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2월 25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개신교 목사와 신도 800여 명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 2013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연합예배 12월 25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개신교 목사와 신도 800여 명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연합예배를 드리고 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2013년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연합예배'가 25일, 오후 3시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이 예배에는 목사와 신도, 고난받는 이들 800여 명이 모여 함께 예배를 드렸다. 이 예배에는 지난 16일부터 NCCK 사무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목회자 금시기도회'에 참여했던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아래 목정평) 목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성만찬을 겸한 예배를 드린 후, 이들은 서울광장에서 민주노총 노조집행부가 피신한 조계사까지 거리행진을 한 후, 조계사 앞에서 이들에 대한 지지를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예배를 마쳤다.

해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이면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거리에서 예배를 드렸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거의 10배에 달하는 인원이 참석하여, 이 시대의 암울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2013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성탄절연합예배의 이모저모를 전해드리며, 가장 낮은 곳으로, 어두운 세상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어떤 예배를 기뻐하실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한다.

부모와 함께 성탄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 피킷을 들고 있다.
▲ 2013 성탄절 연합예배 부모와 함께 성탄절 연합예배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이명박 구속, 박근혜 퇴진 피킷을 들고 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 이 땅에서 고난받는 이들을 이렇게 밝혔다.

'송전탑 문제로 억압받고 죽어가는 이들이 있는 밀양, 해군기지 문제로 피흘리는 제주도 강정, 일터에서 강제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해마다 일자리를 찾아 해메는 비정규직 노동자돌,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외치다 탄압받는 사람들...'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고난이 가득한 이 세상에서 기독교 본연의 일을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회개하며, 용서를 구하고, 의인의 길에 서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이렇게 고난받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교인들에게 이런 현실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는 교회나 목회자는 얼마나 될까? 오히려 이런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불경스러운 세상이야기라고 치부하는 것은 아닐까?

이 예배에는 고난받는 이들이 함께 참여했다. 통진당도 함께 예배에 참여하였다.
▲ 2013 성탄절 연합예배 이 예배에는 고난받는 이들이 함께 참여했다. 통진당도 함께 예배에 참여하였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참석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하고, 불법 부정 선거의 수혜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사퇴시키는 길에 나서는 것이야말로, 주님께서 주신 정의와 평화의 칼로 불의와 부정을 내치는 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16일부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금식기도회'를 마친 목회자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해 주권을 도둑질 당한 국민이 안녕할 수 없으며, 공권력으로부터 탄압받는 나라에서 국민은 안녕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국민과 불통하는 것을 자랑이라고 하는 나라에서 국민은 안녕할 수 없다고 했다.

어찌보면 상당히 정치적인 구호들 같지만, 인간 삶의 영역에서 어떤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온 지극히 현실적인 구호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치적인 문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기에 당연히 외쳐질 수밖에 없는 구호인 것이다.

하얀 눈이 쌓인 거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참석자들, 하나님은 어떤 예배를 기쁘게 받으실까?
▲ 2013 성탄절연합예배 하얀 눈이 쌓인 거리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참석자들, 하나님은 어떤 예배를 기쁘게 받으실까?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목정평은 성명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후 지난 10개월은 국민에게 고통의 세월이었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국민이 안녕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하는 것이라며 국민과 싸워 이긴 권력자는 없었다고 했다. 그들은 이러한 기도회를 확산시켜 갈 것이며, 기도회가 이뤄지는 곳마다 안녕하지 못한 이들과 연대하여 싸우겠다고 했다.

지난 10개월, 국민의 불통정치의 진면목을 보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개월간 대국민화합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들을 무위로 날려버렸다. 오히려 끝까지 불통하겠다는 오기를 부리고, 급기야는 민주노총에 공권력을 투입하여 앞으로 자신의 의지와 다른 의견을 내거나 반대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현실에서 교회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너무도 분명하지 않은가?

2013 성탄절 연합예배에서는 성만찬예식도 행해졌다. 성만찬 예식은 예수님의 살과 피로 상징되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예수를 몸에 모시고, 그 공동체가 하나됨을 경험하는 예식이다.
▲ 성만찬 예식 2013 성탄절 연합예배에서는 성만찬예식도 행해졌다. 성만찬 예식은 예수님의 살과 피로 상징되는 빵과 포도주를 나누며 예수를 몸에 모시고, 그 공동체가 하나됨을 경험하는 예식이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이 구호가 정치적이라면, 침묵하거나 권력자에게 동조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가 아닐까?
▲ 2013 성탄절연합예배 이 구호가 정치적이라면, 침묵하거나 권력자에게 동조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가 아닐까?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위에서도 밝혔듯이 이 예배에 참석한 이들은 800여 명(경찰추산 500여 명) 정도라고 했으며, 이 숫자도 이전에 비하면 많은 숫자라고 밝혔다. 진리 편에 서는 이들은 역사적으로 늘 소수였다. 그러나 그 소수는 시간이 걸릴지언정 늘 승리했다. 역사는 진리 편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성탄절연합예배나 부활절연합예배의 경우에는 대형교회와 연합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면 몇 만을 넘기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개교회 차원에서도 이번 성탄절을 맞이하여 몇천 명을 넘어 몇만 명씩 모여 예배를 드린 대형교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거리에서 드려지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드리는 예배는 이토록 초라하다. 게다가 이런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들은 권력자들에 의해 눈총을 받거나, 조금이라도 위법한 행동을 한다면 공권력에 의해 저지를 당한다.

