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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고마운 젊은 부부사이에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
 아내와 고마운 젊은 부부사이에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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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어서 다행이어요~. 저희도 결혼한 지 이제 2주 정도 되어서요.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행복하세요."

숨가쁘게 공항까지 갔다 온 아내가 보여준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다음주말 서울에서 있을  딸 결혼식에 여수에 사는 지인들이 참석하는 건 힘들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꼬박 하루 종일 관광버스에 시달려야 하고 하루 품을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고향이 여수지만 서울에서 결혼식을 할 예정인 혼주들은 대부분 일주일전에 여수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하고 하객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이런 절차는 혼주나 하객들에게 편리한 방법이다.

3일(금) 밤 6시, 여수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한 딸은 서울에서 드레스를 빌려 입고 왔다. 드레스 가게 주인은 토요일인 4일 정오에 딸이 입었던  드레스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반드시 12시까지 되돌려주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금요일 밤 무사히 피로연을 마친 나와 아내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마지막 정리를 하고 잠이 들었다. 피곤해 곯아떨어진 아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했고 서울로 드레스를 보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까지 드레스가 서울에 도착하도록 하려면 아침 8시 서울행 버스에 옷을 보내야 한다. 하지만 늦잠을 자고 깜박 잊어 버렸기 때문에 제 시간에 버스로 옷을 보내기는 불가능해졌다. 비상수단은 있다. 여수 공항이 있었던 것. 아내가 부리나케 차를 몰고 여수공항에 도착했지만 항공사에서는 출발시간이 다 되어 버렸기 때문에 짐을 부칠 수 없다고 거절했다.

하는 수 없어진 아내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줄을 선 한 젊은 부부를 발견하고 통사정을 하면서 "김포공항에 가면 '드레스'라는 푯말을 든 사람이 나와서 기다리기로 약속을 했으니 제발 이 드레스를 그 분한테 전해주세요" 하고 부탁하자 선선히 응한 젊은 부부는 자신들도 "2주 전에 결혼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알려 줬다는 것.

위 내용은 아내가 "고맙다!"며 돈을 주려하자 극구 사양한 젊은 부부가 김포공항에서 드레스를 전하고 보내 준  메시지다. 아내의 말이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이렇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곳이야. 내 딸이 잘 살아라고 축복해주는 것 같네. 아! 기분 좋은  날이야."

아내가 고마운 젊은 부부에게 보냈던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어제 결혼피로연 때 입은 드레스인데 오늘 다른 신부가 입어야 해서 급박했습니다, 선행이 여러 사람에게 편안함 주셨으니 더 좋은 일들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문자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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