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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갑오년 시작과 동시에 송영길 인천시장이 경기도 김포시와 부천시, 시흥시를 인천시와 통합해 인천을 인구 500만 도시로 만들겠다고 선언해 인천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송 시장의 이번 선언은 2010년 지방선거 때 구상했던 것으로, 새해 시작과 더불어 공론화한 셈이다. 선언이후 여야 각 정당은 공식적인 발표를 하진 않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용'이라는 평가와 함께, 민선 광역단체장이 지방분권 담론으로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 2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인천시와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와 부천시, 시흥시를 인천시와 통합하면 인구 500만 명 도시가 탄생해 도시 경쟁력이 커진다며 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송 시장은 "자급자족이 가능한 경쟁력 있는 도시가 되려면 인구가 500만에서 1000만 명은 돼야 한다. 3개 도시가 편입되면 인천 인구가 500만 명에 가까워져 도시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무식에 앞서 열린 새해 기자간담회에서도 송 시장은 "전에는 통합론 얘기만 나오면 김포·부천·시흥 등에서 손사래를 쳤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통합에 대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어 이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 시장은 또 인천시 서구 검단과 경기도 김포를 한 데 묶어 종합적인 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포의 경우 한강신도시 분양 실패로 침체 돼 있는 상황"이라며 "검단신도시와 한강신도시를 한 데 묶어 발전방향을 세우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기준 인천시의 인구는 292만 7000명으로 계속 증가추세에 있는 만큼, 올해 12월쯤 되면 30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김포시가 약 32만 5400명, 시흥시 42만 2400명, 부천시 86만 3700명에 이르는 만큼, 인천과 김포·부천·시흥이 통합할 경우 인구 450만명 이상에 달하는 도시가 탄생하는 셈이다.

인천과 인접한 이 3개 도시는 실제로 서로 생활권이 맞닿아 있다. 김포는 인천 계양구와 서구 그리고 부천과 닿아있으며, 부천은 서쪽으로 인천 부평구, 남쪽으로 시흥시, 북쪽으로 인천 계양구와 김포시와 닿아있고, 시흥시는 인천 남동구와 부천시와 닿아있다.

또 인천에 위치한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인천을 비롯해 부천·김포를 이미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으며, 천주교 인천교구는 김포와 부천 전 지역, 그리고 시흥 도심지역 대부분을 관할지역으로 두고 있다.

송 시장은 지난 2일 시청 대회의실에 열린 시무식에서 인천시와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와 부천시, 시흥시를 인천시와 통합하면 인구 500만명 도시가 탄생해 도시 경쟁력이 커진다며 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 인천-김포-부천-시흥 송 시장은 지난 2일 시청 대회의실에 열린 시무식에서 인천시와 인접한 경기도 김포시와 부천시, 시흥시를 인천시와 통합하면 인구 500만명 도시가 탄생해 도시 경쟁력이 커진다며 통합론에 불을 지폈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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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송영길·안상수 모두 정부 개편안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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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시장은 취임 전 이 같은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지방선거일을 앞둔 2010년 5월 21일 당시 송영길 후보는 <프렌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현 인천광역시를 확대하고 그 첫 시작으로 김포시와 인천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흐름을 형성할 때였다. 2009년 전주-완주, 남양주-구리, 안양-군포-의왕 등 곳곳에서 통합논의가 있었고, 그 뒤 2010년 경남에서는 마산-진해-창원이 통합하기로 했고, 올해 7월에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된다. 경기도에서는 2009년 하남-광주-성남 통합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당시 인천에서는 서구, 계양구, 강화군 등 3곳 단체장과 경기도 김포시장이 모여 별도의 자치단체를 구성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인천에서는 혼란만 부추기고 인천을 두 동강내려는 행위라는 비난이 많았다.

당시 중앙정치권에서 논의됐던 지방행정체제 개편론은 대체로 광역시·도를 폐지하고 시·군을 통합하는 것이었다. 즉, 현 행정계층 단위인 '광역시·도-시·군·구-읍·면·동'을 1단계 감축하기 위해 도를 폐지하고, 시·군 수개를 통합해 적정한 규모(인구 100만 명)로 광역화하고, 읍·면·동을 준 자치단체화한다는 것이었다.

이 방안은 당시 한나라당 허태열 국회의원의 안으로, 현 16개 광역시·도를 없애고 이를 40~70개 통합광역시로 다시 분할하자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기초지방자치단체인 시·군의 기능은 사라진다. 결국 16개 광역시·도가 사라진 자리에 탄생한 통합광역시가 분할된 '도'의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지방자치의 핵심인 '지방분권'과 '지방 자주재정'에 대한 논의는 빠진 채 지도에 줄긋는 작업에만 치우쳐 있어 신(新)중앙집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같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이명박 정부의 '5+2 광역경제권'과 맥락을 같이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5+2 광역경제권'은 서울·경기·인천을 묶어 수도권, 대전·충남·충북을 충청권, 광주·전남·전북을 호남권, 부산·울산·경남을 동남권, 대구·경북을 대경권으로 해서 5대 광역경제권으로 설정하고, 강원도와 제주도를 2대 특별광역경제권으로 두겠다는 방안이었다.

