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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고교 무상급식 시행 앞두고 좌절

강원도의회 본회의에서 기어코 고교 무상급식 확대 예산을 깎았다. 앞선 농림수산위와 예결특위에서 낸 여야합의로 이룬 결정이나 12개 시·군이 고교 무상급식 참여하겠다는 뜻은 하루아침에 싹 무시했다. 물론 짐작 못한 바는 아니다.

그 앞날에 '선출직 워크숍'에서 일부 국회의원의 질책으로 본회의에서 무상급식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런 과정은 접어두고, 그들이 고교 무상급식 확대에 한사코 반대하려는 까닭은 먼저 들어보는 게 순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16일 본회의가 열리는 아침, <강원일보>에 도의원의 기고가 실렸다. '무상급식의 진실'이라는 글로 무상급식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강원일보> 12월 16일치 7면 강원도의회 곽영승 의원 기고글로, 진실을 밝힌 글이라기보다 사실을 왜곡한 글이다.
▲ 무상급식의 진실? <강원일보> 12월 16일치 7면 강원도의회 곽영승 의원 기고글로, 진실을 밝힌 글이라기보다 사실을 왜곡한 글이다.
ⓒ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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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은 저질급식?

먼저, 무상급식을 하면서 한 끼 식자재 원가가 2700원에서 1700원으로 떨어져 질 떨어지는 식자재, 일테면 '중국산 등 저급한 식재료를 쓴다'고 했다. 그러니 친환경 무상급식은 언감생심이라고 했다.

그런데 도교육청이 낸 자료를 보면 무상급식단가는 초등학교 3530원, 중학교 3635원으로 지난해 2800원, 2900원보다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의원님은 도대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건 학교 사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영양교사와 학부모 등 2인 이상이 참여해 원산지와 품질 신선도를 확인하는 식재료 검수를 실시하며, 또 원산지가 나온 식단표를 달마다 학부모에게 알리고 누리집에 일일이 공개하고 있다. 더욱이 도내 학생, 학부모, 교직원 가릴 것 없이 학교 급식 만족도는 해를 더할수록 높아져, 2013년 상반기 도내 급식만족도는 86.3%로 지난 해에 비해 8%포인트나 높아졌다.

강원도내 학교들은 식단표를 달마다 학부모한테 통보하거나 학교 누리집에 올려 학교 급식에 쓰는 식재료 원산지와 안전성을 알리고 있다.
▲ 춘천 지역 초등학교 12월 식단표 부분 강원도내 학교들은 식단표를 달마다 학부모한테 통보하거나 학교 누리집에 올려 학교 급식에 쓰는 식재료 원산지와 안전성을 알리고 있다.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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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유상급식을 한다고?

그 다음, 무상급식 하느라 '저질 음식'을 먹고 학력향상, 학생지도, 실험실습, 과학교육, 교직원 복지에 쓸 돈을 못 쓰고, 화장실, 냉난방 시설을 바꾸지 못하고, 도내 학생의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은 전국 최고인데, 빚까지 내어 무상급식을 해야 하겠냐고 점잖게 나무란다. 그러면서 무상급식 비율이 높다고도 나무란다. 무상급식은 결코 결과의 평등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무상급식과 공교육은 출발선의 평등을 만들자는 말이다.

영국이나 미국의 무상급식 비율이 낮은 까닭은 공립학교보다 사립학교가 많은 까닭이다. 더욱이 미국 공립학교는 무상급식이 원칙이며 사립학교도 60%가 무상 또는 급식비 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영국 또한 생활보호대상자(약 17%)와 공립학교는 무상급식을 하고, 의무교육과정에 대해서는 무상교육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무상급식 비율이 4위라는 사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가. 오히려 자랑스럽다 떠벌릴 일 아닌가. 잘 사는 부모를 두었든 못 사는 부모를 두었든 아이 누구든 눈치 안 보고 밥을 먹게 해야 한다. 그게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고 교육의 질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지 않겠나. '밥은 먹고 다니니? 저녁 드셨어요?'같은 인사말이나 '밥심으로 산다'는 말들에서 보듯 우리에게 밥은 그저 배를 채우는 그 '무엇'이 아니다.

밥심이 있어야 공부도 제대로 한다

그리고 정말 궁금해진다. 무상급식 하느라 밥값이 모자라 '저질 음식'을 먹고 냉난방시설을 바꾸지 못해 얼음장이나 찜통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교가 어디인지 좀 밝혀주면 좋겠다. 코를 싸쥐고 똥 누고 오줌 누는 학교가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그분 말씀처럼 "연간 50만원 대신 한창 자라야 할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면 교육감이고 교육장이고 학교장까지 죄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난 16일 강원도의회 본회의 때, 새누리당 의원 사이에 돈 문자메시지. 이 메시지는 무상급식 확대 예산 삭감에 찬성하라는 뜻이다.
▲ 의원님! 기립투표에 찬성하셔야 합니다 지난 16일 강원도의회 본회의 때, 새누리당 의원 사이에 돈 문자메시지. 이 메시지는 무상급식 확대 예산 삭감에 찬성하라는 뜻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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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입은 삐뚜러져도 말을 바로 하랬다. 입만 열면 도민을 외치고 강원도 살림을 걱정한다던 사람들이 정말 도민에게 눈이 가 있는지 묻고 싶다. 지방자치를 훼손한 '선출직 워크숍' 뒷이야기나 지난 16일 본회의장 기립투표를 앞두고 '모든 의원님 기립 투표에 찬성하셔야 합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돈 것만 봐도 두고 두고 혀를 찰 일이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라는 흘러간 노래가 자꾸 생각난다. 이제 우리 도민이 그들에게 응답할 차례다. 두 눈 부릅뜨고 그들이 누구인지 눈에 오롯이 새겨야 한다. 자, 지금부터 시작이다.


태그:#무상급식, #강원도, #고교 무상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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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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