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제철을 맞아서 날아오는 철새는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제철을 맞아서 날아오는 철새는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달랑 하나만 콕 찍혀있는 점은 방향도 없고 크기도 없습니다. 방향도 크기도 없는 점은 어떤 의미도 나타내질 못합니다. 하지만 점이 모이면 선이 되고, 연거푸 점을 찍으면 어떤 문양을 그리며 그림이 됩니다. 그림이 된 문양에는 의미도 담을 수 있고, 뜻도 새길 수 있습니다.  

한 마리의 새는 그냥 새일뿐입니다. 하지만 새들이 무리를 지으면 군락을 이루고, 군락을 이룬 새들이 바람처럼 왔다가는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모습은 자연만이 연출해 낼 수 있는 군무의 장엄함이며 생태계에서 꿈틀대는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철새처럼 살아가는 정치인이야 가소롭기도 하고, 가엽기도 하지만 제철을 맞아서 날아오는 철새는 반갑기 그지없습니다. 떼구름처럼 날아드는 철새, 저녁 하늘을 휘저어대는 철새,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지도 알려주지 않는 철새들을 우리나라 어디에 가면 볼 수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강화도에서 마라도까지, 철새를 찾아서 

<새, 풍경이 되다>┃글·사진 김성현·김진한·최순규┃펴낸곳 자연과 생태┃2013.12.30┃3만 3000원
 <새, 풍경이 되다>┃글·사진 김성현·김진한·최순규┃펴낸곳 자연과 생태┃2013.12.30┃3만 3000원
ⓒ 자연과 생태

관련사진보기

<새, 풍경이 되다>(글·사진 김성현·김진한·최순규, 펴낸곳 자연과 생태)는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철새군락지를 찾아다니며 사진으로 기록한 발자취이자 철새 도감입니다.

찾아가야만 만날 수 있는 철새, 만나야만 감상 할 수 있는 철새들의 군락을 수백 장의 사진과 이정표만큼이나 간결한 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철새 도래지 30곳, 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도권역으로 나눠 계절별로 철새들이 가장 많이 날아오는 철새 관찰 명소 30곳을 바탕으로 해 기록한 내용입니다. 새와 풍경을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탐조 포인트는 물론 코스까지 자세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철새 도래지에서 만날 수 있는 305종의 철새를 500여 컷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숲과 바닷가, 섬과 강 그리고 아름다운 호숫가 배경으로 그려지는 철새 도감이자 사진으로 펼쳐나가는 생물학 에세이입니다.

이맘때(11월∼3월) 쯤에 순천만에 가면 흑두루미와 갈대가 갯벌에서 펼치는 하모니를 감상할 수 있고, 겨울 철새도 쉬어 가는 저 땅 끝 마을에 가면 논병아리류와 오리류들이 연출하는 장엄한 광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강화도는 저어새를 온전히 키워내는 풍요로운 갯벌이고, 강화도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살피다 보면 갯벌에서 노니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을 비롯해 도요와 물새 떼들이 군락을 이뤄서 추는 군무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따뜻한 봄철, 나그네새들이 제일 먼저 찾아오는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가면 하늘과 바다가 만나고 바닷바람을 희롱하고 있는 개똥지빠귀, 검은멧새, 개개비사촌, 갈색양진이 등을 볼 수 있고 복불복 같은 행운을 만나면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섬개개비와 슴새류 등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유부도의 갯벌은 하루에 두 번씩은 도요새가 되고, 도요새가 바다가 됩니다. 울릉도는 푸른 동해 저 멀리 솟아있지만 섬참새와 흑비둘기가 찾아주어 외롭지 않고, 나그네새들이 쉬어가는 독도는 우리 땅 동쪽 끝에 솟은 철새들의 휴식처입니다.

숨 죽여 가며 찍었을 사진이지만 고정된 피사체를 찍은 만큼이나 또렷합니다. 발품 아끼지 않고, 오랜 기다림 마다하지 않고 찍은 사진이라는 느낌이 한 장 한 장의 사진 모두에 느껴지는 부분집합이자 공집합입니다.

우리나라 30여 곳의 철새도래지를 한눈에 볼수 있도록 정리한 ‘우리나라 대표 철새 도래지’ -<새, 풍경이 되다> 8쪽-
 우리나라 30여 곳의 철새도래지를 한눈에 볼수 있도록 정리한 ‘우리나라 대표 철새 도래지’ -<새, 풍경이 되다> 8쪽-
ⓒ 자연과 생태

관련사진보기


책 두 쪽 크기로 들어가 있는 철새도래지의 풍광에서는 자연의 광활함이 물씬합니다. 저기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저 풍광 속에 서 있고 싶어집니다.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 500여장의 사진, 우리나라 30여 곳의 철새도래지에서 포착한 305종의 철새들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철새 찾아 삼만리, 강화도에서 마라도까지를 따라 걸으며 탐조하고 있는 철새의 여정입니다.

보물지도처럼 그려진 '우리나라 대표 철새 도래지' 지도는 무리의 철새들이 공연하는 군무를 감상하고픈 독자들을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는 철새도래지로 안내 해줄 나침반 없는 철새 도래지 내비게이션이 될 것입니다.

다만, 30여 곳의 철새도래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장의 지도, '우리나라 대표 철새 도래지'에 정리되어 있듯이, 이맘때면 어느 철새도래지를 가야 어떤 철새를 볼 수 있는지를 단박에 알 수 있도록 '철새도래지별 추천 탐조시기'가 하나의 표로 정리돼 있지 않음이 티끌 같은 아쉬움일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새, 풍경이 되다>┃글·사진 김성현·김진한·최순규┃펴낸곳 자연과 생태┃2013.12.30┃3만 3000원



새, 풍경이 되다 - 대한민국 철새도래지

김성현.김진한.최순규 지음, 자연과생태(2013)


태그:#새, 풍경이 되다, #김성현, #김진한, #최순규, #자연과 생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