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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포지엄이 열린 혼도의 국제교류회관
 심포지엄이 열린 혼도의 국제교류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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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일 역사문화교류는 11월 23일부터 26일까지 아마쿠사와 나가사키에서 이루어졌다.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11월 23일 오전 9시 30분 후쿠오카행 비행기가 인천공항을 떠난다. 오전 10시 40분 후쿠오카에 도착해 일본팀과 합류한 다음 아마쿠사로 이동한다. 이동 중에 미스미(三角) 서쪽 항구와 아리아케(有明)의 산타마리아관을 견학한다. 오후 9시에 구마모토 일한문화교류회 주최 환영만찬회에 참가한다.

11월24일 오전에는 아마쿠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기온바시(祗園橋), 크리스천관, 묘도쿠지(明德寺), 마루오(丸尾燒) 도자기 공방을 방문한다. 오후에는 혼도(本渡)의 국제교류회관에서 이번 한일교류의 핵심인 심포지엄을 연다. 심포지엄은 발표와 종합토론으로 이루어진다. 5명이 발표하며 주제는 '일본과 한국의 기독교수용사'다. 저녁에는 아마쿠사시에서 주최하는 간친회에 참석한다.

 니시자카 순교성지
 니시자카 순교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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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오전에는 아마쿠사의 천주교 유산을 답사한다. 가와우라의 콜레지오관, 사기츠 천주당, 오에의 천주당과 로자리오관을 본다. 점심은 바닷가 전망이 좋은 기카이우라에서 먹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 국조사(國照寺)와 크리스천 공양비를 본다. 그리고 토미오카항에서 배를 타고 나가사키로 간다. 저녁을 먹고 이나사야마(稻佐山) 전망대에 올라 나가사키 야경을 구경한다.

11월 26일 오전에는 나가사키의 대표적인 천주교 유산인 니시자카(西坂) 순교성지와 오우라 천주당을 방문한다. 그리고 나가사키 역사문화박물관을 방문해 나가사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대외교류를 공부한다. 마지막으로 나가사키 외국인 거류지(居留地)였던 글로버가든을 방문한다. 일본식으로 구라바엔이라 부르는 그곳은 일본이 서양문화 수용을 통해 근대화를 이룬 현장이다.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집 사해루(四海樓)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집 사해루(四海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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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는 그곳에서 멀지 않은 사해루(四海樓)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먹는다. 그리고 나가사키역 쇼핑몰에서 간단하게 쇼핑을 하고 오후 2시 30분 고속버스 구주호(九州號)를 타고 후쿠오카 공항으로 간다. 고속버스는 오후 4시 53분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한다. 탑승수속을 하고 오후 6시 45분 비행기에 탄다. 오후 7시 10분 후쿠오카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오후 8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만난 옛 친구들

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가 오전 9시30분 이륙했다. 날씨가 비교적 맑아 내려다보는 경치가 좋은 편이다. 비행기는 대구와 부산을 지나 후쿠오카로 가는 직선항로를 날아간다. 40분쯤 흘렀을까, 부산을 지난다.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풍경이 아름답다. 이제 이 바다를 건너면 일본이다. 여기서 20분쯤 갔을까, 후쿠오카 항구가 나타난다. 후쿠오카는 큐슈 최대 도시다. 인구가 148만에 이른다. 역사적으로는 다자이후(太宰府), 하카다(博多)로 불렸으며, 20세기 들어 후쿠오카라는 명칭이 쓰이게 되었다.

 후쿠오카 공항 앞의 우리 회원들
 후쿠오카 공항 앞의 우리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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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공항은 시내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비행기가 오전 10시 40분에 도착했고,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오전 11시다. 공항에는 일본 친구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사카모토(坂本) 회장, 오쿠라(大倉) 전 회장 이시하라(石原) 사무국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벌써 7년째 교류를 하고 있어 아주 친한 사이다. 그들의 차에 짐을 싣고 세 대의 차에 나눠탄다. 후쿠오카에서 아마쿠사까지는 여유 있게 4시간 걸린다고 한다. 중간에 점심도 먹고, 문화유산도 보고 하면 오후 5시 30분은 되어야 목적지 혼도(本渡)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는 후쿠오카를 벗어나 큐슈 자동차도로로 들어선다. 그 전까지 교통체증이 좀 있었는데,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차가 속도를 낸다. 나는 이시하라 사무국장 차의 앞자리에 앉았다. 이시하라 사무국장과 메일을 통해 이번 학술대회를 조율했기 때문이다. 또 서로 의사소통이 가장 잘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는 중간에 점심을 먹기 위해 히로가와(廣川) 휴게소로 들어간다. 히로가와 휴게소는 후쿠오카와 구마모토 중간쯤 있는 휴게소로 규모가 제법 크다.

 히로가와 휴게소에서 먹은 점심
 히로가와 휴게소에서 먹은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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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밥과 국수 그리고 튀김이 있는 전형적인 일본식이다. 먹어보니 담백하고 맛이 좋다. 점심을 먹고는 이곳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 각지 특산물전도 살펴본다. 홋카이도, 시즈오카, 오사카, 야마구치, 오키나와 등지의 농수산물이 나와 있다. 휴게소 마당 노점에서는 닭고기 꼬치구이, 만두, 튀김, 군밤 등을 팔고 있다. 달고기 꼬치구이를 먹어본다. 쫄깃한 게 맛이 있다. 오후 1시 30분쯤 우리는 다시 아마쿠사를 향해 출발한다.

