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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는  Gate of the Su, 즉 태양의 문이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중심지역이고 미팅장소로도 이용되는 곳이다..
▲ Puerta del Sol 영어로는 Gate of the Su, 즉 태양의 문이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중심지역이고 미팅장소로도 이용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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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의 지하철은 작고 좁다. 하지만 살가운 친밀감이 들 정도로 친숙한 공간이고 가정의 실내같은 아늑함이 충만하다. 그날의 생활이 마치 한 장의 백지 속에 여백을 채우듯 얼굴에 담겨진 보람찬 퇴근의 즐거움을 엿본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지하철을 건설한 런던의 지하철을 보듯, 아니면 지상의 일반도로를 보듯, 이들의 교통은 인간들의 단순한 이동의 한 수단이라는 인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생활의 일부가 되어버린 과거 기계문명의 건조함 속에서도 따뜻한 사랑과 존중의 시민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의 것은 운송의 규모경제적 차원에서 대형화를 추구하고는 있지만 역시 유럽적 낭만은 따라오지 못하는 것만 같다.

마드리드의 화사한 겨울 햇살을 놓치기 싫어 늦도록 거리를 쏘다닌다. 그대로 숙소로 들어가 편안한 저녁을 가지기에는 무엇인가 이곳 유럽적 정취를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싶다. 아침부터 맥도날드에서 약간의 허기를 채우고 거리를 나선다. 일상의 바쁜 모습이라기 보다 마드리드인들의 자유로운 생활패턴을 넌지시 엿보는 정도다. 거리의 넓은 인도와 공원같이 한적한 도로와 길거리의 키 큰 가로수들의 평화스러운 정경이 왠지 대국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런던이나 파리나 로마와 같이 웅장하고 육중한 무게로 시내를 점령하는 그 무엇은 없어도 유럽의 남녘 한적한 자유스러움과 편안함이 마드리드의 일상을 채우고 있음을 본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스페인왕실이 수집한 회화와 콜렉션이 주를 이룬다...
▲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미술관이다. 스페인왕실이 수집한 회화와 콜렉션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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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공원 앞의 프라도 미술관은 1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그리고, 관람객의 일렬 또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수많은 소장품을 간직한 이곳의 명성이 자자할수록 항상 우리는 마드리드의 이름 앞에 프라도를 언급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라고 하는 프라도 미술관은 중세의 성화들이 즐비하게 들어차 있었다. 기독교문화인 유럽의 역사적 진실을 언급할 때 성화의 연대기는 서양의 종교와 문화 그리고 역사를 한편의 파노라마같이 그려놓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술관 앞에 버티고 서 있는 고아(GOYA)의 동상이 인상적이다.  왠지 주춤거리는 듯 한, 하지만 그 뒤로 보이는 미술관의 위용은 구름 흐르는 푸른 하늘 속에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드리는 박물관의 도시인 것 같다. 사방에 다양한 박물관들이 항상 시민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또한 유럽의 도시를 걷다보면 항상 마주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광장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민주주의를 보았다.  어디를 다녀도 인간들은 자연과 건축 속에서 모두들 살아가는 것을 느낀다. 그곳에는 대화와 이해의 자리가 있다. 때때로 잿빛 마드리드의 하늘은 마치 유럽의 변방같이 황폐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마도 오늘의 스페인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마드리드의 스페인 광장 그리고 시벨레스 광장은 늘 그렇게 모든 이들을 포용하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시민들의 안식처이다. 특히 스페인광장의 돈키호테는 우리들이 잘 아는 이야기이다.

솔광장의 오후는 평화이다. 투우의 붉은 피와도 같이 정열의 나라인 이곳에는 왠지 빨간 원색의 옷을 걸친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띈다. 티셔츠에 빨간 치마에 그리고 축구시합의 유니폼 또한 빨간 줄무늬가 대중을 이루고 있다. 길거리의 숍에도 붉은 색깔의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소문과는 달리 어느 초겨울 본 마요르 광장은 작고 볼품없는 유럽의 일반적 광장의 광활함이나 가슴이 열리는 자유는 없다. 유럽광장의 정형화된 양식에 충실한, 단지 사각의 놀이동산 같은 단조로움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 고전적으로 그리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5개의 중앙의 가스등이 광장을 덩그러니 밝힐 뿐. 하지만 주변에는 카페와 빨간 탁자보 그리고 즐겁게 담소하는 마드리드의 시민들의 일상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광장의 중앙을 심심치 않게 장식하는 전위예술가의 고독한 분투가 눈에 선명히 다가온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음악의 연주에 많은 이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기도 하다. 화가와 음악가들 그리고 전위 예술가들의 행위에 마요르 광장의 밤은 깊어가고 있다. 이스탄불의 막심거리에서의 음악도들의 완전한 열창같이 이곳에서도 키타리스트의 즐거운 연주는 계속된다.

광장을 거닐고 광장에서 휴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여유이다. 백인들은 절대 타인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절대 타인을 비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절대 타인을 배척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러한 인간다움은 역사를 통해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수천 년간 실천해오면서 자연스러워 지고 있다. 그 사회는 미소가 있고 여유가 있으며 그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만끽할 수 있는 관용이 있다. 이러한 관용은 강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것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마드리드의 중앙광장이며 합스부르크시대에지어졌다. 정사각형 관장이다. 겨울오후의 우울한 구름같은 황량함이 현재의 스페인의 국운과도 같이 암울한 느낌이다..
 마드리드의 중앙광장이며 합스부르크시대에지어졌다. 정사각형 관장이다. 겨울오후의 우울한 구름같은 황량함이 현재의 스페인의 국운과도 같이 암울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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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아테네의 호텔방에서 스페인의 투우를 구경한 적이 있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환호와 함성 그리고 투우사의 화려한 복장과 날렵한 몸놀림 그리고 웅장한 투우장의 압도적 분위기. 모든 것은 압권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투우의 눈빛은 한없이 슬퍼보였다. 마치 죽음을 감지하고 그 순간을 무기력하게 버티면서 몇십 분 정도 유예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정말 섬뜩한 인간들의 유희의 희생물같이 보였다. 슬펐다. 잔인한 인간성이라는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머리에는 창이 꽃힌 채 투우는 끊임없이 피를 흘리면서 경기장을 초점없이 그저 맴돌았다. 그 모습 속에서 오히려 인간의 본성 속에서 채 지워지지 않았던 분노와 저주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투우경기를 볼 수가 없었다.

마드리드는 공원의 도시인 것 같다. 도시 속의 거대한 공원들이 즐비하고, 광활한 대지를 아낌없이 내주는 이들의 의식구조 내에는 공원속의 인간들의 소통과 휴식의 공간으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는 선진적 생각을 갖기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도시구조가 거의 18~19세기를 거쳐 완전한 형태로 갖추어진 것을 본다면 이들의 앞선 선진의식을 엿볼 수 있다. (계속)

덧붙이는 글 | 2013년 2월 스페인 여행을 기록한 글입니다. 스페인 마드리드를 3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다른 유럽 도시들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김진환 기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무역학과 교수입니다.



태그:#스페인,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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