시민 후보에 비하면 결과는 선전을 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결국 야권연대라고 하는 것이 선거승리에 상당히 필요하기도 하고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충분한 조건은 아니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야권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정권 심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유권자들은 그들의 바른 선택으로 항상 '중간평가'라는 냉정한 결과를 내놓았다는 것이 실증적인 고찰이다.

이번 6월 4일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권 출범 1년 4개월 차에 실시되는 선거다. 당연히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된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주된 이슈는 박근혜 정권 심판이 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야권연대가 아니라 김한길 대표의 공언처럼 정책대결로 평가받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윤여준 전 장관 말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이 선거만 하면 만날 기계적 연대에만 매달리는 건 초라하다 못해 창피스럽다. 126석의 제1야당부터 일단 스스로를 먼저 변화시키는 정면승부가 먼저다. 제발 국민의 입장에서 야권의 독한 혁신 경쟁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광웅 기자는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입니다.



태그:#최광웅, #민주당, #새정추, #안철수,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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