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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의 앨런 튜링 특면 사면을 보도하는 BBC뉴스 갈무리.
 영국 정부의 앨런 튜링 특면 사면을 보도하는 BBC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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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이 사면을 받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24일(한국시각) 영국의 크리스 그레일링 법무장관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특별사면권(royal prerogative)에 의해 튜링을 공식 사면한다고 발표했다. 

그레일링 장관은 "튜링의 위대한 전쟁 공헌과 과학 유산은 후세에 기억되고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며 "하지만 그의 인생은 동성애 유죄판결로 그늘에 가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1912년 영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수학에서 두각을 나타낸 튜링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킹스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불과 24살에 현대 컴퓨터와 인공지능(AI)의 개념이라 할 수 있는 '튜링머신' 이론을 만들어 냈다.

2차 대전이 일어나자 영국군의 암호정보학교에서 일하게 된 튜링은 당시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를 완전히 해독했고, '콜로서스'로 불리는 기계식 암호 해독기를 만들어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천재 수학자이자 전쟁 영웅, 죄인이 된 이유는?

그러나 '전쟁 영웅' 튜링의 말년은 처참했다. 동성애자였던 튜링과 함께 지내던 남자가 어느 날 그의 집을 털었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튜링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밝혔다.

당시 동성애를 범죄로 취급했던 영국은 튜링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고 정부 연구소에서도 해임했다. 튜링은 법에 따라 감옥에 가는 대신 화학적 거세와 여성 호르몬 주입을 선택했다.

하지만 여성 호르몬 주입의 부작용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이 황폐해진 튜링은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1954년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 물고 42살의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영국은 튜링이 숨지고 15년이 지난 1967년이 되어서야 동성애 금지법을 폐기했다. 사과를 한입 베어 문 애플사의 로고가 컴퓨터 과학의 초석을 만든 튜링의 위대한 업적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뜻이라는 설도 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비롯해 전 세계 과학계가 튜링의 명예회복을 위한 청원을 쏟아냈고, 결국 영국 정부도 2009년 동성애 유죄 판결로 튜링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을 공식 사과했다.

당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국가를 대표하여 튜링이 받았던 끔찍한 처벌을 사과한다"며 "그는 누구도 할 수 없는 기여로 전쟁의 흐름을 바꿔놓은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비록 국가의 사과를 받았지만 여전히 범법자로 남아있던 튜링은 이날 특별 사면을 받고서야 완전히 명예를 회복했다. 튜링이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지 61년, 스스로 사과를 깨물고 세상을 떠난 지 59년 만이다.


태그:#앨런 튜링, #애플, #컴퓨터,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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