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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롤 리허설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징글벨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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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는 서로의 마음 속에 있고, 악보는 연주자들의 머리 속에 있습니다" (공연 팜플렛 中)
▲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서로의 마음 속에 있고, 악보는 연주자들의 머리 속에 있습니다" (공연 팜플렛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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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읍~"

이상재 단장의 숨소리를 신호로 연주가 시작된다. 보통의 오케스트라라면 지휘자의 손 짓으로 연주가 시작되었을 터다. 연주가 한창인데도 지휘자는 보이지 않는다. 가만보니 연주자 앞에 있어야 할 악보도 없다. 지휘자와 악보 없이 연주를 해내는 이들은 세계 유일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이다. 지난 23일 '하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세종문화회관 체임버 홀을 음악과 감동으로 가득 메웠다.

첫 곡이 끝나자 박수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진짜 잘한다", "대단하다"는 말이 들린다. 편견을 뒤엎는 연주에 대한 관객들의 답이다. 무대 위에서 빈틈없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들은 지난 2011년 카네기 홀에서 공연까지 한 실력파들이다. 다년 간 연주 경험은 물론이고 유학파, 각 종 콩쿠르 입상자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단원들도 있다.

김종훈 콘서트 마스터 외
▲ 콘서트 마스터 김종훈 콘서트 마스터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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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실력이 좋다고 해도 지휘자 없이 오케스트라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점자용 악보를 보면서 악곡 전부를 외우는 것은 기본이다. 무대 위에서는 각자의 악기 소리, 단장의 숨소리와 몸짓, 발을 굴러 신호를 맞추는 방법 등을 지휘 대용으로 활용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연습량도 많아야 하고 무대 위에서의 집중력도 높아야 한다.

콘서트 마스터 김종훈씨는 연주하는 내내 신호를 받기 위해 이상재 단장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짧은 곡이라면 지휘자 없이도 대충 맞출 수 있을텐데, 브람스 곡처럼 긴 곡을 지휘자 없이 맞춘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고 한 관객은 말했다.

물론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재정적인 문제가 컸고 그로 인해 오케스트라를 떠난 팀원도 있다. 팀도 해체를 생각할 정도로 꾸려나가기 힘들었다. 다행히 해체를 고민하던 중 시도한 카네기 홀 공연의 반응이 좋았고 그 덕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이번 제 10회 정기연주회도) 정부, 단체 지원 없이 어려움이 있었는데 멋진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반년 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라고 이상재 단장은 말했다.

어느덧 공연의 막바지다. 음악 '댄디 보이'가 부드럽게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실내의 불이 꺼진다. 갑작스런 어둠에 객석 군데군데에서 스마트폰 불빛이 깜박인다. 칠흑 같은 어둠에 동요한 객석과는 달리 연주자들은 흔들림 없이 부드러운 선율의 음악을 연주했다.

곡이 끝나고 다시 불이 켜진다. 객석에서는 받은 감동에 비례하는 큰 박수소리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시각장애인의 느낌을 알 수 있도록 고안한 '암전 작전'은 대성공이다.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
▲ 공연을 마치고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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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치고 시각장애 단원들이 비시각장애 단원들의 손을 잡고 무대 밖으로 퇴장한다. 한 사람은 이끌고 다른 한 사람은 믿고 따라가는 모습은 이들이 연주 외에 보여주는 또 하나의 하모니이다. 맞잡은 손에서 지휘 없는 오케스트라를 가능하게 하는 팀워크의 비결이 보인다.


태그:#하트 시각장애인 체임버 오케스트라, #제 10회 정기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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