예배를 마친 뒤 철도노조 집행부가 피신한 조계사에서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십자가 행진 예배를 마친 뒤 철도노조 집행부가 피신한 조계사에서 그들을 지지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결국, 어떤 곳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어떤 자리는 소수만 모인다. 왜냐하면 하나는 영광의 자리고, 하나는 고난의 자리이기 때문에 그렇다. 영광의 자리에 설 때에는 서로 중요한 곳에 서고자 다툼을 하고, 고난의 자리에 서야할 때에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늘날 대다수의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정치행사지 종교행사가 아니라고. 아니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물론, 불참여부로 옳고그름을 나누자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고난받는 자리에 있었느냐는 것이다. 예수는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셨으며, 고난받는 이들과 늘 함께 하셨다.

진정, 예수를 따르는 이들이라면, 이 시대 고난의 현장에 있거나 혹은 고난의 원인을 밝혀내고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지는 못할지언정,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 하는 이들을 마치 이단아 대하듯 정교분리 운운하는 것은 어둠의 세력과 짝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조계사 앞에 밝혀진 성탄트리, 종교간의 대화와 화합을 이단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해서는 종교간의 대화와 화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 조계사 앞 성탄트리 조계사 앞에 밝혀진 성탄트리, 종교간의 대화와 화합을 이단시하는 이들도 있지만, 이 시대의 평화를 위해서는 종교간의 대화와 화해는 반드시 필요하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예배 참석자들이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정부의 민주노총 사무실 난입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다.
▲ 철도노조 지지 발언 예배 참석자들이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정부의 민주노총 사무실 난입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밝혔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조계사 앞에는 성탄트리가 밝혀져 있었다. 웬만한 교회의 트리보다도 더 격조있게 만들어졌다. 이것은 종교간의 대화, 화해의 상징이다. 성탄절에는 불교계가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부처님 오신 날에는 기독교계가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보수기독교에서는 이런 종교간의 대화자체를 불경시한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면, 반복되는 사건 중 하나가 이런 축하를 하는 이들을 이단시하는 일들은 연례행사다. 그런 류의 일들뿐 아니라, 통일운동, 민주화운동, 이번처럼 고난받는 이들을 위한 성탄예배 등도 보수기독교에서는 불경시한다. 자기들이 하지 않을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이다.

예수와 붓다, 그 두 분이 만났다면 이렇게 싸우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렇게 안녕하지 못한 세상이었다면 그들은 연대하여 이 안녕하지 못한 세상을 변화시키려 했을 것이다.

집회현장을 취재하던 종편 조선 기자들이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취재장에서 쫓겨났다.
▲ 왜곡보도를 일삼는 조선의 수난 집회현장을 취재하던 종편 조선 기자들이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취재장에서 쫓겨났다.
ⓒ 김민수

관련사진보기


<TV조선> 기자가 조계사 집회 현장에서 취재를 하다 참석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아 취재현장에서 떠나기 직전의 사진이다. 그들은 어쩌면 이런 것을 고난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퇴진과 구호를 외치는 국민의 외침에 "왜?"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릇된 자기확신에 빠진 이들이 저지르는 오류, 불행하게도 그런 이가 막강한 권력까지 가졌을 때 강요되는 강압성은 주변의 많은 이들의 안녕을 앗아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지금 <조선일보> 박근혜 대통령, 제법 크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대형보수교회 같은 부류가 이런 그릇된 자기확신에 빠져 대통령으로서의 할 일, 교회로서의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25일)은 성탄절을 맞이하여 방방곡곡의 교회에서 아기 예수님이 탄생을 축하하는 예배가 드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예배 중 하나는 서울광장, 길거리에서 드려진 예배도 있을 것이다. 나는 궁금하다. 하나님은 어떤 예배를 기쁘게 받으셨을까?


태그:#성탄절연합예배, #고난, #민주노총, #조계사, #철도노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