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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빚은 메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박경미 씨와 김명종 씨 부부. 이들은 이 메주에다 톳의 진액을 섞어 톳된장을 담근다.
 방금 빚은 메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박경미 씨와 김명종 씨 부부. 이들은 이 메주에다 톳의 진액을 섞어 톳된장을 담근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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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농사기술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의 손을 필요로 하는 게 있다. 바로 음식을 만드는 일이다. 그 중에서도 장을 담그는 일은 가장 기본이다. '음식의 맛은 장맛이고, 장맛은 손맛'이라는 말은 그래서 아직도 유효하다. 정성이 그만큼 들어간다.

지난 12월 27일 찾아가서 만난 김명종(49)씨. 김씨는 해상왕 장보고가 청해진을 설치했던 전남 완도에 살고 있다. 김씨는 때마침 메주를 만들기 위해 콩을 삶고 있었다. 호기심을 갖고 지켜봤다. 그 과정이 지난했다.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다.

불려놓은 콩부터 달랐다. 때깔이 좋았다. 직접 재배하거나 지역농민과 계약재배한 콩만을 원료로 쓰고 있었다. 콩을 삶는 솥도 달랐다. 가마솥이었다. 불도 장작으로 지폈다. 연기가 원활히 밖으로 빠지지 않아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계속해서 불을 지폈다.

완도 땅에서 직접 재배한 콩. 김명종 씨는 이 콩으로 메주를 빚고 된장을 담근다.
 완도 땅에서 직접 재배한 콩. 김명종 씨는 이 콩으로 메주를 빚고 된장을 담근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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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종 씨가 가마솥에 콩을 넣고 장작을 지피고 있다.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김명종 씨가 가마솥에 콩을 넣고 장작을 지피고 있다. 솥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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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이 활활 타오르자 가마솥에서 김이 새나오기 시작했다. 조금씩 삐져나오는가 싶더니 금세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한동안 그렇게 놔뒀다. 뜸을 들이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솥을 놔둔 채 다른 일을 계속 했다.

"가스를 쓰면 우리도 편하죠. 불편할 줄 알면서도 화덕을 만들었어요. 최대한 옛 방식 그대로 하려고요. 조상들의 지혜를 따르는 거죠. 옛 맛을 되살리려고요."

김명종씨의 말이다.

이렇게 삶아진 콩을 김씨가 퍼냈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도 한참 지난 뒤였다. 솥뚜껑을 조심스럽게 열자 갇혀있던 김이 한꺼번에 솟아올랐다. 구수한 콩 냄새가 작업장을 가득 채웠다.

김명종 씨가 가마솥에 삶은 콩을 바가지로 퍼내고 있다. 솥에 갇혀 있던 김이 한꺼번에 솟아 오르고 있다.
 김명종 씨가 가마솥에 삶은 콩을 바가지로 퍼내고 있다. 솥에 갇혀 있던 김이 한꺼번에 솟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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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빚은 메주. 샛노란 빛깔의 메주가 입안에 군침 돌게 한다.
 방금 빚은 메주. 샛노란 빛깔의 메주가 입안에 군침 돌게 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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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찧는 과정은 기계가 대신했다. 많은 양의 콩을 삶고 메주를 빚는 일이다보니 일일이 절구방아를 찧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계에서 적당히 찧어진 콩이 사각형의 틀로 나왔다. 방앗간에서 가래떡 나오는 것과 비슷했다. 재료와 모양이 다를 뿐이었다.

김씨가 칼날 같은 판을 들고 적당한 크기로 잘랐다. 메주 모양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옆에 있던 김씨의 부인(박경미)이 예쁘게 다듬었다. 어릴 적 찰흙놀이라도 하듯이 호흡이 척척 맞았다. 그래서 부부인가 싶었다.

"전통의 맛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닌 것 같아요. 하나부터 열까지 참고 견디며 정과 성을 다 하더라구요. 이 사람의 부단한 연구와 노력에 저도 놀랄 정돕니다."

박경미씨의 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는 박씨는 틈이 날 때마다 남편의 일을 돕는다. 원료 재배에서부터 선별과 가공, 판매까지 모두 김씨가 도맡아 하는 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메주는 발효실로 옮겨져 숙성과정에 들어갔다.

김명종, 박경미 씨 부부가 메주를 다듬고 있다. 이렇게 다듬어진 메주는 바로 건조과정에 들어간다.
 김명종, 박경미 씨 부부가 메주를 다듬고 있다. 이렇게 다듬어진 메주는 바로 건조과정에 들어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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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바다에서 건져올린 톳. 김명종 씨는 이 톳에서 짜낸 진액을 섞어 톳된장으로 담그고 있다.
 완도 바다에서 건져올린 톳. 김명종 씨는 이 톳에서 짜낸 진액을 섞어 톳된장으로 담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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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이 메주로 장을 담근다. 전통방식을 최대한 살려 된장과 고추장을 담근다. 톳된장도 있다. 된장 고유의 풍미가 살아있는 게 자랑이다. 특히 2년 동안 숙성시키는 톳된장의 맛이 개운하다. 완도 바다에서 채취한 톳의 진액을 더했다. 칼슘과 철분이 많이 들어있어 영양도 탁월하다. 우리 몸에도 더 좋다.

그가 만든 멸치 옹기액젓도 별나다. 완도산 생멸치에다 햇볕과 바람이 만들어준 천일염을 더해 옹기에서 발효 숙성시킨 것이다. 집앞에 줄지어 선 항아리에서 3년 넘게 숙성시켜 맛과 향으로 차별화시켰다.

맛을 본 소비자도도 반긴다. 광주에 사는 이미송 씨는 "화학적이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된장만으로도 맛이 있고, 된장으로 국을 끓여보면 금세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건조되고 있는 메주. 이렇게 적당히 찧어진 콩으로 빚은 메주가 제대로 숙성되고 맛도 더 좋다.
 건조되고 있는 메주. 이렇게 적당히 찧어진 콩으로 빚은 메주가 제대로 숙성되고 맛도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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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종 씨가 항아리에 설치된 꼭지를 돌려 패트 병에 멸치액젓을 담고 있다. 옹기액젓은 이렇게 항아리에서 숙성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김명종 씨가 항아리에 설치된 꼭지를 돌려 패트 병에 멸치액젓을 담고 있다. 옹기액젓은 이렇게 항아리에서 숙성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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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인지 판매도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여러 해 전까지만 해도 알음알음으로 팔았다. 지금은 맛을 본 소비자들이 먼저 찾아온다. 입소문을 타고 들어오는 주문도 늘고 있다. '톳된장'이라는 희귀성도 한 몫 했다.

"믿음인 것 같아요. 농약 한 방울, 화학비료 한 줌 치지 않은 콩이라는 것, 거기에다 정성을 다 하고, 내 식구가 먹는다는 생각으로 정직하게 만들고. 이런 것들을 소비자들이 믿어주고 맛으로 인정해주고, 저도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고요."

순박하게 웃는 김씨의 얼굴에서 신뢰가 느껴진다. 사진을 찍는다고 더 보태지도 않고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던 그였다. 장과 옹기액젓 맛을 보지 않고도 믿음이 가는 이유다. 그의 얼굴이 모든 것을 보증해 주는 것 같다.

완도에 있는 김명종 씨의 집과 장독 풍경. 집마당에 장이 익어가는 항아리가 줄지어 있다.
 완도에 있는 김명종 씨의 집과 장독 풍경. 집마당에 장이 익어가는 항아리가 줄지어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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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메주, #톳된장, #김명종, #장보고가세, #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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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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