'5+2'가 지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되려면 자치정부를 두고 그에 맞는 권한을 줘 책임 있는 지방자치를 실현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도'는 사라지고 40~70개의 통합광역시만 난립하면 지자체 간 갈등만 늘게 되고, 재원을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한 중앙정부에 예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당시 비판의 주된 요지였다.

'5+2' 광역경제권으로 개편하면 인천은 경기도 인천시나 서울시 인천구 쯤에 해당하는 지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5+2 광역경제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인천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당시 송영길 시장은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우선 김포를 인천에 통합시켜야한다. 시흥·안산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부평도호부가 계양구에 있었고, 부평도호부 관할이 시흥·안산·김포·부평·부천이었다"며 정부의 구상과는 선을 긋고 인천을 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시장도 지방행정체제 개편 흐름을 비판했다. 그는 "전국을 60~70개로 만들면 지방이 중앙에 예속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앙에서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한 뒤 "미래는 도시와 지역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통합은 큰 그림이 그려져 있지 않아 동의해야할지 등을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 국가의 지도자인 시·도지사한테 상의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지지부진하고 또 광역시·도를 없앤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지난해 5월 지방분권과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가속화하기 위해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 기존 지방분권촉진위원회와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를 통합해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로 지방자치발전위원회를 뒀다.

여론을 반영해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1조 2항은 '도의 지위 및 기능 재정립에 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하도록 했다.

"지방선거 겨냥한 선거용 포석"..."지방분권 담론의 가치 있어"

지방행정체제 개편 흐름 속에 2010년 처음으로 경남 마산시·진해시·창원시가 통합창원시로 통합됐고, 올해 7월에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된다. 통합창원시는 의회 의결로 결정했고, 통합청주시는 주민투표를 거쳤다.

송 시장이 새해 벽두에 인천통합론에 불을 지피긴 했지만, 인천이 창원이나 청주처럼 실제 통합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주변도시의 반발이 예상되고,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지방행정체제 개편의 핵심요소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기능 분배 내지 기능 재분배 그리고 지방재정의 분권이다. 여전히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에 머물며 재원 대부분을 중앙정부에 의존한 채 겨우 연명하는 처지에서, 지방재정 분권이 수반되지 않은 행정구역 개편은 지도 위에 선긋기에 불과하다.

1991년부터 지방자치시대가 열렸지만 사실상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다. 권력의 근간인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권한이 사실상 중앙정부의 몫이다. 지방자치를 담보할 지방재정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재정구조는 2012년 현재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이 '8대 2'이며, 지방재정의 54% 이상이 중앙정부 예산이고 자체 재정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 사무 조정으로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양하더라도 재정분권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국세와 지방세 간 세목 조정과 더불어 지방정부의 세입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학계에서는 그 규모를 인구 500만 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즉, 송 시장의 구상이 지도 위 선긋기를 넘어 실질적인 지방분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국방·외교·통신·금융·통화 등의 분야를 제외한 경제·교육·문화·치안·사법분야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하고, 국세와 지방세 간 조정도 따라야한다. 그런데 이는 개헌과 국회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송 시장이 제시한 '인구 500만 도시' 비전은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또 이를 계기로 올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화두로 제시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했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에는 인천시가 서울의 인천구 내지 경기도의 인천시로 포함되는 것으로 돼있는데, 민선 시장으로서 인천이 독자적인 행보를 가겠다고 제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 전 단계로 우선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인구 500만 도시'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 특별법에 따르면 광역시·도의 경계가 다르더라도 주민동의가 있으면 시·군·구를 통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인접도시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김포와 부천은 교육문제 등으로 인천에 편입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또 김포와 부천 모두 도청이 수원에 있어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인천보다는 서울 생활권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두번째는 경남 마산-진해-창원의 통합, 충북 청주-청원의 통합은 하나의 '도' 속에서 이뤄진 경우다. 인천으로 통합한다면, 부천시의 3개 구와 시흥시, 김포시가 인천시의 구가 돼야 하는데, 이는 정치권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송 시장의 이번 발언을 '선거용 판짜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엇인가 새 판을 짜보려는 사전포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한편,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위원장 심대평 전 충남지사)는 지난해 12월 인천을 마지막으로 16개 광역시·도와 제주특별자치도 순회를 마쳤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정부 사무 구분체계 정비와 정부 권한의 지방정부 이양 △지방재정 확충과 건전성 강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 통합 △자치경찰제도 도입 △특별·광역시 자치군·구의 지위와 기능 개편 △주민자치회 도입으로 근린자치 활성화 등을 6대 핵심과제로 설정했는데, 오는 5월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지방자치발전위가 5월에 내놓을 방안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이 클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 #김포, #부천, #시흥,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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