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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 1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대선 1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는 1년 전 박근혜 후보가, 1년 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가상 편지를 작성해봤습니다. 가상 형식이긴 하지만, 후보 시절의 공약과 말을 바탕으로 해 최대한 사실에 기초했습니다. 아래 편지 내용 가운데 큰 따옴표 안의 인용문은 당시 박근혜 후보가 했던 말임을 밝혀둡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지난해 12월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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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님에게.

안녕... 하십니까, 대통령님. 대선이 끝나고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기억나시나요. 1년 전,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제게는 돌봐야 할 가족도, 재산을 물려줄 자식도 없습니다"라고 말할 때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더군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오로지 국민이 저의 가족이고 국민 행복만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입니다, 국민만을 생각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습니다"라던 말은 진심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요?

"'민생대통령, 약속대통령, 대통합대통령' 이 약속은 꼭 지키겠다, 작은 행복이라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반드시 열겠다"던 말은 정말 꼭 실현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새누리당 대선후보 대신 대통령이라는 직함이 제 이름 뒤에 붙게 된 뒤 1년. 국민들은 안녕하지가 않다네요. 행복하지 않답니다.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주현우 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내용 중)

대자보를 쓴 대학생의 '안녕하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안녕하지 않다'고 답하고 있어요. "경제성장률 침체와 중산층의 몰락, 이렇게 상황이 심각한데도 우리 사회는 놀랄만큼 평온"한 줄 알았는데 아니랍니다.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은 아예 뺐다"더니...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 전국 어르신 초청 오찬행사에서 인사말을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노인의 날 기념 전국 어르신 초청 오찬행사에서 인사말을 마친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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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그렇게 말해왔잖아요. "정책으로 국민에게 말해야 하고 정책으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요. "매니페스토가 중요하다"고요. 1년 동안 대통령님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잖아요. 그렇지요? '약속과 신뢰의 정치인'임을 다시 한 번 증명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팔방으로 뛰었잖아요. '내가 약속하면 여러분들이 책임지셔야 한다'며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그렇게 강조해왔잖아요. 그런데 왜….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은 아예 뺐"잖아요. 그런데 "국민기초연금을 도입해서 연금을 내지 못하신 어르신들도 월 20만 원 받으실 수 있겠다"던 제 약속은 어디로 갔나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거면 공약도 안 했을 거"라고, 전 그렇게 말했었는데요.

왜 1년도 채 되지 않아 '(기초연금을) 어르신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해야만 했나요. 대통령이 된 직후에도 '기초연금은 다른 데서 빼오고 이러는 게 아니라 세금으로 해야 된다'고 해놓고,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소득하위 70%에게 차등지급'…. 이건 뭔가요?

"이 과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가 없다"며 반값등록금을 2014년에 완성하겠다던 약속도, 2014년도 예산지원이 일부만 이뤄져서 1년 뒤로 실행이 미뤄졌다더군요. 오죽하면 대선 캠프에서 청년본부장을 맡은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나서서 "반값등록금 예산을 5000억 원 증액 시켜달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겠어요.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던 호언장담도 이제는 다시 뱉을 수 없는 말이 됐어요. 방과 후 돌봄 서비스는 어떻고요. "방과 후에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안전한 학교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14년부터 연차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더니 내년도 예산안에는 한 푼도 반영이 되지 않았대요. "남학생들의 고민인 병역문제를 해결하겠다, 군 복무기간은 하사관 증원 등을 통해 임기 내에 18개월로 단축하겠다"던 약속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국민들은 댓글 달기도 무서운 세상이 올까 걱정하고 있어"

국정원 선거개입만 해도 그래요. 1년 전, 한 말 기억나시나요?

"민주주의는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합니다. (중략) 국민들은 문재인 후보가 혹여라도 정권을 잡으면 댓글달기도 무서운 세상이 올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지저분하게 치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정권을 잡아서 깨끗한 정치를 할 수 있겠습니까. 과정이 지저분하면 결과도 보나마나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이런 낡은 생각은 없어져야 하고 우리 국민들도 그런 짓을 해서는 정권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인터넷과 트위터·페이스북을 이용, 무차별 흑색선전을 퍼트리며 선거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심판해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흑색선전과 거짓말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도록 놔둬선 안 됩니다. 여러분이 한 표 한 표 꼭 행사하셔야지, 안 그래서 나라의 운명이 엉뚱하게 바뀌어 천추의 한이 돼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민주당과 선거캠프는 무분별한 흑색선전으로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인지 국가기관까지 정치 공작에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정보기관마저 선거 승리를 위해 정쟁의 도구로 만들려고 했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는 국기문란 행위입니다. 이런 사람(문재인)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통령 비방하는 댓글 하나만 달아도 컴퓨터 내놓으라고 폭력정치·공포정치 하지 않겠습니까."

이 말을 어디다 주어담아야 할까요. 1년 전에 한 말들이 아직도 떠돌고 있는데, '댓글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건가요?'라니요. '사법부의 판단과 결과를 기다려 달라'니요.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 보자는 행태는 우리 정치의 근본 병폐입니다. 선거 때마다 악성 종기처럼 번져 나오는 괴질을 단호히 잘라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14일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면서 했던 이 얘기만, 국가기관 대선 개입 사건이 불거진 뒤 다시 했어도 상황이 여기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1년 전 약속을 기억해주시길...

이제 초심을 생각할 때입니다. "대통령이 되면 이념 투쟁에 빠져서 민생을 외면하는 잘못을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 분열과 선동의 정치로는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결코 끝낼 수 없다"고 한 말 잊지 않으셨죠. "저에 대한 찬반을 떠나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 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던 약속 역시 새겨두셨죠.

"누구나 변화와 쇄신을 말하지만 책임지는 변화가 돼야 한다, 말만 내세우는 게 아닌 꼭 지키는 약속이 되느냐가 중요하다"는 말, 기억하시죠? "역사를 잊어버리는 사람이 역사의 보복을 받는다"고도 했지요. 이러다가 정말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같이 나눠왔던 대통령직을 사퇴한다"는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1년 전 약속을, 그 역사를 기억해주길, 부탁드립니다.

- 1년 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박근혜가. 

 1년 전, 박근혜 대선 후보의 ‘어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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