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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영결식을 생중계하는 영국 BBC 갈무리.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의 영결식을 생중계하는 영국 BBC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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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운명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만델라가 감옥에서 수감 동료들에게 읽어주던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터스>를 인용해 "만델라는 위대한 영혼이며, 우리는 그를 깊이 그리워할 것"이라며 추도사를 맺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각) 요하네스버그 FNB 경기장에서 '자유와 민주화의 상징'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엄수했다. FNB 경기장은 만델라가 생전 마지막으로 공식 석상에 올랐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곳이다.

이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며 궂은 날씨가 계속됐지만 영결식에 모인 수많은 추모객은 개의치 않았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 반대 노래를 부르며 춤사위를 벌였고, 부부젤라 소리까지 더해지며 즐거운 축제를 방불케 했다. 만델라가 그토록 원하던 무지개처럼 흑인·백인·동양인 등 다양한 추모객이 인종과 종파를 넘어 함께 어우러져 "마디바"(존경받는 어른을 뜻하는 말)를 외쳤다.

영결식을 위해 남아공을 찾은 전 세계 91개국 정상과 10여 명의 전직 정상이  집결했고, 한국도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조문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지난 2005년 7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을 훨씬 웃도는 금세기 최대 규모의 영결식이었다. 이 영결식은 영국 BBC·미국 CNN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앙숙' 오바마와 카스트로가 손잡은 만델라의 영결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는 BBC의 만델라 영결식 생중계 갈무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주는 BBC의 만델라 영결식 생중계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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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델라와 함께 민주화 투쟁을 하며 옥고를 치렀던 앤드루 음랑게니가 "이제 만델라를 놓아주어야 할 때"라며 "오랜 친구의 평안을 빌자"는 추도사를 전하며 이날 영결식의 막을 올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영결식에 참석한 외국 인사로는 가장 먼저 연단에 올랐다. 반 총장은 "남아공은 영웅이자 국부를, 세계는 사랑하는 친구이자 스승을 잃었다"며 "남아공이 만델라를 떠나보낸 슬픔을 이겨내고 무지개를 볼 수 있길 바란다"고 애도하며 추모객의 박수를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만델라의 투쟁은 당신의 투쟁이었으며, 그의 승리도 곧 당신의 승리였다"며 "만델라는 한 국가를 정의의 길로 이끌었으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 역사의 거인"이라고 칭송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만델라를 만날 수 없지만 전 세계 수많은 젊은이는 만델라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나는 30년 전 만델라가 남아공에서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배우며 마음이 움직였고, 나의 책임감을 깨닫게 되었으며 결국 오늘 여기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추도사를 마친 오바마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영결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과 모두 인사를 나눴고, 불편한 관계인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도 기꺼이 악수를 했다. 또한 도청 의혹에 항의하며 최근 미국 방문을 취소했던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과도 포옹하며 만델라가 강조했던 화해를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나눈 카스트로 의장도 연단에 올라 자신의 형이자 쿠바 공산주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를 인용하며 "만델라는 27년간 감옥에서 복역한 것 때문이 아니라 부당한 처벌로부터 영혼을 자유롭게 한 것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결식 현장에서 가장 야유를 받은 인물은?

수많은 각국 정상과 지도자가 연단에 올라 추도사를 전할 때마다 추모객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유일하게 야유를 받은 인물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제이콥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었다.

주마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는 심각한 부정부패와 파벌주의로 지지율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만델라가 입원한 병원을 자주 찾고, 병세를 실시간으로 전하며 만델라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만델라처럼 인종분리 반대에 평생을 바치며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대주교가 모든 추모객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한 뒤 만델라의 안식을 비는 기도를 하며 4시간에 걸친 영결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영결식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세계적 록밴드 'U2'의 리더 보노, 패션모델 나오미 캠벨 등 만델라와 깊은 친분을 나눴거나 영감을 받았던 수많은 세계 주요 인사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결식이 끝난 후 만델라의 시신은 남아공 프리토리아 정부청사 유니언 빌딩으로 옮겨져 오는 13일까지 사흘간 일반에 공개된다. 그리고 15일 만델라의 고향 쿠누에서 국장으로 장례식이 거행된다.


태그:#넬슨 만델라, #만델라 영결식, #남아공, #반기문,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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