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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우리 편의점에 너구리가 들어와서 안 나가요."
"아, 네. 그러시군요. 출동할 테니 기다리세요."

새벽 1시에 안성 일죽면의 한 편의점에서 온 전화를 받고 출동한 대원들. 출동해서 옥신간신 너구리와 힘겨루기를 하다 겨우 생포한다. 생포한 너구리는 원래 살던 곳에 풀어준다.

로드 킬 당한 동물의 사체를 치우고 있는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 회원들. 이들은 자신들의 안전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렇게 하곤 한다. 이외 에도 밀렵감시, 위기 동물 구제 등의 활동을 한다.
▲ 로드 킬 로드 킬 당한 동물의 사체를 치우고 있는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 회원들. 이들은 자신들의 안전의 위협을 무릅쓰고 이렇게 하곤 한다. 이외 에도 밀렵감시, 위기 동물 구제 등의 활동을 한다.
ⓒ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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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들짐승들에게 먹이를 주는 이유는?

넓은 공장에 들짐승이 들어와서 신고가 들어와 출동한다. 들짐승은 공장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출구를 찾지 못해 뛰어다닌다. 잔뜩 겁먹어서 사나운 들짐승을 한곳으로 몰아 포획하긴 쉽지 않다. 이리 몰고, 저리 몰고 하다보면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겨우 생포해서 원래 살던 곳에 풀어준다.

로드 킬 당한 짐승이 있다고 신고가 들어온다. 적어도 3명 이상이 출동해야한다. 한 사람은 다른 차량이 덮치지 않도록 안전표시물을 도로에 배치한다. 다른 한 사람은 경광봉으로 차량통행을 통제한다. 자신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게 우선이다. 지난해 강원도에선 로드 킬 당한 짐승을 치우던 사람이 차량에 치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그렇게 사전 안전작업을 끝내고서야 본 작업, 즉 동물의 사체를 조심스레 수거한다.

동물을 밀렵하는 사람이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 사람들이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선도한다. 불행히 피를 흘리는 짐승이 있다면, 차량에 실어 병원으로 후송한다. 평소 연계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낫게 되면, 그 짐승을 원래 살던 곳으로 인도해 풀어준다.

때론 야생 짐승들의 먹이를 대량으로 주기도 한다. 그 먹이는 회원들이 직접 농사하는 작물인 콩과 벼 등이다. 그 먹이를 야생짐승들에게 주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먹이를 먹고 인가로 내려오지 말라는 거다. 겨울엔 짐승들이 먹이가 부족하니까 인가로 내려오고, 그래서 사고를 당하거나, 서로 위협을 느낄 만한 상황이 연출된다.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그들이 위험에 처한 동물을 구제한 것으로는 고라니 50%, 고양이와 개20%, 조류30% 등이다. 멧돼지 등은 1년에 1~2회 포획된다. 

로드 킬 당한 고라니를 치우는 회원. 뒤에 서 있는 출동차량도 회원들의 자비로 마련되었고, 각종 장비도 마찬가지다. 24명의 회원이 그 많은 도로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로드 킬 당한 고라니를 치우는 회원. 뒤에 서 있는 출동차량도 회원들의 자비로 마련되었고, 각종 장비도 마찬가지다. 24명의 회원이 그 많은 도로를 감당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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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들이 왜 동물보호단체를 만들었을까

이렇게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119구조대인가 싶지만 아니다. 그렇다면 무슨 관공서 단체인가 싶지만, 그것도 아니다. 이 단체는 순전히 민간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봉사하는 단체다. 이름 하여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http://cafe.naver.com/ansunghunters, 회장 서윤식)이다. 

이 단체는 아이러니하게도 사냥을 하던 사람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단체다. 사냥을 하다 보니 무분별한 사냥으로 인한 짐승들의 피해와 짐승들의 민가 출현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를 눈으로 목격하게 된 것. 고통당하는 짐승들과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초창기 멤버인 24명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는 이곳. 매주 2회 현장봉사활동을 한다. 매월 1회 정기모임을 통해 짐승보호에 대한 교육, 사후처리에 대한 노하우 전수, 일에 대한 정보교환, 회원 간의 친목도모 등을 한다. 이들의 봉사활동 경비는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장비를 갖춘 출동차량도 그들의 회비로 마련했다. 그들이 활동하는 도시로는 안성, 용인, 평택, 천안 등이다.

"여름엔 짐승들이 번식기이기에 영역싸움을 하다 보니 영역싸움에 밀린 짐승들이 민가로 내려와 사고와 위험에 처합니다. 겨울엔 먹을거리가 부족해 먹을거리를 구하러 짐승들이 민가로 내려오다 보니 서로 위협하는 꼴이 됩니다."

회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폼을 잡았다. 이들의 활동비는 그들의 회비로 충당하기 에 예산은 항상 빠듯하고, 이들의 활동이 좀 더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좀 더 많은 회원이 필요하다고 김형익 사무장이 말했다.
▲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 회원들이 유니폼을 입고 폼을 잡았다. 이들의 활동비는 그들의 회비로 충당하기 에 예산은 항상 빠듯하고, 이들의 활동이 좀 더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좀 더 많은 회원이 필요하다고 김형익 사무장이 말했다.
ⓒ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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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해주는 김사무장에 의하면 겨울과 여름이 짐승사고가 많다고 한다. 도시 인근 지역에도 사고발생이 빈번하다고 했다. 도시 인근지역은 야산이 많지만, 사냥금지구역이라 안전한 곳으로 짐승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란다.

이런 노하우는 어디에서 얻었을까? 그렇다. 바로 자신들이 사냥꾼으로서 활동할 때 얻었던 노하우다. 동물사냥 노하우가 동물보호 노하우로 활용되는 셈이다.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선 동물의 습성, 생리, 동물들의 이동주기, 동물분포 상황 등을 알아야 한다.

동물도 사람도 모두 안전하게 더불어 살기를...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동물도 사람도 모두 안전하게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고 했다. 호주처럼 공원에 캥거루가 있어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이란다. 처음에 좋은 일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그들이 활동하면 할수록 동물에 대한 측은지심이 깊어졌고, 이제는 미래 세상에 대한 꿈까지 꾸게 된 게다.

본인들의 회비로 운영하다보니 예산이 항상 빠듯하고, 활동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고 싶지만, 회원들이 적어 아쉬움이 많다는 김사무장. 거기다가 이런 단체가 있는 줄도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의 일꾼 김형익 사무장이 그의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그도 원래 사냥꾼이었으며, 이젠 동물을 보호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봉사꾼이 다 되었다.
▲ 김형익 사무장 안성시유해조수구제단의 일꾼 김형익 사무장이 그의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그도 원래 사냥꾼이었으며, 이젠 동물을 보호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봉사꾼이 다 되었다.
ⓒ 송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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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위기에 처한 동물을 발견하면 '동물119'에 연락하자. 각 도시마다 이런 유사한 단체가 있음을 기억하자.


태그:#동물 119, #안성조시유해조수구제단, #로드 킬, #동물보호,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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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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