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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꼬라데이길이 뭐래여?

산꼬라데이길 지도
 산꼬라데이길 지도
ⓒ 영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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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답사로 영월 산꼬라데이길을 간다는 공지가 떴다. 산꼬라데이라니,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산꼬라데이는 산골짜기의 강원도 사투리다. 강원도에 산골짜기가 많고도 많지만, 그 중 영월의 망경대산 아래 깊은 골짜기 길이 산꼬라데이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다. 영월 산꼬라데이길은 행정구역 상 김삿갓면 예밀리와 주문리에 걸쳐 있다. 길이는 27.5㎞로 예밀길에서 모운동길까지 8개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영월군 홈페이지에는 산꼬라데이길을 상당히 감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먼저 김삿갓과 단종을 통해 방랑, 슬픔, 한을 이야기한다. 그리고는 시크릿과 동화라는 단어를 동원 우릴 환상 속으로 안내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80년대 광부의 시름을 떠나보내고, 아버지 어머니로 자라 이 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의 시름과 부담을 내려놓을 것을 권하고 있다.   

'잘 짜여진 7부 능선을 따라 걸으며 그 옛날 이 길을 걸었을법한 김삿갓 시인의 이유 있는 방랑을 쫒고, 봉오리의 열망과 슬픔이 만나는 꽃 같은 나이 16세 단종의 순수한 영혼을 떠올리며, 매순간 가고 오는 기약을 해야 했던 광부의 흔적을 찾다가 그 길을 하산하며 포도 심는 노인과 고추 따는 여인네를 만나는 길.

명상 시크릿 로드를 부제로 달고 있는 '산꼬라데이 길'은 망경대산의 주 능선을 명상길, 망경대산길, 광부의 길 등의 테마로 나누어, 숨은 이야기와 지난 시간을 기록하고 있으며, 드라이브코스로 적절한 굽이길, 솔숲길, 모운동길은 동화 같은 두 마을을 이어주고 있다.

망경대산은 그간, 산 사나이와 산 아가씨에게 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제 80년대 광부의 시름 대신, 지금을 살아가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그 딸들과 아들들에게 이곳에 잠시 짐을 내려놓기를 허락하고 있다. '광부의 길'은 폐광 이전에는 말 그대로 광부들만의 길이었다. 그들이 즈려 밟던 풀들도 양도한 땅! 이 길의 주인이었던 광부의 가죽장화 대신 그들의 고귀한 직함을 이 길에 새겨 넣은 셈이다.

굽이길 풍경
 굽이길 풍경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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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밀마을길 지나 구불구불 굽이길

예밀2리 경로당
 예밀2리 경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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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원 24명은 버스를 타고 영월읍을 지나 남한강을 따라 내려간다. 이 길은 88번 지방도로 영월읍에서 김삿갓면으로 이름이 바뀐 하동을 지나 봉화군 춘양면까지 이어진다. 그러므로 이 도로는 백두대간 도래기재를 넘는 정말 첩첩산중길이다. 그 중 우리는 각동교를 건너기 전 좌회전해 옥동천을 따라 상류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김삿갓면 소재지인 옥동리를 지나 예밀리로 들어간다. 이곳 예밀리에 있는 녹색길 안내소로부터 산꼬라데이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차를 타고 조금 더 들어가 예밀2리 예밀2교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산꼬라데이길의 시작인 예밀(마을)길은 녹색길 안내소로부터 출향인 공원까지 6㎞이다. 예밀2교 다리를 건너지 않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송골길이 나온다. 우리는 송골길을 생략하고 예밀길을 지나 굽이길로 들어설 예정이다. 예밀길은 포도가 익어가는 여름에 와야 좋다. 왜냐하면 주저리 주저리 열린 포도농장을 볼 수 있고, 와인공장 체험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향인 공원의 나무판
 출향인 공원의 나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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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예밀길은 쓸쓸한 편이다. 동네 경노당에도 인적이 없긴 마찬가지다. 길은 출향인 공원까지 거의 똑바로 이어진다. 공원의 나무 주변에는 이곳에 왔다간 사람들이 나무판에다 흔적을 남겼다. "이런 아름다운 곳 영월, 이런 아름다운 쉼터를 만들어준 영월군민, 칭찬하고 싶습니다"라는 나무판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부터 이제 굽이길이 시작된다. 굽이길은 말 그대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다.

이곳의 경사도가 심해, 차량이 운행하기 위해서는 구불구불 돌아가게 길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면서 180도로 돌아가는 굽이가 10여개도 넘는 것 같다. 우리의 1차 목표는 이곳에서 7.8㎞ 떨어진 모운동까지 가는 것이다. 모운동 마을회관에서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굽이길을 3.5㎞ 쯤 올라가니 송골길과 다시 만난다. 해발이 조금씩 높아지면서 자작나무 군락을 볼 수 있다. 예밀리와 주진리는 해발 600-700m 고지에 위치한 중산간 마을이다.

