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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와 '푸른통영21'에서 추진해 온 '강구안푸른골목만들기사업'이 1여 년의 사업활동을 마무리하는 행사가 21일, 오후 2시 강구안 골목에서 펼쳐진다.

그동안 미술 간판작업, 거리조형물작업, 태양광 가로등 설치, 화단 및 벤치 보도블록 조성 등을 추진해 왔다. 강구안 골목 안 사람들의 호응과 화합도 만만치 않다. 골목 안 식당들이 자발로 일품 명품 메뉴를 개발하여 맛자랑 대회를 마련하고 손님들이 맛을 볼 수 있게 한창 준비하고 있다.

위줄 왼쪽부터 박충의 화가, 정정엽 화가, 류충열 화가 아래 김윤환 총감독
▲ 통영21푸른마을가꾸기 강구안푸른마을만들기 실무팀 위줄 왼쪽부터 박충의 화가, 정정엽 화가, 류충열 화가 아래 김윤환 총감독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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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사람들은 푸른골목만들기 주역들이다. 서울, 강화, 안성 등 타 지역 작가들이지만 통영 현지 작가와 주민들이 어울려 만들어 낸 성과는 소중한 기록이 될 것 같다.

이번 사업의 총감독을 맡은 김윤환씨는 2013년 전반기, 프랑스의 공공미술팀 '아트인콜렉티브'를 초빙하여 이중섭 물고기와 윤이상의 달무리를 소재로 조형물을 만들어 설치하였고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관련기사: 그림 속 물고기가 튀어나왔다, 그런데 비늘이...)

프랑스 설치미술가 아트북콜렉티브가 김윤환총감독이 제공한 아이디어로 2013.2월 제작 설치한 이중섭물고기 조형물입니다. 2014년 2월 21일 완공을 앞두고 보도블럭 공사와 예술간판 설치를 위한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 물고기 조형물 프랑스 설치미술가 아트북콜렉티브가 김윤환총감독이 제공한 아이디어로 2013.2월 제작 설치한 이중섭물고기 조형물입니다. 2014년 2월 21일 완공을 앞두고 보도블럭 공사와 예술간판 설치를 위한 마무리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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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후반기에 류충열, 정정엽, 박충의 세 작가가 주축이 되고 지역작가와 함께 만든 작업량이 대략 백여 점에 이른다. 여기에 참여한 화가, 조각가, 문인이 10여 명이 넘고 제작기간도 일 년이 넘게 걸렸다.

예술간판과 조형물 프로젝트에 든 예산은 2억 5천만 원에 불과하다. 어쭙잖은 거리의 조형물 하나에 수십억을 쏟아 붓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이례적이고 반가운 일이다. 강구안 골목에 새롭게 설치하고 조성된 간판과 조형물들은 '길의 품격'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되었다. 물론 통영 지역 작가와 주민의 호응과 협력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사업이었다. 류충열 작가의 말이다.

"간판과 조형물을 만들 때만큼은 화가가 아니라 공공미술가가 되어야 합니다. 공공미술은 거리와 주변 환경, 가게주인의 요구뿐 아니라 지역의 특성과 이야기를 주어진 예산과 기간 안에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주민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절실한 작업이지요. 그래서 순발력과 조율능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작업이 마무리되어 작품보관을 위해 닫혀 있지만 한 때 주민이나 가게주인들이 언제던지 드나들며 작업과정과 공정을 꼼꼼히 체크하고 주문하느라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은 겸허히 반영하고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설득과 이해로 서로의 요구와 감성을 교감하면서 제작하던 열린 작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 예술간판 현장제작소 지금은 작업이 마무리되어 작품보관을 위해 닫혀 있지만 한 때 주민이나 가게주인들이 언제던지 드나들며 작업과정과 공정을 꼼꼼히 체크하고 주문하느라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은 겸허히 반영하고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설득과 이해로 서로의 요구와 감성을 교감하면서 제작하던 열린 작업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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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충열 화백은 한국화가로서 개인전을 수 차례 가진 바 있는 중진으로서 필력과 내공이 깊은 작가다. 목판화도 여러 점 제작한 경험이 있는 작가는 이번에 그 칼맛을 공공조각과 간판으로 넓히는 계기가 된 것은 행운이라 여긴다.

방부목의 질감과 구리를 이용하여 만든 예술간판
▲ 강구안 카페간판 방부목의 질감과 구리를 이용하여 만든 예술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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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충열 화백이 방부목으로 조각한 조형물에 스테인 방수제로 마감칠을 하고 있다
▲ 물고기 조형물 류충열 화백이 방부목으로 조각한 조형물에 스테인 방수제로 마감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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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 작가는 생명을 주제로 하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여성주의 작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강구안 마을지도를 그리고 간판 작업에도 참여했다. 또한 '헥사곤'이 발간하는 한국현대미술선 기획위원으로서 동시대 작가의 성향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넓은 작가여서 박충의, 류충열 두 화백을 합류시키는 데 견인 역할을 했다.

