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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에 500원하는 못난이빵은 고소하고 유난히 쫄깃쫄깃하다.
 한 개에 500원하는 못난이빵은 고소하고 유난히 쫄깃쫄깃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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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못나도 정말 못났다. 덩치도 큰 게 푼돈 500원이면 족하다. 제과점의 번듯하고 잘난 빵들과는 근본이 다르다. 못생겨서 죄송할 뿐인 못난이빵이다. 그러나 그 인기는 결코 만만치가 않다. 쇼 윈도우에 진열된 그 잘난 프랜차이즈 빵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항구도시 목포에 가면 못난이빵이 있다. 30년 전통을 이어온 자그마한 빵집에서 가족들이 정성을 다해 오순도순 만든다. 이 못난이빵은 전국 5대 빵집이라는 목포의 코롬방제과에 가도 없다. 오직 이곳에서만 파는 독특한 빵이다.

"못난이 빵을 뭐 할라고 사진 찍어요? 이쁜 빵을 찍어야제."

윤풍애(70)할머니가 못난이빵을 만들고 있다.
 윤풍애(70)할머니가 못난이빵을 만들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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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빵을 만들고 있던 윤풍애(70)할머니는 빵의 요모조모를 살펴보며 사진 촬영을 하는 맛돌이게 반문했다. 예쁜 빵을 찍어야지 왜 못난이 빵 사진을 찍느냐고.

이 집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사전에 예약을 해놓고 빵을 사러온다. 예약을 하지 않고 매장을 직접 방문한 고객에게는 2000~3000원 이내로 한정 판매한다. 많은 양을 구입하려면 예약은 필수. 이는 미리 빵을 만들어놔 재고가 남는 걸 해소하기 위한 방편이다.

"손님이 없으면 미리 안 튀겨 놓은께 그래요."

기름이 없는데도 빵 속살은...

언뜻 보기에는 찐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언뜻 보기에는 찐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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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 모양의 밀가루반죽을 만들어 못난이 모양으로 늘려 기름에 튀겨냈다.
 찐빵 모양의 밀가루반죽을 만들어 못난이 모양으로 늘려 기름에 튀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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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못나도 정말 못났다.
 울퉁불퉁 못나도 정말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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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빵 만드는 걸 살펴봤다. 언뜻 보기에는 찐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찐빵 모양의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못난이 모양으로 늘려 기름에 튀겨냈다. 갓 튀겨낸 뜨끈한 빵에 설탕을 버무려낸다. 팥소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 빵은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어진다. 한 개에 500원으로 가격 부담이 없는 데다 맛 또한 만만치 않다. 고소하고 유난히 쫄깃쫄깃하다. 기름에 튀겨냈는데도 빵의 속살은 기름이 전혀 배어들지 않았다. 뜨거울 때 먹어야 좋다.

사실 이 못난이 빵을 세상에 선보인 지는 30년째다. 하지만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못난이 빵은 엄밀히 따지면 빵이라기보다는 도넛이다. 못난이빵을 만드는 두 사람의 손길이 하루종일 바쁘다 바빠. 요즘 목포 지역의 어린이집이나 학교 간식으로 인기 만점이라고 한다.

못난이빵을 만드는 두 사람의 손길이 하루 종일 바쁘다 바빠.
 못난이빵을 만드는 두 사람의 손길이 하루 종일 바쁘다 바빠.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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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어린이가 못난이빵을 맛있게 먹고 있다.
 예쁜 어린이가 못난이빵을 맛있게 먹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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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못난이 빵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수많은 재료들을 섞어보고 만들기를 수없이 반복했다고 말한다. 그러다가 "어떻게 하다 본께 그라고 됐제"라며 못난이빵 탄생 배경을 설명해줬다.

못난이빵에 대해 손님들의 반응은 어떨까, 빵을 구입하러온 한 아주머니(53·정순이)의 말을 들어보자.

"어느 곳을 가도 이 맛이 없던데요. 한번 먹어보면 또 먹고 자파요, 식어도 맛있어요."

밀가루와 우유 달걀 등의 재료가 들어갔다는데 빵을 먹어보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가격대비 착하고 맛 또한 괜찮다. 울퉁불퉁 못난이라기보다는 요즘 같은 불경기에 참 예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못난이빵, #목포, #목포빵집,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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