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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우리 사진관 놀이해요."
"어떻게 하는 건데?"
"할아버지가 사진관 아저씨, 내가 엄마예요."

손녀 '콩이'가 겨울 방학 중이다. 며칠째 집에만 갇혀 있더니 답답한 모양이다. 오늘(4일)은 밥을 먹기가 바쁘게 사진관 놀이를 하자고 한다. 사진관 놀이는 엄마가 아이 둘을 데리고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는 놀이다. 일종의 역할분담 놀이다.

엄마가 임신중 딸기를 좋아해서일까. 콩이는 딸기를 무척 좋아한다.
▲ 딸기먹는 콩이 엄마가 임신중 딸기를 좋아해서일까. 콩이는 딸기를 무척 좋아한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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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가 여섯 살이 되었다. 방학중이라 아이 둘을 돌보기란 쉽지 않다. 먼저 '콩콩이'에게 우유와 이유식을 먹이는 것으로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콩이'가 빤히 쳐다본다. 유치원에 다닐 때는 혼자서도 잘하던 아이가 9개월 된 '콩콩이'를 시샘한다.

'콩이' 밥 먹이느라 '콩콩이'는 뒷전이다. 우리 어렸을 때처럼 밥 먹는 것이 크나큰 무기다. 배가 잔뜩 고파도 짐짓 밥 안 먹는다고 앙탈 부렸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사진관놀이를 하기로 하고 밥을 먹였다. '콩이'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방법이 우는 것에서 밥 먹지 않은 것으로 바뀌었다.

장난감 차에 아이 둘을 태우고 사진관에 갔다. 할아버지가 엄마다.

"똑똑, 안녕하세요?"
"누구십니까?"
"사진 좀 찍을 수 있나요?"
"네, 들어오세요."

'콩이'가 사진관 놀이에 재미를 붙였다. 역할을 바꿔서 '콩이'가 엄마다. 인형 아이들을 화장 시키고 머리핀도 머리에 꽂고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잘못 찍었다고 다시 찍어 달라고 한다.

콩이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는 시늉을 하고 있다.
▲ 사진관 놀이 콩이가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는 시늉을 하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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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는 역할 분담놀이(롤플레잉)를 좋아 한다. 유치원에서 배웠나 보다. 사진관 놀이에 이어 의사놀이, 엄마놀이, 식당놀이 등을 좋아한다. 역할을 분담해 의사도 되고 환자도 된다. 부부놀이에서는 '여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말한다. 너무나 천연덕스럽다.

직장에 다닐 때 일이다. 금융기관에서는 고객이 왕이다. 아니 '신이다'라고 까지 가르친다. 고객의 말은 무조건 옳다. 따라서 법이나 내부 규정보다 고객의 의견을 존중하는 전제 하에서 대화를 하거나 거래를 해야 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지만 사회 전체에 파급되는 효과는 놀라웠다. 금융기관에서 시작한 친절봉사 운동은 정부투자기관에서부터 기업, 관공서까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굳어진 습관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80년대의 전화 응대 수준은 어디나 할 것 없이 제로 수준이었다. 얼굴을 보지 않고 상대와 대화하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문운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인사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매일 아침이면 역할을 분담하여 연기(롤플레잉)를 했다.

공연 리허설을 하는 것도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어찌 보면 역할 분담놀이는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하기 위한 연습이다. '콩이'는 계속 놀이를 하자고 보챈다. 엄마놀이다.

"엄마가 반찬은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했잖아"
"네, 알았어요. 엄마."


태그:#콩이, #콩콩이,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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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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