새로 시작하는 커플에게 행운을

얼마 후 차는 구마모토현으로 들어선다. 다마나(玉名), 기쿠수이(菊水) 등 여러 번 방문했던 도시를 지난다. 그리고는 구마모토시를 동쪽으로 돌아 마츠바시(松橋) 인터체인지에 이른다. 차는 이곳에서 자동차 도로를 빠져나와 우키(宇城)시를 지나 우토(宇土)반도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 266번 지방도를 따라 해안을 달린다. 우토 해변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주황색 감과 노란색 감귤이 공존하고 있는 특이한 곳이다. 따뜻하면서도 일교차가 적당한 지역이어서 가능한 것 같다.

 휴게소 우라시마야: 앞으로 바다가 보인다.
 휴게소 우라시마야: 앞으로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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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이제 우토반도의 끝 미스미(三角)항에 이른다. 미스미는 동항과 서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항에는 기차역이 있고 어항이 있어 보통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다. 서항은 1884년부터 1887년까지 축대를 쌓고 항구를 만들었다. 그 후 무역항으로 사용되면서 지난 1세기 동안 번성했다. 돌로 쌓은 축대와 부두, 수로, 돌로 만든 다리 등이 2002년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큐슈와 야마구치의 근대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들 산업유산이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이곳의 축대, 수로, 다리 등 인프라 외에 대표적인 건물로는 축항기념관, 용양관(龍驤館), 전통공예관, 법(法)의 관, 큐슈 해기학원(海技學院) 등이 있다. 우리는 이 지역 휴게소인 우라시마야(浦島屋) 2층으로 올라가 항구와 건물들을 조망한다. 미스미 서항은 한 마디로 절경이다. 앞으로 미스미 세토(瀨)가 지나가고 오른쪽으로 나카가미시마(中神島)가 종(鐘) 모양을 하고 있다. 세토 건너에는 아마쿠사로 가는 아마쿠사 다섯 개 다리(五橋) 중 첫 번째 다리가 보인다.

 미스미항의 신랑과 신부
 미스미항의 신랑과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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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시마야는 현재 휴게소 겸 호텔 그리고 예식장으로 사용된다. 마침 이곳에서 예식을 마친 신랑신부가 들러리와 함께 야외 촬영을 하고 있다. 11월 말인데도 신부는 팔을 다 드러낸 채 화관을 쓰고 있다. 신부의 얼굴에 웃음이 그치지 않는다. 주변에는 오색풍선이 이들의 결혼을 축하하고 있다. 이곳은 날씨가 따뜻해서 아직도 꽃들이 많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커플에게 행운을 빈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주변 경관을 살펴본 우리는 이제 최종 목적지 아마쿠사 섬으로 들어간다.

천주교 유물을 만나다

우리는 먼저 오야노(大矢野) 섬을 지난다. 그리고는 다시 네 개 다리를 건너 가미아마쿠사(上天草) 섬으로 들어간다. 가미아마쿠사의 중심인 마츠시마(松島)를 지난 다음 해안 쪽으로 나 있는 길이 아닌 직선도로를 타고 아리아케마치(有明町) 가미츠우라(上津浦)로 간다. 그곳에 산타 마리아관이 있기 때문이다. 산타 마리아관은 2012년 8월에 준공되었으니 그 역사가 1년을 조금 넘었다.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에는 기독교 관련 유물이, 2층에는 흙으로 만든 아마쿠사 인형이 전시되어 있다.

 아리아케의 산타 마리아관: 뒤로 바다가 보인다.
 아리아케의 산타 마리아관: 뒤로 바다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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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산타 마리아관의 외관을 살펴본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예쁜 교회당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겐사쿠 하마자키(浜崎獻作) 관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그는 박물관의 역사를 간단히 이야기하고는, 유물 하나하나에 대해 그 유래와 의미를 자세히 설명한다. 이들 유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마리아 간논(觀音)이다. 법을 구하기 위해 관음보살을 찾아간 선재동자 이야기에 착안, 선재동자를 안고 있는 관음보살을 표현하고 그것을 마리아 간논이라고 불렀다. 잠복 기독교인들은 마리아 간논을 성모자상으로 여기고 경배의 대상으로 삼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 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밟도록 한 그림인 후미에(踏繪)도 여러 점 있다. 또 그들이 존경했던 가토오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상 뒤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을 새겨 넣기도 했다. 기독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방(定)도 여럿 있다. "기독교를 금지한 지 8년이 넘었음에도 신자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색출해 고발하는 자에게는 은 500냥을 준다"는 내용이다. 1600년부터 1800년대 중반까지 250년간 그들은 이처럼 탄압받았지만 숨어서 그들의 신앙을 지켜냈다.

 십자가를 한 마리아 간논
 십자가를 한 마리아 간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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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2층에는 흙으로 만든 아마쿠사의 인형과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인형은 일본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도자기 중에는 조선에서 건너온 것도 있다. 산타 마리아관을 나오면서 보니 건물 밖 바닷가에 마리아상과 아마쿠사 시로(天草四郞) 십자가를 재현해 놓았다. 아마쿠시 시로는 천주교를 지키기 위해 일으킨 아마쿠사 시마바라 반란군의 총대장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곳이 문어의 산지임을 알리는 상징조형물도 있다. 이제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고 있다. 혼도로 가는 길이 바쁘다. 이곳에서 20분이면 오늘의 최종 목적지 혼도에 닿을 수 있다.


#심포지엄과 답사#일한문화교류연구회#우토반도의 미스미항#아리아케의 산타 마리아관#마리아 간논(觀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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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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