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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화양읍 D돈사농장. 30여년간 15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워온 농장을 청도군은 이전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은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D돈사농장. 30여년간 1500여 마리의 돼지를 키워온 농장을 청도군은 이전대책도 마련해주지 않은채 철거하지 않을 경우 행정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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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이 30년째 돼지축사를 운영해온 농장에 대해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이전을 요구하면서도 신축 예정지에 대해서는 허가를 내주지 않고 행정대집행에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송북리의 D농장은 1971년부터 돼지 1500여 마리를 키우는 축사를 운영해 왔으나 2009년부터 민원이 제기돼 농장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에 이전을 계획하고 2012년 1월 군청 담당공무원에게 '청도군 가축 조례'에 적합한 지 문의했다.

D농장의 이아무개 대표는 군청으로부터 적합하다는 답변을 듣고 임야 8065㎡를 매입해 3120㎡규모의 돈사를 신축하기로 하고 2012년 2월 산지전용허가와 개발행위허가 등을 포함한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4월 19일 청도소싸움 경기장 세미나실에서 부군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기획실장과 각 부처 과장들로 구성된 청도군정조정위원회를 열어 개발행위 기준에 부적합하다며 건축을 불허하기로 의결했다.

청도군이 돈사를 불허한 이유는 돈사를 건축할 경우 오수 및 악취로 인해 주변 피해가 우려되고 인근마을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였다. 여기에 성곡리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과 성곡댐 일주 산책로(몰래길) 조성 및 수상레포츠 사업 등에 대한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군정조정위원회에는 당사자의 해명은 없었고, 민간위원들은 전혀 참여하지 않아 군에서 건축허가를 하지 않은 것을 다시 한 번 의결하는 절차에 불과했다. 이 자리에서 건축허가가 불허가 될 경우 기존 축사 건축물의 불법건축물처리, 환경문제, 주위 주민들의 진정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어 4월 20일 건축허가 불허를 통지했다.

이씨는 청도군이 건축허가를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반발해 대구지방법원에 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다. 대구지법은 성곡댐이 이씨가 소유한 토지로부터 1km 가량 떨어져 있고 댐 주변에 한우 사육가구가 3가구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건축 도중 발생하는 우수는 소량이며 완공 후 발생할 축산분뇨는 재활용하거나 액비를 만들어 농가에 공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경오염도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성곡댐 주변 개발과 몰래길 조성도 7년간 진행된 사실이 없어 시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판단도 이씨가 승소하는데 한 몫 했다.

하지만 청도군은 대구고법에 항소하고 이씨의 D농장이 국유재산인 도로를 점유한 불법시설물이라며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이씨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상속을 받은 후 돈사를 신축하면서 도로를 점유해 건축했다는 것이다. 이어 이씨가 자진해서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철거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씨는 자신의 돈사가 이미 20년 이상 점유하고 있었고 국유지인줄 몰랐다며 국가를 상대로 시효취득을 인정해 소유권을 이전하라는 소송과 함께 청도군의 행정대집행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씨가 20년 이상 점유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지적도와 실제 도로의 위치가 현저하게 다르고 지적도를 열람하면 쉽게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과 건축물을 사용승인하는 과정에서 부지에 대한 소유권이나 점유권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씨는 즉각 항소했지만 청도군은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지난해 12월 30일 직원과 용역 등을 동원해 돈사를 제외한 퇴비장과 수목 등을 강제로 철거했다. 이어 돈사에 대해서도 2월 초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집행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이씨는 "돈사를 이전하겠다는데 허가도 내주지 않으면서 30여 년간 운영해 온 농장에 대해서는 판결이 나자마자 행정대집행을 들어왔다"며 "법원에 항소해 2심이 진행되는 도중에 공권력을 동원해 강제 철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씨는 청도군이 돈사를 옮기기 위해 새로 지으려는 곳은 불허하면서 이전 돈사를 철거하라는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고 비판하고 자신이 군을 상대로 한 잇따른 소송을 한 데 대한 보복성 강제집행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청도군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도군청 관계자는 "1심 재판이 끝난 이상 행정대집행은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발생해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청도군은 행정대집행을 강행하고 항소심에서 이씨가 승소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물음에 "최종심에서 이씨가 승소하면 민사재판을 통해 해결하면 될 것"이라며 "군은 행정집행을 하면서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 박인규 사무처장은 "청도군이 민원으로 발생한 돈사를 이전하도록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방해하고 강제집행을 하려 하는 것은 공권력을 넘어선 횡포"라며 "돈사를 강제로 철거하지 말고 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청도군, #축사이전, #행정대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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