삭도 흔적
 삭도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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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오르자 과거 석탄 운반을 위해 사용하던 삭도(Ropeway) 시설이 나타난다. 1960-70년대 별표연탄으로 유명하던 옥동광업소가 호황을 누릴 때 사용하던 운반장치다. 주문리 갱도에서 생산된 석탄이 싸리재나 자령치를 넘어 기차가 닿는 석항역까지 운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삭도와 케이블카는 사라지고 이들을 지탱하던 콘크리트 구조물만 남아 있다. 옥동광업소의 폐광이 1989년이니 그때까지는 운행했을 것이다. 

솔숲길 지나 모운동 가는 길

여기서 다시 20여분 길을 오르니 망경산사로 가는 길과 솔숲길이 갈라지는 예밀정류장에 이른다. 우리는 오른쪽 솔숲길로 들어선다. 망경산사는 모운동길, 광부의길, 명상길을 지나 가장 나중에 들를 예정이다. 솔숲길은 말 그대로 사방사업으로 조성된 낙엽송, 침엽수 등이 많아 그런 이름이 붙었다. 솔숲길은 산중턱을 따라 나 있어 사방으로의 전망이 좋은 편이다. 멀리 망경대산 정상의 상고대도 보인다.

솔숲길 액자전망대에서 바라 본 모운동
 솔숲길 액자전망대에서 바라 본 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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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턱을 돌아들자 저 멀리 주문리 모운동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중턱에 남향받이로 자리 잡은 아늑한 마을이다. 전망이 좋은 곳에는 액자전망대가 있다. 나는 마을을 틀에 넣어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이제 모운동까지는 2㎞ 정도 남았다.

길 아래 외딴 곳에 한우 육종농장이 보인다.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 한우개량사업소가 지원하는 서로목장이다. 이곳에서는 종축 생산을 위한 청정 한우를 사육한다고 쓰여 있다. 그래서 진입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이유를 알 것 같다. 

모운동길을 만나기 200m쯤 전에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 옥동광업소와 황금폭포로 이어지는 광부의 길이 나온다. 우리는 광부의 길은 나중에 돌 것이므로 모운동 마을을 향해 내려간다. 마을로 가까이 가자 개들이 사람의 기척을 알고 짖어댄다. 마을 입구에는 엄나무가 추운 겨울 앙상하게 가시를 드러내고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보니 집의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 폐교된 모운초등학교도 보인다. 2층짜리 학교 건물은 현재 '하늘 아래 펜션'으로 사용되고 있다.

모운동이 뜨게 된 이유는?

산자락 아래 옥광교회
 산자락 아래 옥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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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점심을 예약한 마을회관으로 찾아간다. 산자락 아래로는 옥광교회가 보인다. 교회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Jesus is Love'라는 글자도 보인다. 그런데 이 그림들을 모두 마을 사람이 그렸다고 한다. 대단한 예술성이다. 마을회관은 2층짜리 슬라브 건물인데, 옥상을 마치 동화나라처럼 꾸몄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보니 물레방아가 있다. 그런데 겨울이라 얼어붙어 돌아가질 않는다.

나는 음식이 나오는 시간을 이용, 주변을 잠시 살펴본다. 양씨 판화미술관이 있고, 메이 하우스(May House)가 있고, 사원 숙소가 있다. 양씨 판화미술관은 문을 닫았다. 메이 하우스도 남의 집이라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다. 나는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 사원 숙소를 살펴본다. 간부사원 숙소와 평사원 숙소로 나눠지는데, 간부사원 숙소는 2층 슬라브 건물로 규모가 꽤나 큰 편이다.

시원 숙소의 벽화
 시원 숙소의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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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사원 숙소는 단층으로 된 ㄱ자 건물이다. 그런데 이 건물 벽에는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미운 오리새끼도 있고,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그림도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큰 건물들이 주인을 잃고 비어 있다. 옥동광업소가 가장 번창하던 70년대까지만 해도 이곳 모운동에 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살았다고 하니 도저히 믿어지질 않는다.

나중에 김흥식 이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에는 극장, 우체국, 병원, 당구장, 이발소, 미장원, 세탁소 등 없는 게 없었다고 한다. 1989년 옥동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게 되었고, 이제는 겨우 30여 가구가 사는 산골마을로 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모두가 떠난 폐광촌을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지난 10여년간 팔을 걷어붙였다.

짝 찾는 집 '모운정토'
 짝 찾는 집 '모운정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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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꽃밭을 조성하고, 집집마다 벽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폐교와 교회 그리고 사원 숙소는 여름에 수련회장 또는 숙소로 사용했다. 이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모운동이 농촌관광지로, 광산촌의 과거를 보여주는 역사문화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실이 2010년대 들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2011년 3월 방송된 S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짝]이었다.

'당신의 짝은 누구입니까? 나도 짝을 찾고 싶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이 바로 이곳 모운동에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해 8월부터 10월까지 tvN에서 24부작으로 된 골프 드라마 [버디버디]가 방영함으로써 모운동이 완전히 뜨게 되었다. [짝]은 현재까지도 계속되어 135회나 방송되었다. 식사가 준비되었는지 마을회관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시골밥상을 받으러 식당으로 들어간다.   


태그:#산꼬라데이길, #예밀리, #모운동, #옥동광업소,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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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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