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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부부가 작성한 혼인신고서 양식
 김조광수 부부가 작성한 혼인신고서 양식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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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결혼하는 부부가 제출하는 보통의 혼인신고서와 달랐다. '남편(부)'과 '아내(처)'라고 구분돼 있지 않고, '신고인1'과 '신고인2'가 적혀 있었다. 혼인 '동의자'와 '후견인'을 요구하는 기존 서류와 달리 '증인'이 서명하는 항목이 마련됐다. 이 혼인신고서를 작성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다.

동성 커플인 김조광수 감독·김승환(29) 레인보우팩토리 대표가 법적으로 부부가 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지난 9월 공개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10일 오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서류 제출 계획을 밝히며 혼인신고 수리를 촉구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아래 성소수자 네트워크)도 함께했다.

"이성애자라면 당연했을 권리를 찾겠다"

김조광수 감독 부부가 10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인신고서 수리를 촉구했다.
 김조광수 감독 부부가 10일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혼인신고서 수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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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부부는 이성애자 커플과 동등하게 국가로부터 결혼을 보장받고자 혼인신고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저희의 혼인이 수리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헌법과 민법 어디에도 동성애자의 결혼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는 만큼 합법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이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며 혼인신고 수리를 촉구했다.

김승환씨는 법적으로 등록된 부부가 아니라서 여러 난관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법적으로 2인가구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에서 주택자금대출도 못받고, 배우자가 수술을 할 때도 동의서에 서명할 수가 없다"며 "성소수자 부부도 같은 이성 커플과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소수자가 자유롭게 가족을 구성할 수 있는 권리 역시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성소수자들이 자유롭게 부부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법률적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활동가는 "15개 나라에서는 동성혼이 합법화됐고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성소수자들의 결합을 '파트너십' 형태로 인정한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성소수자들의 가족구성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대문구, '불수리' 통지할 방침... 김조광수 부부는 소송할 계획

김조광수 부부가 참여여대에서 혼인신고서 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연 10일 오전, 바로 앞에서 동성애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
 김조광수 부부가 참여여대에서 혼인신고서 수리 촉구 기자회견을 연 10일 오전, 바로 앞에서 동성애 반대 시위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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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서대문구청에 등기우편으로 혼인신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구청은 서류가 도착하는대로 불수리 통지서를 발신하겠다는 방침이다. '혼인은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한다'는 헌법 36조 1항에 따른다는 것이다.

김조광수 부부는 구청이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으면 이의신청 등을 통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석태 참여연대 공동대표 변호사는 "혼인신고 불수리는 누구든지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는 헌법 11조와 위배되는 결정"이라며 "만약 신고가 수리되지 않으면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소송을 낼 것이고, 재판과정에 따라 헌법소원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태그:#김조광수, #동성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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