어린왕자 캐릭터를 목욕탕 입간판에 패러디해 넣었다. 버려진 접시형 안테나를 재활용하여 밝고 날렵한 간판으로 멋지게 되살려 놓았다
▲ 정정엽 화가 어린왕자 캐릭터를 목욕탕 입간판에 패러디해 넣었다. 버려진 접시형 안테나를 재활용하여 밝고 날렵한 간판으로 멋지게 되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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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의 화백은 연장을 다루는 솜씨가 빼어난 작가다. 본인의 번듯한 작업장을 혼자서 짓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개발한 보일러를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솜씨가 탁월한 작가다. 작업도 캔버스, 나무, 돌뿐만 아니라 맥가이버 같은 솜씨로 응용과 순발력이 뛰어난 작가로서 강구안 프로젝트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신나는 일이었다.

이들이 사용하는 재료들은 재활용품이다. 고물상에서 구한 수저나 밥그릇, 깡통, 고장 난 색소폰, 바닷가 주변의 폐선 방부목, 버려진 안테나 따위들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을 살려내는 맛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재료에 대한 해석은 자연과 환경,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바탕으로 한 작가들의 공통 된 예술관에서 비롯된다.

박충의 작가의 예술간판
▲ 게스트하우스 박충의 작가의 예술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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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충의 화가의 예술간판
▲ 새집식당 박충의 화가의 예술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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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에 시작하여 해를 넘겨 여기까지 오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간판이 작다, 눈에 안 띈다며 가게 주인과 옥신각신하다 새 간판을 달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일도 일어났다. 황당하고 아찔한 순간은 김윤환 총감독의 중요한 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잃어 버린 일이었다.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현상금 100만 원을 걸었어요. 경찰의 도움으로 CCTV를 확인하고 폐품 수거 할머니가 가져간 것을 알게 되었죠, 소문을 들은 주민들의 도움으로 그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죠. 있는 거예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아찔한 순간이었죠. 주민들의 관심과 도움 없이는 못 찾았을 거예요. 새삼 소통이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틈만 나면 주민과 대화하고 제작과정을 공개하면서 교감하며 믿음을 쌓아 간 거죠."

옷 가게 주인도 처음에는 공짜로 간판을 바꾸어 준다고 하길래 뻔할 거라고 여겨 사양했다고 한다. 이후 여성의류판매점 스케치 대표의 이야기다.

"나중에 화가들이 만든 옆집 가게 간판을 보니 너무 예쁘고 멋진 거예요. 그래서 마음을 달리 먹고 직접 화가에게 찾아가서 부탁했어요. 매일 같이 현장 작업장에 가서 보았어요. 너무 마음에 들고 고맙죠."  

옷가게 간판
▲ 스케치 옷가게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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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업을 펼쳐 나가는 데 '푸른통영 21'의 윤미숙 사무국장의 안목을 빼놓을 수 없다. 에코아일랜드- 연대도의 딸이라 불릴 정도로 마을만들기 실천가로 알려져 있다. 슬로건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자'는 생각으로 '통영의 몽마르트르'로 불리는 중앙동 동피랑 언덕마을과 서피랑99계단, 강구안김밥마을 등을 기획 조성한 이력이 있다.

윤미숙 사무국장이 자신의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김윤환씨의 공공미술에 대한 통찰과 이력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그의 예술과 도시사회문화활동에 대한 관점에 매료되어 예술감독으로 초빙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들이 가진 미술의 공공적 마인드와 풍부한 현장 미술 경험이 만나서 이룬 성과물인 셈이다. 디자인만해서 간판 업자에게 하청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가 현장에 맞는 아이디어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개된 장소에서 제작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교감하며 만들어 나가면 가능했던 작업이다.

윤이상의 달무리 악보를 조형물로 만들어 허전했던 벽을 채워 생동감을 불러 넣었다 후미진 구석에 설치되어 있지만 윤이상을 회상하며 기념촬영하는 장소로 관광객의발길을 끌고 있다
▲ 아트북콜렉티브작품 윤이상의 달무리 악보를 조형물로 만들어 허전했던 벽을 채워 생동감을 불러 넣었다 후미진 구석에 설치되어 있지만 윤이상을 회상하며 기념촬영하는 장소로 관광객의발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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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문저 올벼 2014
▲ 강구안푸른골목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출간 된 '골목안 통영' 최강문저 올벼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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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책도 나왔다. 400년 통영을 지키고 있는 강구안 골목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새 단장한 간판들이 서로 눈을 맞추고, 골목 곳곳의 조형물들이 서로 바라보며 말을 건네며, 골목의 생기를 새롭게 불어넣고 있다.

사라질뻔 한 강구안 골목이 되살아나 마치 마법을 보여주듯, 맛있는 먹을거리, 멋진 볼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강구안의 오래된 골목이 변화하는 모습을 정겹게 담고 있다.

공공미술의 사업추진은 신중한 분석과 전망이 필요하다. 적절한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식견도 필요하다. 시민의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쓰여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에게는 새로운 지역문화를 창조하는 기회를 주고 시민에게는 삶과 문화의 격을 높이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통영시와 '푸른통영21'이 추진한 '강구안푸른골목만들기' 사업은 평가와 호응이 좋아 인근마을에서 비슷한 사업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벌써 성과를 보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강구안 푸른골목만들기 마무리행사>
일시 : 2014년 2월 21일 오후 2시 ~ 4시
장소 : 강구안 골목(이중섭물고기조각 앞)



태그:#강구안마을가꾸기, #통영21푸른마을가꾸기, #예술과도시사회연구소, #예술간판, #공공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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