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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정원의 선거개입 트위터 활용 천태만상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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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선개입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불법적으로 활용했다고 판단한 계정은 총 2634개나 되고 이 계정에서 작성되거나 리트윗된 글은 총 2200여만 건이나 됐다고 밝혔다. 수사대상이 너무 방대해 121만여 건의 트위터 글만 범죄일람표에 실었다는 것이다.

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검찰은 범죄일람표에 올린 트위터 글 121만여 건을 작성한 계정을 국정원 직원 것으로 특정한 과정과 수사진행 경과를 설명했다.

검찰이 국정원이 활용한 트위터 계정을 특정할 수 있었던 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이메일 내용이 결정적이었다. 한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에서 그 직원이 트위터 활동에 사용한 다수의 트위터 계정을 기록해놓은 게 발견된 것이다. '트위터 계정입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에는 '2개팀으로 운영하고 계정을 조장과 팀원에 할당하라'는 활동 지침이 적혀 있었다. 첨부파일엔 트위터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다수 실려 있었다. 이 이메일은 국정원 직원이 아닌 외부인에게 보내졌다.

다른 이메일에서도 앞글자 두개만 써서 이름을 표시하고 트위터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열거한 첨부파일이 발견됐다. 이 이름들은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이메일 압수수색에서 나온 트위터 계정이 414개였고 검찰은 이중에서 383개를 국정원이 활용한 계정으로 엄선했다.

1차 계정 383개에 이어 2차 계정 2270개

그런데 이 383개 계정이 끝이 아니었다. 이 383개의 '1차 계정'에서 트윗글이 작성되거나 리트윗되면 뒤이어 다른 수십, 수백 개의 계정이 동시에 시·분·초까지 일치하는 시각에 다시 리트윗하는 양태를 보였다. 검찰은 이런 '2차 계정'을 2270개로 파악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이메일에 '트윗 덱'이라는 다중 SNS 계정 관리 프로그램 사용법을 자세히 안내하는 내용이 작성돼 있었다는 점을 근거로, 국정원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시다발 리트윗을 했다고 봤다.

예를 들어 국정원 직원의 것으로 확인된 '누들누들'(@nudlenudle)의 경우, 2012년 10월 24일 10시 57분경 '종북이들이 햇볕정책으로 대한민국 혈세를 또다시 퍼주며 거덜 내게 생겼으니 이번 선거 정말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냐 연방제 적화통일이냐 갈림길에 서있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둘중 하나 선택하는 선거가 될 듯"이라고 트위터 글을 썼다. 이 글은 같은 날 오후 12시 15분 26초엔 34개 트위터 계정이 동시에 리트윗했다.

자동 프로그램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등록하지 않고선 여러 계정이 동일한 글을 동일한 시간에 리트윗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검찰은 이 2270개의 계정도 국정원이 비밀번호를 관리하는 계정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팀원이 개설한 계정 정보는 팀장까지 보고되는 등 팀 차원에서 계정을 관리해 왔다는 게 (국정원 직원) 진술로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1·2차 계정을 합쳐 2653개의 계정이 작성 및 리트윗한 글은 2200만 개에 육박했다. 그러나 검찰은 제한된 인력으로 2200만여 건을 전수조사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2011년 1월부터 1차 계정에서 나온 선거관련·정치개입혐의 트위터 글 12만 개와 이와 똑같이 2차 계정이 리트윗한 글 109만여 개를 뽑아내 2차 공소장변경 때 총 121만여 건의 트위터 글을 범죄일람표에 적시했다.

다양한 트위터 활용... 해시태그, '트위터피드'에 '팔로우케이알'까지

국정원 심리전단의 트위터 활용은 단순히 대량으로 트윗글 작성·리트윗을 반복하는 데에 그치지 않았다. 검찰은 이날 "국정원 직원의 이메일 첨부파일 중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시태그를 이용해 트위터 이용자들과 대화를 유도하고 웹상에서 보여주도록 하라'는 업무지시 또는 업무계획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해시태그란 특정 키워드 앞에 '#'을 붙이면 트윗글에 링크가 생기고, 이 링크를 누르면 이 해시태그를 단 트위터만 모아 보여주는 기능이다. 국정원 트위터 활동을 통해 같은 해시태그를 단 보수 성향 트위터를 전파하는 역할도 했다는 것.

검찰은 "2012년 10월 10일자 첨부파일 내용 중엔 '우파 글 확산'을 지시하는 내용이 있었다. 다른 이메일 내용을 보면 이런 지시는 2012년 1월경부터 계속돼 왔던 것으로 확인된다"며 "전파 대상인 보수 논객들의 트위터 계정까지 기재돼 있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변희재, 윤정훈(십알단) 등 유명 우파 논객 글을 다수 리트윗한 예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들은 블로그에 새 글이 등록되면 자동으로 트위터로 링크 시켜 주는 '트위터피드'와 같은 서비스에 보수 논객들의 블로그를 등록해 이들의 글을 전파하는 데에도 힘쓴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실시간 이슈가 되는 트위터 글을 소개하는 '팔로우케이알닷컴'과 같은 서비스 상위에 올라가는 것을 중요하게 봤다는 정황증거가 있다"며 "국정원 심리전단 트위터팀은 대량으로 리트윗을 전파해 여기에 관심을 집중시켜 여론의 흐름을 주도하려 노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측의 상세한 설명에 변호인단은 검찰 제시 증거가 증거능력이 있느냐를 따지며 맞섰다. 원 전 원장측 변호인은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들은 개인정보에 해당하는지부터 짚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 동의 없이 제공된 개인정보는 증거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 측은 트위터 가입시 개인정보 수집동의, 정보의 제3자 제공 동의를 받고 있는 점, 트위터사가 개인정보를 포함한 API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증거능력에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태그:#대선개입, #트위터,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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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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